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에 대한 단상...
2011.11.09 10:07
제가 다니는 회사도 회식이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주재하시는 회식은.....제 생각에는 80~90년대 회식의 모습에서 그다지
변한 것은 없는 회식 같긴합니다. 직원들은 경직되어 있고, 사장님은 제가 보기엔 막 2000년대에
들어선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워낙 나이나 직급이나 차이가 나다 보니 다소
술이나 대화의 주제 등이 무겁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 회식을 반기는 직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재하는 회식, 특히 저의 개인 비용으로 하는 회식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참고로 회식에서 1/n 같은 건 없습니다. 일단 제가 낀 회식은 무조건 제가 계산합니다....
회사 분위기상 직원들 생각속에 1/n 회식 같은 것 자체가 없습니다....)
일단 업무 이야기는 거의 안하고 분위기도 완전히 풀어 헤쳐버려서 한번 풀고 가자는
의미가 강합니다. 때때로 스스로를 희화해서 장난스런 분위기로 가져가기도 하고
직원들이 저를 성토하는 분위기로 흘러갈 때도 있지요. 하지만 이후에 뒤끝이 없다는 걸
실제로 체감을 하고 나서는 정말 맘놓고들(?) 깝니다...정말 깝니다...
근데....사람인 이상 거슬리는 것들이 안나올 수가 없어서 회식을 하면 이제 제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냥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라면 저도 수용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겠고,
실제로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별로 스트레스 받지를 않았지만....
이제 슬슬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좀 드는데....이제 와서선을 긋기도 좀 애매하고.......쩝...
예를 들어, 그 때 이런 판단을 잘 못 되었다, 이런게 맞지 않느냐...라던가,
밥먹으러 갈때 빨리 좀 일어나라...라던가, 설비 좀 사라고 한다든가....퇴근시간 되면 빨리 좀 가라라던가....
이런건 괜찮은데...
며칠 전 받은 아래와 같은 성토는 좀 스트레스가 되는 군요....
농담이 아니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는 것이 더 맘에 걸립니다..
"입사할 때 집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더니, 회사 대출 해주기 싫어서 확인해 본거죠?" 라던가..
(그전까지 무이자 대출이 되었는데, 코스닥지정감사에서 지적 받아서 무이자 대출제도가 없어졌죠...)
"업무 할 때 차 (회사에서 배차된 제 차를 말합니다. 영업은 1:1 배차, 간접부서는 5:1 정도의 공용차량,
일정직급 이상은 전용 차량 제공입니다.) 좀 맘대로 씁시다. 회사차 남는 거 없을 때 꼭 내차 써야 됩니까?"
(실제로 공용차량이 부족할 때, 차키를 자주 줍니다만, 저도 일이 있으니 항상 주지는 못하죠.. 아....유류비는
개인차 이용시 차종에 무관하게, 휘발유, 9km/l 기준으로 지급되거나, 법인 주유카드를 줍니다...)
수십만원이 넘는 회식비 쓰고 저런류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성토를 후배직원들에게 받고 집에 오니...참 허망하더군요....
저런 식으로라도 풀고 업무에 매진하자....라는게 회식의 취지겠지만서도.....
회식을....하지 말아 버릴까...
코멘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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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용군
11.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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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기분 파악 못하고 기어오르는군요.
어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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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자리라도, 선을 어느정도 긋는것이 좋아보입니다.
특히나 공용차량 같은 문제...
얼마전 명언이 생각나네요.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줄 알아~! "
전 요즘 이말을 마눌에게 적용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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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보스茶
11.09 10:34
냉소님에 취지는 좋으나....
간혹 호의를 이용해 자신에 이득을 챙기려하는자들이 있죠..
저도 냉소님과 같은 문제로 고민중입니다.
제가 잘해주고 싫은 소리를 안하니...이건뭐...정말 개판이 돼더군요...
혼자 속으로 울화통이 생기는데...이젠 어느 정도 체념상태이나 조만간에 쇄신을 하려합니다...
잘돼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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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11.09 10:38
회식은 업무의 연장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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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선에서 일침을 놓으세요.
회식 끝날 때쯤 한마디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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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1.09 11:07
이런 이런 류의 주제, 혹은 내 권한을 넘는 사안에 대한 건의는 안받는다...라고 선을 긋거나....
인신공격은 빼자.....정도의 선은 그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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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경
11.09 11:34
저는 솔직히, 저런 인신공격이 나오더라도 계속 놔두시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뒤통수에 대고 자기들끼리 하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낫습니다.
진심, 잘하고 계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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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1.09 12:01
흐음...그게 또 그런가요? 근데 그게 슬슬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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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쓰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있나요;;; 저라면 자기발전 비용으로 사용하겠습니다 뭐라도 하나더 배워두면 이득인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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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11.09 12:38
뭐.. 회식 1차는 건전한 이야기로 이어가는 편이지만....
2차쯤 되면 험담도 많이 나오고 별로 분위기도 좋지 않더라구요.
제 경우엔 1차만 참석하거나 2차는 맘 맞는 동료들과 따로 모이거나 해요.
술자리에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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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11.09 14:01
선을 긋는다 하더라도,
그 선이 회식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명확한 선'이 될 지가 의문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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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1.09 14:04
하하...제가 보기엔 실수하신것 같은데요.
산신령님의 말씀에 거의 공감이 가구요.
직원 레벨은 해 줘도 욕 먹습니다. 바라는 것만 많죠. 솔직히 말씀 드리면 그냥 그런 직원은 신경끄세요.
단지, 좋은 직원(태도, 가능성) 등이 가망성 있는 직원을 이끌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직원은 적어도 자신을 돌아볼 줄 압니다.
상사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좋은 직원도 꽤 됩니다. 잘 발굴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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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식 무용론자입니다. ㅡ,.ㅡ; 회식 없어도 잘 굴러 가는데 왜 굳이 회식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 술 먹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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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없는 직장은 그냥 돈버는곳일 뿐이지요.
능력만 있고 소통과 유대감이 없는 사람은 결국 외톨이 입니다.
그런 소통과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냉소님이 부러울 뿐입니다.
회식이라는게 우리나라의 잘못된 관행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워크샵은 말할것도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