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일단 괜찮은 홍보기사 하나 소개합니다.

 

http://pann.news.nate.com/info/251208286

 

오마이쪽이던데, 소개되고 있는 책 자체는 읽어봐도 좋을 만한 책입니다.

그러고보면 요즘 문화유산 답사기도 10권이 나오는 등 문화전반에 걸처서 볼만한 책들이 제법 나오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일이지요.

 

일단 여기까지 칭찬하고, 이 기사의 문제점을 얘기해보겠습니다.

기사는 전반부에서 로마의 비아 아피아, 우리말로 아피아가도라고 하는 로마시대에 건설된 일종의 고속도로에 관해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같으면 사실 잘 모르고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겠지만, 요 10년 사이에 개인적인 이유와 목적 때문에

건축다운 건축을 3~4건 접하게되고 자연스럽게 보도블럭도 깔아보고 하니까

이 기사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 전공자인 제가 그렇게 느끼니 토목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이 기자가 얼마나 갖잖을까요? ㅡ.ㅡa

 

우선 소개하고 있는 아피아가도의 공법은 기사 내의 그림(이건 아마 로마이야기에서 복사한 듯 합니다.)에서 처럼

분쇄한 석회석을 넣어서 만든 일종의 콘크리트 기법의 도로입니다.

당연하지만 하부에 골재 등을 쌓는 등 매우 현대적인 공법으로 튼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콘크리트 위에 쌓아놓은 석판도 두께가 상당하고 매우 튼튼하니 뭐 정말 고속도로의 역할을 잘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기사에는 빠진게 있지만, 석판을 깔은 뒤에 석회를 뿌려서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완벽한 콘크리트기법의 도로입니다.

그리고 이 옆으로 노석(길갓돌)을 쌓아서 인도와 차도를 높이로 분리했으며, 차도의 가로 단면을 보면 살짝 아치꼴로 만들어서

좌우로 배수까지 고려했음을 알수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설계방식이고 도로입니다.

 

문제는 기사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 도심의 보도블럭과 이것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매년 보도블럭을 걷어내고 새로 까는 이유를 단지 예산상의 문제라고 말을 하며, 공법상의 효과와 이득은 고려하지 않고

(아니 사실 이걸 기자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단지 공법을 너무 어설프고 대충해서 생기는 문제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몇년 전까지는 진짜 그랬습니다.

겨울철에 보도블럭을 걷어내면 어디 돈이 또 남나 보다라고 생각했지요.

뭐 어느정도 돈이 남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보도블럭을 새로 까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얘기를 하나씩 해보겠습니다.

(글이 좀 길어지겠네요 ㅡ.ㅡ)

 

일단 현대 도심의 보도블럭을 까는 공법은 간단합니다. 보도블럭의 재질에 따라서 좀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골재(자갈이나 그와 같은 크기로 분쇄된 자재로 배수가 용이함)를 깔고 롤러로 다지고, 그 위에 모래를 깔고(역시 배수와

지반의 평탄화를 쉽게 잡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롤러로 다집니다. 그리고 그 위에 보도블럭을 깝니다.

그리고 그 위에 모래를 포설합니다. 마지막으로 빗자루로 대강 청소합니다.

모래를 포설하는 이유는 보도블럭 틈새에 모래가 들어가서 보도블럭이 깨지거나 하는 등의 원인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

보도블럭 자체가 배수의 목적이 있고 계절에 따라서 땅이 부풀기 때문에 일부러 이격을 두기 때문에

뭔가 배수가 가능한 자제로 그 사이사이를 채우지 않으면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피아는 위에도 말했지만 모래대신에 시멘트를 포설해서 보도블럭에 해당하는 석판들을 단단히고정시키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보시면 참 간단하지요? 정말 여름철에 비 한번 제대로 오면 침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는 위에도 간간히 언급했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쓰자면, 여기에는 의외로 도시화가 만들어낸 비극을 타개하려는 비책이 숨어있습니다.

도시화가 되면서 곳곳에 존재하던 하천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안타깝게 메워진 곳이 많습니다. 하천이 없어졌다는 것은 큰 비가 내릴 경우 남아있는 하천들이 더욱 부하가 심하게

걸려서 토사의 유실이나 홍수 등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심지어는 땅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곳이 어마어마 하니 배수는 더더욱 안됩니다.

그러면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당장 생각나는 것은 아래 3가지 정도입니다.

 

A. 하천 및 도시의 배수로 시설을 정비/보강합니다.

B. 제방을 콘크리트와 같은 재질로 더 두껍고 높게 쌓아서 토사의 유실과 하천의 범람을 저지합니다.

C. 댐을 여기처기 설치합니다.

 

B C는 참 누구 생각인지 4대강 스럽죠? ㅡ.ㅡa

A는 괜찮은 생각이지만 이게 사실 그 한계점이 명확합니다. 일단 이미 도시화된 사회에서 여기저기 맨날 까뒤집기도 애매하거니와

계획도시가 아닌 다음에는 누구 집 밑을 까야 하는 사태도 왕왕 발생할 것입니다.

