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년만에 저지른 무모 한 짓.

2022.04.29 12:01

산신령 조회:372 추천:1

직장인의 마지막 로망. 사직서 멋지게 제출 하기. 


네. 이번주 화요일에 6월 말일자 사직서 제출 했고 승인 되었습니다. 


2009년 당시 다니던 모바일 관련 업체에서 신규 사업 관장 하는 전략사업본부에서 5년 정도 근무 하였는데, 퇴직 당시 자그만치 11달이라는 급여가 밀린 상황이었습니다.


끊임 없이 신규 사업 런칭 하고, SI 도 수주 하고, 정부 지원 사업도 몇억씩 수주 하였지만, 날로 악화되는 회사 재정에 건보에서 압류. 국민연금 공단에서 압류 등 대표님과 함께 어떻게든 살려 보려 한 회사에서 '희망' 이란 단어조차 사라졌을 때, 결국 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11달치의 임금과 퇴직금도 포기 하고 퇴사 하려 하였지만, 당시 수행중이었던 은평 뉴타운 관련 SI 에서 제가 빠지게 되면 당시 3억 정도 정산을 받았고, 2억 정도의 미수 수금이 코 앞이었는데, 2억을 못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앞서 받은 3억 조차도 토해 내야 할 아주 웃긴 상황이 발생 하였습니다. 


그냥 나몰라라 하고, 퇴사 했으면 지금의 제 모습이 아닐 수 있었을 텐데, 잔액 모두를 줄테니 마무리 해 달라는 대표님의 간청을 무시하지 못해, 밀린 급여와 퇴직금 정산만을 조건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었죠. 


제가 당시 PM 이었기 때문에 2달이면 완전 마무리 될 줄 알았는데, 저희와 상관 없는 파트의 지연 사유로 인해 2~3달 정도의 준공이 지연 되었고, 반복 되었습니다. 


잔여 업무 때문에 다른 곳 취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마무리 약속은 했기에 도의상 마무리를 하려다 보니 이게 퇴사 후 6개월 정도 지연되었고, 결국은 지연 된 만큼의 인건비 없이 해당 프로젝트 마무리 과정에서 본의 아닌 창업을 하게 되었었죠. 


한 2년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살았는데 더 이상의 인력을 충원 하기에는 제 그릇이 작아서 일부 프로젝트를 고사 하면서 까지 적정 인력만을 운영했었습니다. 


그런데 3년차 되니, 일도 조금씩 줄고 이전 고사 했던 업체에서는 필요 할 때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규 수주도 많이 힘들어 지더군요. 


결국 4년차에는 직원들 퇴사 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단 1원도 미정산 없이 깔끔 하게 빚(?)을 온전히 개인 몫으로 끌어 안고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입사 한 회사에서 정말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고, 한달에 10일 이상의 철야(정말 다음날 해 뜰때까지.. ㅡㅜ ) 도 많았고, 프로젝트 수행 할 때는 한달에 30일을 출근해 해 가면서 미친듯이 일을 해 회사도 어느 정도 안정화. 개인적인 삶의 만족도도 창업 이전으로 회복 될 무렵 국내 굴지의 메신저 기반 회사에서 회사 전체를 M&A 로 인수를 합니다. 


상세 내용을 다 적지는 못하지만 개발 인력의 일시 확보를 위한 인수였기에 개발자 출신이 아닌 사업 담당은 인수 목록(?) 에서 배제 되었고, 4년의 퇴직금과 3개월의 위로금을 받고 반강제 퇴사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열심히 일을 한 것을 아시는 당시 대표님이 제가 운영 하던 솔루션을 무상으로 지원(?) 해 주시면서 재 창업을 독려 하기도 하셨지만, 폐업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해당 솔루션을 갖고 당시 협업 하던 스타트업에 2017년 10월 입사를 하였습니다. 


입사 당시 책정 연봉의 3배 되는 정도의 신규 계약건 (구축 및 연간 사용 )을 체결 상태로 확보 하고 16년 창업 한 회사에 입사를 하였으니, 지금까지의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 입니다. 


17년 7.7억. 18년 18억. 19년 25억. 20년 45억. 21년 75억. 22년은 무난하게 140억 정도는 달성 하리라 봅니다. 


이 중 제가 속한 솔루션 사업본부의 매출은 17년 2.7억. 18년 8억. 19년 12억. 20년 26억. 21년 29억 정도를 별도의 수행팀은 있지만 저 혼자 영업 하고, 계약 하고, 사업관리, 사업 지원. 고객 관리 해 가면서 달성한 매출이니 엄청난 성장을 혼자 시킨것은 아니었지만, 주도 하였고, 기여 하였는데, 대표의 생각은 다른거 같네요. 


입사 당시부터 담보 한 스톡옵션의 지급은 미비하고, 입사 당시부터 담보 한 인센은 지급시기가 되면 매번 변경 되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지고 들어 온 솔루션에 대한 인적 투입 없이 고사 작전을 일관 하시네요. 


작년 연말부터 퇴사를 결심 하게 되었고, 시기를 조정 하다가, 역시나 21년도 인센은 50% 만 지급하였기에 퇴사를 마음으로만 결정 하였습니다. 


그런데.... 퇴사를 하게 되면 현재 수행중인 프로젝트의 수행팀들도 문제이지만, 고객 분들에게도 죄송 하고.... 

5~6월에 체결 될 계약들이 마무리 협상 중인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되니 정말 마음이 싱숭 생숭 합니다. 


체결을 하지 말고 나갈까? 체결 후에 정중한 사과를 할 까? 나 바라보고 입사 한 후임 부장님에게는 어떻게 사실을 전달하지? 


쉽사리 해결 되지 않을 고민이지만, 이제 남은 날짜는 2달. 


퇴사라는 결과가 바뀔리 없기에 고민의 강도는 점점 깊어져 갑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죠. 


저도.  회사와 관련 된 모든 사람들도 아프지 말고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타작_강변가요제 출품작


돌아라 낮도밤도 없이 돌아라 돌아
미친듯 미친사람 미친듯이 돌아라
춤추는 볏가리 낫가리 풍랑속에
해야 밀탁배기 한사말에
취해 돌아라 해야 돌아
취해 돌아라 해야 돌아


이윽고 새벽 들판에도 이슬길이 열리면
잠자던 산맥 불쑥 일어나
나락벌 해는 이글거리고
배춧빛 그저 좋은 어느날에야


그 어느깨야 울리나
주릎깊은 가난위에 꽝과리 꽹꽹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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