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볼 줄이야.
2017.07.17 20:11
AMD의 쓰레드리퍼가 발표되면서, 인텔도 이제 끝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물론, 여전히 AMD는 Memory Bandwidth & Latency에서 인텔에 비해 밀리고, I/O에서도 이 상황은 마찬가지라서
인텔이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낡은 설계 구조 및 연구개발 인력의 부재
AMD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텔의 이야기입니다.
10여년간 프론트엔드를 못 바꿀 정도로 인텔의 연구개발 인력은 공백이 큽니다.
수년간 끊임없이 CPU 연구개발 인력을 해고시켜왔고, 신규인력은 거의 채용하지 않았으며, 신규인력 교육 프로세스도 폐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력 경쟁력이 없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텔의 공정 경쟁력은 이제 삼성전자와 거의 동급입니다. (경쟁력 상실)
그 동안은 삼성이 인텔 따라잡는다는 말 나오면 '또 언론플레이 한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삼성이 인텔 가까이 따라잡았습니다.
반면, 인텔은 최근 4년여간 기간 동안 공정 개선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최근 4년여간 인텔의 CPU는 제때 출시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공정 수율 문제로 CPU 출시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삼성은 중국에서 따라잡다가 포기할 정도로 공정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물론 DRAM이라 CPU보다 보통 반년 정도 공정이 빨리 들어갑니다.)
공정 발전 속도 = 사람을 얼마나 갈아넣느냐이므로, 꼭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 틱톡 전략을 폐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술적 도태)
틱톡 전략은 공정 개선과 설계 개선이 1년 단위로 맞물려가며 진행되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공정 개선보다 설계 개선이 어려우므로, 설계 개선은 3개의 팀이 돌아가며 1년 단위로 산출물을 냅니다.)
그런데 이걸 폐기했습니다.
인텔은 '무어의 법칙은 끝났다'고 했지만,
인텔의 역량으로는 (인텔 전 CEO인) 무어의 법칙을 더 이상 고수할 수 없게 된겁니다.
삼성전자나 애플을 봐도 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 ALU에서 심각한 버그가 나왔고, 그걸 1년 6개월간 못 고치고 있습니다. (전문성 상실)
인텔이 없는 인력을 쪼아가면서 프론트엔드를 11년만에 바꿨습니다.
그게 스카이레이크입니다.
하지만 스카이레이크 및 카비레이크에는 심각한 연산 버그가 있습니다.
하이퍼스레딩 사용 시 GPR이 오염될 수 있는 버그입니다.
이게 별 문제 아니라는 사람도 있는데,
'인텔은 완벽해'라는 색안경 탓에 문제를 약하게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는 매우 심각한, 과거 Pentium FDIV 수준의 버그입니다.
물론 발생빈도는 FDIV보다 낮긴 합니다만
FDIV는 FPU의 문제인 반면, 이번 스카이레이크-카비레이크 버그는 ALU버그라서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AMD 쓰레드리퍼를 본 인텔의 반응을 볼까요?
인텔: "AMD는 그저 CPU 다이를 본딩한 것에 불과하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모듈화된 설계가 대세입니다.
ARM은 물론이고, NVIDIA도 상당부분 모듈화 설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크웨이퍼의 문제와 공정발전의 한계로 인해 모듈화 설계는 필수에 가깝습니다.
모듈화 설계라는 큰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건 인텔입니다.
인텔은 놀라울 정도로 트랜드에 뒤쳐져 있습니다.
10년 전. AMD가 몰락할 때 인텔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AMD: "인텔의 쿼드코어는 그저 듀얼코어 CPU 다이를 본딩한 것에 불과하다."
이 말을 하고 AMD는 10년간 자취를 감췄습니다.
10여년 전 AMD가 깊은 땅굴 속으로 파고 들어갈 때
페넘의 ALU에서 연산 버그가 생겼습니다.
제대로 된 산술 연산이 안 됐었죠.
패치 이후 성능은 최소 10% 감소했습니다.
인텔 또한 최근에 심각한 연산 버그가 나왔습니다.
그걸 1년 6개월간 못 고치고 있습니다.
서로 너무나도 닮은꼴이지 않나요?
공정상으로도 인텔은 AMD보다 훨씬 우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C 차이는 미미합니다.
AMD는 설계의 이점을 살려서 인텔보다 우수한 연산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영역에 한해. 대체로 동급임.)
값이 싼 것은 덤입니다. (가격을 따지면 인텔보다 훨씬 경쟁력 높음)
다들 인텔 CEO가 문제라고 합니다.
R&D 비용 절감
연구인력 대거 해고
신입사원 교육 프로세스 폐지
해외 연구소 전격 폐지
쓸데없는 회사 인수합병 (맥아피, 인피니온 등)
뭐, 그런 것이지요.
인텔이 이리 될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세계최강의 R&D 반도체 회사였던 인텔이.
예전 넷버스트에서 콘로로 뒤집는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CEO가 연구할 사람을 다 잘라버렸다는게 있겠습니다.
ps. CPU는 AMD에게 이제 막 털리는 수준이지만, SSD는 수년 전부터 삼성에게 개털리듯 털리고 있습니다.
