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제도 학벌인가요?
2016.03.27 22:02
이번에 과제 하면서
기분이 그랬던게 총괄책임자의 학벌을 꼭 써야 되는거 였습니다.
물론 총책임자의 학벌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의 학벌도 써야 하는거 이긴 헌데요.
제 학위논문에서 부터 시작해서
별걸 다 물어보니 약간은 짜증이 나더군요.
그럼 학벌 안되고 아이디어만 있는 사람들은
과제에 넣을 자격도 안되는 것인지?
아니면 요식행위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에 MS에다 제안서 넣을때는
학력, 논문 이런거 전혀 필요없고
2장짜리 제안서만 내면 되었거든요..
뭐 결국은 한국에서는 자격이 안되면 그대로 짤라버리겠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좀 그렇긴 했습니다.
사실 이런걸 많이 고쳐야 하긴 하는데 학벌을 쓰게 되면
누군 프리패스고 누군 준비를 많이해야 하고
참 답답하긴 하네요..
해외학위 SKY가 아니면 쉽게 나갈수 없느건지 말이죠.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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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3.28 10:15
저도 안타깝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죠.
우리나라의 문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도 옛날부터 그런 것도 아니고, 현대에 와서 벤처기업이나 발명가들의 성공사례에서 학벌과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경험이 축적되었던 덕분이죠.
우리나라는 아직, 그만큼 사회가 발전하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정부과제의 경우는 심사관들과 주무 담당 공무원의 자질에 문제가 많습니다. 일부 훌륭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과제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했어도 제출된 내용을 보고 판단할 만한 능력이 부족한 분들이 너무 많죠.
그러다보니, 제출자의 배경으로 미루어 짐작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전공자나 경력자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죠. 그들 입장에서..
특히나, 과제를 담당 운영하는 공무원들이야말로 문제가 심각하죠. 심사관들이야 심사를 하고 추천을 할 뿐.. 진행상황이나 결과를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선정된 기업체의 내용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과제의 내용과 신청한 기업이나 사람의 경력이나 배경이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보이면, 사실 불안하죠.
기업체의 산출물과 설명을 무조건 믿을 수만은 없잖아요.
공무원이 전문가면 산출물과 설명이 맞는지 그른지 판별하겠지만... 대부분 공무원이 해당 업무를 기껏 1, 2년하고 순환하는 순환보직인 것은 다들 아시잖아요?
결국, 국가의 사정기관이 제대로 운영되어 순환보직이라는 개념이 사라져서,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만... 이것도 한계가 있죠.
왜냐하면, 과제가 실패로 끝나면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위에 보고했을 때, 위에서 과제와 기업간의 관계를 따지면 이걸 감당할 수 없어요.
일례로 여러분 같으면, 집을 지으려고 업체를 공모할 때, 건설사 중에서 선정하시렵니까? 아니면 멋진 집 그림을 가지고 온 미대생에게 맡기시렵니까?
아무리 미대생이 멋진 집에 대한 설명을 잘 하고 건축에 대해서 자료와 일장 연설을 능란하게 하더라도, 과연,, 집을 지은 적도 없는 데 선뜻 맡기실 수 있을 까요?
이건, 헬조선이라서가 아니고 우리나라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정부과제는 기발한 창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이미 정한 목적과 목표가 있고 들어가야할 큰 기술이 정해져 있어요.
이걸 수행할 수 있느냐 인 것이죠.
물론, 정부과제 중에서 창작과제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회사에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하나도 없는 데, 뭘 하겠다고 하면, 예.. 하고 돈을 줄 수 있나요? 뭐... 용역으로 하면 된다고 보면.. 왜 그 회사에 주나요? 해당 용역업체에게 직접 과제를 맡기면 되지...
