자유게시판


사람의 통찰력은 경험과 사색에 비례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얕은 소싯적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싫어 했던 것을 시간이 지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소싯적의 열광이 지금의 흑역사가 되고 아예 기억조차 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의 30대 초반 이후 분이라면 'New Kids On The Block'이라는 고유 명사를 기억에서 떠올려 보십시오. 아마 한참동안 기억에서 떠올릴 일이 없었을 단어였을 것입니다. 사실 그것이 꽤나 이상할 지경입니다. 남성 아이돌 그룹의 전 세계적인 원조이자 우리나라에서도 '빠순이'라는 경멸적인 문화 용어를 낳게 한 세계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가수를 기억에서 꺼내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울까요? 사실 그 이유는 NKOTB에 열광했던 것이 일종의 열병같은 것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열병이 사라졌을 때 열광했던 기억은 부끄러움이 되어 잊고자 애썼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NKOTB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동안 열병처럼 세계를 휘어 잡고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10대 아이돌에서 성인 그룹으로서 진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몰락한 여러 가수들처럼 커다란 스캔들을 일으킨것이 아님에도 한 때 그들의 인기를 의심케 하듯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Erase를 당했습니다. 새로운 보이즈 아이돌 그룹에 환장(?)을 했던 기억은 우리나라 말고도 전 세계적으로 잊고 싶은 기억인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음악까지 흑역사로 묻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세상에 찌들기 시작할 정도로 살아 왔기에 이제 다시 그들의 음악을 제대로 곱씹어 볼 때가 아닐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패션이야 1990년대의 입구를 상징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낡은 것이지만, 사실 그들의 음악은 지금의 아이돌 가수들의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이 더 과격하기야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기본은 이 때 정립을 했다고 해도 좋습니다. 20년도 더 된 포맷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써먹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NKOTB에 환호했던 과거를 흑역사로 밀어버렸습니다. 그 영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건만 그 오리지널을 우리는 부끄러움이 앞서 묻어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부끄러워하고 기억 속에 봉인해야 할 것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이제는 열정도, 부끄러움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 노통장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에 올리고 지지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고 그것을 흑역사로 밀어버리면서 역사에 반동적인 서강대 공대녀를 대통령을 만든 뒤 '빨갱이 ㅋㅋㅋ'라고 쓰는 지금의 반동적인 마음은 NKOTB를 좋아했던 과거를 깡그리 잊어버리고 흑역사 취급하고 언급조차 꺼려하는 마음과 결국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열정을 흑역사로 묻는 것은 결국 자기 부정에 불과합니다. 과거에 남성 아이돌 그룹과 그 음악을 좋아했다는 것은 묻어버릴 과거가 아닌 그것까지 모두 포용하여 앞으로의 자신을 만드는 데 써야 할 소중한 자원입니다. 민주화에 앞장섰다 '빨갱이 운지~'를 외치는 사람들, 어제는 노통장을 지지했다 오늘은 '하일 박정희~'를 외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일부를 대놓고 부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오늘이 당당하다면 어제도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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