인텔은 과거에 NOR NAND로 세계를 주름잡았던 기업입니다. 그런데 플레시 메모리 쪽은 이제 삼성의 적수가 되지도 못합니다.
네임밸류만 삼성급이죠.
ps2. 삼성이나 하이닉스도 연구인력의 경쟁력이 감소되고(=나이가 들었다.) 신규인력 유입이 잘 안된다는 말이 4~5년 전 부터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이면 썩습니다.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고충이 많아 보입니다.
3D낸드 같은건, 사실 얻어걸린 쪽이라. 기반기술 개발한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삼성도 지금의 하이닉스도 없었을겁니다.
3D낸드가 삼성/하이닉스를 먹여 살리고 있는데, 이게 이 두 회사의 연구결과물이 아니란겁니다.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하게 소름끼치죠. 운이 좋아서 이렇게 된거니.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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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하루
07.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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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7.21 01:06
윗 사람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없는게 낫다고도 하더라구요.
삼성도 한참 성장하던 시절에는 소위 오너라는 사람들이 경영을 할 수 없었던 시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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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랑
07.19 06:40
감사합니다.
오너란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조선시대 회사란 얘기입니다. 삼성/SK/LG (하이닉스는 없습니다 SK 하이닉스라고 불리긴 합니다만) 모두 오너가 존재하는 회사죠. 지금 운이 좋아 돈을 벌고 있을 뿐이지 쓰레기통에 벌써 쳐박았어야 할 회사들입니다. 주주요 ? 먹는 건가요 ?
뭐 삼성은 오너가 감옥에 가 계시는 살신성인으로 회사가 기사회생하고 있고, SK는 하이닉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은 하는지 갑질을 좀 줄이는 모양이 보이긴 합니다만 내가 주인 이라는 인식은 어디 안 간듯 합니다. 옛날 왕회장님의 권위가 SK의 권위로 바뀐 정도랄까요. LG는 이미 칩 쪽은 접었고 모바일은 접기 많이 늦었다는 얘기를 하고.
그런데 말입니다. 뭐든지 가까이 하면 할 수록 단점이 더 잘 보인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셋다 매우 좋은 회사들이죠. 실제로 사내에서 공밀레로 갈아넣고 있는 엔지니어들 보면 참 아깝습니다. 지금 잘 나가고 있지만 엔지니어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경영진은 다 갈아버려도 속이 시원하지 않죠.
무어가 언제 ISSCC에서 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 http://isscc.org/wp-content/uploads/2017/05/Moore_Transcript-ISSCC60.pdf
저 자리에 앉아있기는 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새롭네요. 혹시 안 받아지면 제가 따로 올리겠습니다. 인텔이란 회사는 참 재미있는 회사입니다. 미국에 있는 장수하는 회사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변신을 참 많이 한 회사입니다. 최근엔 변신의 동력이 다 떨어졌는지 x86에서 돈을 다 버는 것 같지만, 실은 꼭 그런것도 아니라네요. 그리고 지금도 변신을 하려고 노력중이기도 합니다.
인텔이 망하건 AMD가 망하건 그건 제 관심사가 아니지만,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망한다면 그건 남의 얘기가 아니죠. 그래서 인텔이나 AMD가 너무 잘된다나 곧망한다는 얘기는 그냥 강건너 불처럼 보면 되지만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너무 잘한다 곧 망한다는 얘기는 불안합니다. (LG도 마찬가지)
저희 집 냉장고는 삼성, 세탁기는 LG입니다만, 물건 좋습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 다니는 다른 친구는 LG세탁기를 최근에 구입했는데 미치겠다네요. 앱을 깔았는데 세탁기가 자기 주제를 잊고 리부트를.. ㄷㄷㄷ
도시바 사람들은 3D 낸드가 자기네 기술이라고 주장합니다.. 뭐 피타고라스 정리도 일본 사람이 먼저 했다고 주장하고 일반 상대론도 일본 사람이 먼저 했다고 주장하기는 합니다만.
개발인력의 나이가 든 것은 신입을 안 뽑아서라기 보다는 신입을 못 뽑아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이건 전세계적인 경향으로.. 최신 기술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학교가 전혀 양성을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단순히 삼성/하이닉스의 문제만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제 분야는 가르치는 교수가 이제 거의 전무하죠. 인력이 필요한데 교수가 왜 안 가르쳐..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개발인력의 나이가 든 것이 경쟁력 약화는 아닙니다. 언제나 경쟁력은 엔지니어가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고 경영진의 갑질이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엔지니어는 백살이 되어도 호기심이 남아있다면 좋은 엔지니어입니다.