뭐.. 성야무인님의 마음 모르는 것 아니지만, 저도 정부과제 여럿 해보았네요. 성공한 것도 있고, 애초에 심사에서 탈락한 적도 꽤 됩니다만...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나아질 겁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만 해도... 심사요? ㅎㅎ... 그냥 업체와 공무원간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네요...ㅋㅋㅋ
제안요청서에 알박기 기본이고... ㅎㅎㅎㅎ
지금은 양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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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03.28 13:18
지금도 비슷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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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28 16:44
그게.. 심사관들이 심사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제안서를 심사할 능력은 안되니까.. 내가 아는 사람한테 주거나 (남주는 것 보다 낫다라고 생각하죠. 나한테 떡고물이 떨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남들이 봐서 문제 안 삼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겁니다. 그 경력이란게 우리나라에선 출신지역이랑 학벌이죠. -_-;;
정부과제라는건, 온갖 문제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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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다리
03.28 17:08
이래서... 국내에서 재대로된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는겁니다... 그래놓고 뭐하냐고 징징대고... 관행이라면서 썩어 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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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의 경우에는 다른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SI쪽에서 들은 바로는,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어요.
심사위원 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인력 풀에서 몇배수로 심사위원을 골라놓았다가,
정확한 인원은 심사 전날에 통보하고 제안서도 그때 준다고 들은 기억이 있네요.
즉, 심사위원도 제안서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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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교 출신이지만, 정부 과제 여러번 과제 책임자로 수행했구요.
학벌로 평가 받는 다는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2005년~ 2015년까지 대략 8개 과제, 과제 책임자로 수행)
다만, 일부 댓글에 언급 되어 있는 것처럼, 관료 주의 때문에 담당자가 심사위원에게 저 업체 안되요~ 라는 경우도 당해 봤고, RFP 작성에 참여 해서, 담당 공무원이 왜 이업체와 같이 가야만 하는 지를 심사위원에게 설명해 주어 날로 먹은 적도 있습니다.
뭐 가장 황당한 것은 정보화 기획단과 RFP 같이 작성하고, 기술 평가도 압도적으로 1위 했는데, 가격 때문에(라고는 하지만, 전문 SI 업체의 극심한 로비로 인하여 결과가 뒤바뀐..... ) 최종 선정에서 떨어진 기억도 있습니다.
2장짜리 제안서 넣은 것은 결과가 괜찮으셨나요??
전 몇년전부터 1차 심사 시에 5장 요약본만 제출 하는게 더 힘들 던데요.
차라리 100장 내외는 속편하게, 관련 근거와 시스템 구성도 등,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할 수 있는데 비해,
요약본으로 우선 심사 후 본 제안서 제출 프로세스에는 효율이 그렇게 좋지 못하네요.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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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에 한 2장짜리는 2주일만에 승인났습니다 ^^;
그런게 아니라 아예 학력란을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아이디어만 봤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이건 벤처심사 받을때도 마찬가지었는데 받을때 5-10분 이야기하고 캐나다 이민 어떻게 가면 좋을까요라는 것만 주구장창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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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03.30 16:49
그래도 예전(적어도 10년 전?) 비하면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학력란은 제출 시에만 받고, 평가 시에는 아마 블라인드 처리하는 곳도 많을 겁니다. (학력란에 기재한 내용에 따라 평가위원에서 배제되는 분들이 생기기도 하니깐요.) 예전엔 과제를 기획한 팀이 거의 100% 실제 과제를 가져가곤 했는데, 지금은 기획에 참여한 사람들을 과제에 제한적으로 참여케 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도 생기고 있지요. 말씀하신 평가 때 평가와 관련 없는 다른 얘기 하는 것은 평가위원 오리엔테이션 때 금기로 많이들 얘기하곤 하는데요.. 좀 이상한 경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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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와서 과제심사가 이상했던게 북미쪽은 지역이 넓어서 서류가 가장 중요해서 아이디어를 얼만큼 잘밀어 넣는가인데 조금 생소한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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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03.30 20:53
그쵸. 규모의 차이. 제 분야의 경우 평가 받으러 가면, 평가위원 중 반은 아는 분들입니다. 역도 성립해서, 평가하러 가서도 쎈 표현 금지죠. 직접적으로 아는 분들이거나, 적어도 한 사람 건너면 아는 분들. 복면가왕처럼.. 복면 쓰고 심사 및 평가를 받아야 할지도.
이 단어 싫어하지만....
헬조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