노후된 수도관 교체도 힘들 정도로 무작위로 진행된 도시화이니 배수시설 보강한 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주거지역이 아닌 부분 위주로 A는 진행이 됩니다.

 

그렇다면 가장 친자연적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지표수가 지하수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해서 처리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최대한 많은 물을 자연스럽게 지하수로 스며들게 하고, 못한 물들을 배수시설을 통해서 하천으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장 자연스럽고 친환경적인 방법이겠죠.

여기에 보도블럭을 그렇게 왠지 어설프게 까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배수를 목적으로 깔아놓으니 큰 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배수과정에서 골재나 모래, 특히 모래가 유실되면서

지반에 군데군데 침하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장마나 태풍이 지나고 나면 도보블럭이 침하되어서 길이 참 엉망이 되지요.

만약 보도블럭을 오래 가게 하는 목적만으로 만들었다면 요즘 콘크리트 기술만 생각하면 정말 쉬울 것입니다.

지반을 까고 롤러로 다진 후에 최신기술로 만들어진 콘크리트를 채우고, 보도블럭을 올리고 틈새는 역시 시멘트로 메꾸면 됩니다.

뭔가 4대강 스럽지 않나요?

 

그럼 왜 우리나라 보도블럭은 겨울에 꼭 까뒤집을까요? 그건 그때가 가장 시의적절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사실 적은 편은 아닙니다. 연간 강수량만 놓고 보면 그리 많지 않네? 할지 모르지만

7/8월의 서울강수량만 놓과보면 헉 소리 날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잠깐 뻘소리지만 아피아가도가 잘 남아있는 로마 전역의 월평균 강수량은 가장 많이 내려봤자 기껏해서 70~80mm 입니다.

일평균도 아니고 월평균입니다. 서울의 7월의 월평균 강수량은 300~400mm 입니다. 물폭탄 수준이죠. ㅡ.ㅡ;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매년 폭우가 오면 한강이 범람하네 어쩌네 하면서 하천이 강수량을 모두 커버하지 못하거나

못할 듯한 모습을 전국 곳곳에서 보여줍니다.

잠깐 빠졌던 삼천포에서 원래 자리로 돌아와서 얘기를 이어가면, 이렇듯 서울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도시에서

월평균 강수량을 살펴보면 4월부터 슬슬 100mm를 넘기면서 늘어나기 시작해서 7~8월에 정점을 찍고 9~10월초까지 줄어듭니다.

다시 10월중순 이 후부터는 40~50mm의 수치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결국 보도블럭 교체를 11월 이후, 연말이라는 상황에서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세를 보이게 됩니다.

뭐, 가뜩이나 자극적인 기사들 써낼 것 없는데 연말에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면서 도보블럭을 교체하게 되고

당연하지만 기자도 불편할 테니 과학적 이유같은 것이야 두번째인데다가 평소에도 방만하게 운영되어 낭비되는 예산이니까

요것 하나 더 얹어서 까대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 연말에는 꼭 빠지지않고 이 보도블럭 교체 기사가 나오는 것입니다.

게다가 당연하지만 보도블럭을 왜 교체하는지에 관한 과학적, 토목학적 지식이 없는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혹자는 '그럼 일부만 교체하면 되지 왜 전부 까뒤집지?'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공법의 특성상, 그리고 유실된 배수기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안타깝게도 다시 까뒤집는 것이 제일 싸게 먹힙니다.

또다른 의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속만 다시 시공하면 되지 왜 겉의 보도블럭은 재활용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약간의 행정편의와 시간상의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단 보도블럭 자체가 그렇게 강인한 소재가 아닙니다.

요즘은 점토블럭까지 나오니 강인한게 목적인 자재는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내구성이 정상인지 아닌지 육안으로 판별할 길도 없그 그래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모두 내구성이 정상인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죠.

그럼 남은 폐보도블럭은 어떻게 될까요? 골재로 만들어서 재활용도 하지만 의외로 그 상태로도 30~40%정도는 재활용 됩니다.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등산로와 같이 배수목적보다는(어차피 등산로는 답압으로 인해서 배수가 안되니까요)

도로의 목적에 필요한 곳으로 가거나, 여러분들이 훈련하시는 예비군 훈련장 등과 같은 군부대로 갑니다.

 

여기까지해서 좋은 기사에 나온 말도 안되는 논거를 까보기 위해서 잡설을 좀 해봤습니다.

그러니 너무 연말에 보도블럭 까 뒤집는다고 타박만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a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기자분이 계시다면 연말에 좀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보도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진짜예산낭비는 보도블럭 말고서도 어마어마한 곳에 많은데 그런 것을 르포형식으로 파헤치는 편이 예산방비를 막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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