회사에서, 젊고 똑똑하고 착하고 부지런한 애들을 뽑아서 몇년(!) 가르치면 현업에 투입할 만 합니다. 실제로 참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쓸모없는지를 가르쳐보면 잘 알게 됩니다. 배워봐서 알 수 있는 일은 아닌듯 합니다. 그렇지만, 회사가 그런 짓을 이젠 안 하려고 합니다. ㄷㄷㄷ
차세대 메모리는 삼성도 하이닉스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딜레마는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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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7.19 10:25
무언가 뜨끔한 댓글입니다. ^^
고민이 많아요. 아이들 잘 자라라고 열심히 웅변과 주산을 가르쳤던 시대가 불과 20년 전입니다. 오늘 학교라는 곳에서 배운 지식이 10년 뒤에(왕초봇님은 지금 당장의 상황도 그렇다고 하지만) 쓸모가 없다면 지금 우린, 난 무얼 준비해야 할까요?
그걸 준비한다고 해도 시스템에서 용납해 줄까요?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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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랑
07.20 02:35
푸들샘이 걱정하실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초중고 교육이 아니고 대학교육이지요. 물론 대학이 직업교육이냐 학문을 제대로 가르쳐서 내보내면 업계가 알아서 해야지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럼 대학이 학문은 제대로 가르치냐 하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대학이 고등학교 4학년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그래가지고는 대학 졸업한 사람이 업계에 뛰어들어서 일꾼으로 밥값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학이 대학인 것은 아이들(!)이 찾아서 공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요즘 대학보면.. 그냥 떠먹여줍니다. 이건 찾아서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이들의 책임일까요.
그런 측면에서 제가 푸들샘께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선생님이 되어달라는 건데, 이미 그 수준은 많이 넘어서신 듯 합니다. 여기 계시는 선생님들은 참 좋은 분들이십니다. 문득 고등학교때 이과 선택했다고 무지 섭섭해 하신 국어선생님 생각이 나네요.
고등학교까지는 온실입니다. 아이들은 온실속의 화초로 자라야 하고 온실속이지만 가능한한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게 학교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대학도 온실인데.. 밖을 보여주면서 준비를 시키는 곳이라고 봅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 일들을 그리 잘못 하는 것도 아닌듯 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역시 회사가 아이들을 뽑아서 키울 의사가 없다는 것이네요. 당장 일 시킬 수 있는 사람만 뽑고, 당장 쓸모가 없으면 바로 퇴출. (그래서 비정규직을 원하죠)
이런 산업에서, 전문가가 키워질 수가 없고, 아이들은 전문가를 자기들의 꿈에서 지워버립니다. 결국 그게 사상누각이란 것을 깨닫는 경영자가 있을지. 미국/일본/우리나라/독일 까지는 미래가 안 보입니다. 이렇게 한 세대가 지나면 복구가 불가능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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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7.21 01:20
도시바는 참.. 그러네요. 예전에 삼성한테, 앞으로 10년간 삼성은 도시바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나요?그때 기술이 TR 최적화 기술이었는데,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네요.아무튼 그 때도 도시바는 허물어져 가던 시기였는데, 이제는 3D 낸드로 완전히 뒤집어 버렸으니.3D 낸드가 도시바 기술이라고요? 정말 헛소리도 이런 헛소리가.한국분이 개발하시고, 인텔에 먼저 적용하고, 그 다음 삼성/하이닉스가 적용한거 아닌가요?도시바는 그저 내부적으로 3D 낸드 비슷한 기술 개발한거 가지고선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닌지..아무튼 도시바는.... 도시바답네요....학교에선, 회사에서 원하는 기술 다 가르치기 힘든 것 같습니다.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가르칠 수 있는 분도 별로 없고그걸 배우는 학생도... 선행지식이 워낙 많이 필요하다보니 배우기 힘들어 하는 것 같고요.그래서 저는 학교는 원리와 이해 위주로 가르치되, 그걸 응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게 필요하다고 보입니다.정말 복잡한 기술도 결국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의 응용을 거치면 나오니까요. 공학 발전의 원리를 가르쳐 주는거죠.한국에서는 좀 힘들긴 한데, 스탠포드같은데선 잘 진행하는듯 합니다. 역시 명문은 괜히 명문이 아닌듯...연구 잘 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경험이 쌓일 수록 훨씬 잘 하시는것 같습니다.그런데 점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는게 스스로에게 좋고회사 생활이 길어질 수록 사내정치의 희생양이 될 여지도 크고 (아이러니하게도 연구 잘 하는 분은 정치력이 강한 경우가 드물고..)이래저래... 대외 여건 상 연구에 전념하기 좀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젊은 사람들은 연구에 몰입할 여건이 그만큼 더 되니 신규 인력 확충이 참 중요한 것 같은데요...계시는 분들 말씀 들어보면, 예전만큼 똑똑한 분들이 잘 안 들어온다고 하시더군요.업계에서 사용하는 기술까지 필요 없고, 공학 개념 단단한 친구가 예전엔 종종 들어왔는데 요즘엔 없다고..잘 되어야지요.잘 되면 좋겠습니다.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삐끗하면 1등 자리를 내어주게 되니 살벌하네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관련업종은 아니지만
인력수급이 중요한데
사람 몇 번 잘 못 썼다가 휘청하는 걸 보니
오너의 안목? 큰그림? 이 중요한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