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 도쿄에 취업 인터뷰 봤습니다.
2010.03.23 18:26
에스토니아에 일하면서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도쿄의 교육기관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서류는 지난달 말에 냈었습니다. 제가 동유럽에 있으니 스카이프로 인터뷰 하자고 해서 오늘 아침에 9시에 인터뷰 했습니다. 저는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났습니다. 긴장을 너무 했는 지 눈이 퍼뜩 떠지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샤워하고, 수염 그리고(?), 양복입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에 영어랑 일어 최종 점검을 했죠.
제가 해온 일들을 설명하라고 할 것 같아서 제 이론 중에 4개를 논문과 함께 선별해서 가장 재미있는 그림 위주로 키노트 슬라이드 20개로 만들어 일요일날 밤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답장이 오더니 시간이 없어서 발표시간은 없어서 미안하다. 그래도 인터뷰 보는 사람들이 모두 유인물은 갖고 있을 꺼다라고 천절하게 답장이 왔습니다. 아마 이거 가지고 이야기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어로 다시 말 준비하고 일어로는 제 논문 일어 초록 연습하고 계속 그랬죠.
드디어 9시 정각! 두둥!
어떤 테크니션이란 사람이 개심치레하게 먼저 저에게 스카이프 전화를 거네요. 미국 사람 같았는데, 이런 기술로 먹고 사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왜 나쁘게 말하냐면 스카이프가 하다가 끊겼거든요. -_-; 저는 얼마전에 2메가 바이트를 설치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계속 유럽에 있는 친구들이랑 대전의 부모님들이랑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분명 일본 기관에 있는 그 미국인 테크니션이 뭔가 잘못한 것 같았습니다.
자기 소개를 5분간 해보라고 해서 유인물 위주로 하는데, 이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 처럼 깎듯한 메너가 없는 겁니다. 하품만 안 했지, 젊잖게 기다리지 못하고 부스럭 거리거나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 발표가 재미없나 긴장할 떄 순간 전화가 끊겼습니다. ㅠ_ㅠ 그렇게 지루했나? 라고 걱정했는데, 전화로 하자고 하네요. 그래서 제 핸드펀 번호 알려줘서 그걸로 나머지 30분을 더 했습니다.
미국 사람인것 같은 사람은 미국 영어지만 잘 들리고 질문도 다양하게 길게 물어줘서 오히려 답변하기 쉬웠습니다. 제 포부와 이론과 경험을 한명씩 돌아가면서 물었습니다. 3명정도 일줄 알았는데 6명이나 들어오더라고요 -_-; 다행히 슬라이드가 있어서 몇번 슬라이드 보라고 하면서 영어로 한명한명 질문들에 대답을 잘 해나가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결정타!!!
그중 한명이 私からは日本語でご質問します。라고 하면서 언어를 갑자기 바꾸네요. 다행히 제가 건내준 슬라이드의 몇번 페이지에 일본 학교 샘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웹 서베이는 기술적으로 어떻게 한거냐라고 물으셔서 일본어로 그 앞 슬라이드보면 나오는 그림이 있는 데 이걸 더 수정해서 116명에게 적용했습니다. 라고 시작해서 살을 더 붙여가면서 일본어로 끊김없이 대답했습니다. 다른 패널들이 모두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왠지 영어가 주가 되고 일본어는 제3국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인게 3월초에 일본에서 교사 18명이 헬싱키에 오셔서 제가 고생고생하면서 코디네이터 해줬거든요. 한동안 동유럽에 살면서 일어가 많이 느려졌었는데요. 고생했지만 그 중에 초등교사분들이 이야기를 같이 잘 해주셔서 그 몇일 사이에 많이 좋아졌는데, 오늘 이렇게 그 덕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렇게 짧지 않게 일어로 대답하고 몇분이 더 질문을 하더니... 마지막으로 본 기관에 묻고 싶은게 없냐고 물으시네요. 그래서 거기 구성원이 국적이 어떻게 되고 언어는 뭐를 사용하냐고 물으니 영어 일어를 반반씩 섞어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또 어떤 일본분인듯 한 분께서 불쑥 일어 쓰기는 잘 하냐고 해서, 말하기보다 더 잘한다. 일본인 교수나 교사들이랑 이메일을 많이 주고 받기 때문에 쓰기는 더 편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이지만) 한국에서 한자를 다 배웠기 때문에 쉬웠다고도 말했습니다. 그 뒤로는 쓸데없이 기분이 업되어서 실없는 소릴 조금 한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그렇게 44분의 길었던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더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그쪽에서 연락하겠다고 하고 끊더군요. 인터뷰 할 때 당장 오라고 축하한다고 라고 까지 기대한것은 아니지만, 흥분하면서 한참 대답하다가 갑자기 싸하게 끝나니 매우 아쉽내요.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서 연구실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진정이 안될것 같네요. 밤에 와인으로 달래줘야 겠네요.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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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지금 연구실에는 또 침묵속에서 모두들 자기 컴퓨터만 두들기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분이 업되어서 있는게 편하지는 않네요.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말이죠. 대전 어머니께는 20분동안 통화를 하긴 했습니다.
이제 결과가 어찌 나올지는 조금 잊고 살아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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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곰
03.23 18:36
잘 하신것 같은데요 :)??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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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런데 워낙 떨어진 경험이 많아서요. 우선 밀린 일 하면서 몇 일 잊고 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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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3.23 19:55
저도 잘하신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부분은 스카이프가, 이상해서 그랬지만요 !
이런 인터뷰도 있구나, 하는것 알았습니다. 좋은 결과 꼭,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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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마냥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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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부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내용이 조금 이상하게 들떠 있는데요.
업된 부분만 쓴 이유가 이전에 제가 올린 글들을 보시면, 몇개월동안 햇볓 안 비치는 곳에서 얼굴 새하얀해 지면서 혼자 고담 시티를 서성이던 그런 우울한 스토리가 많이 있습니다. 밖에 기온은 영하 20도고요. 한 때 몇일 동안 사람이랑 대화를 못해서 실어증 거릴뻔 한적도 있었고요. 인터뷰 떨어진거는 말도 못하게 많습니다.
다만, 오늘 아침에 본 면접은 제가 기분좋게 할 수 있었던 곳이라서 저도 이렇게 쓸모가 있을 수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되어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기분이 많이 업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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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24 01:45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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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실거예요. 근데 도쿄잡이 확정되시면 현재 하시는 일은 그만두셔도 상관 없나요.
간혹 외국회사들 컨트랙트 깨면 페널티가 있기도 한데...
학교라서 상관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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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조항은 계약서에서 못 봤는데요. 한번 다시 읽어봐야 겠네요. -_-;
그런데, 현재는 2년 계약이고 이직하는 곳이 정규직(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는) 비슷한 더 좋은 자리라면 다른 나라 다른 대학에 자기 아군을 만들기 위해서 곱게 보내주는 것 같네요. 월급 작고 겉만 번지르한 자리에는 평균 재직 기간이 반년이 안되서 다들 떠나기 때문에 퇴직금 받는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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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03.24 13:28
에스토니아라는 국가는 알고 있는데 만약에 여행을 간다면
분위기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서요. ^^
minki님께서 일정기간 체류하시고 계신 것 같아서 문의드립니다.
글쓰신 내용과는 다른 생뚱맞은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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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있게 잘 하신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