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봉하마을 1주년.

2010.06.06 18:35

명상로 조회:1198

 

지난 5월 23일 봉하마을에 갔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여서 인도를 따라 걸어오는 참배객은 많이 눈에 뜨이지 않았지만 밀려오는 차량으로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습니다.  생가로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차량을 통제해 2km는 도보로 걸어가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1주기를 앞두고 제가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아서(아직 심한 몸살)군중 속에 끼여 있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최초의 민간 정권이자 주체 정권이란 연장선에 있고 남북화해협력이라는 민족사의 화두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이 대북특검을 수용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나 최초의 큰 실수였습니다.  딴나라당이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뚝심으로 거부했어야 향후의 정책을 이끌어 갈 동력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대중 정권을 비판하는 억지 중에 햇볕정책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비난이 가장 크지만 이것은 한 마디로 무식의 소치입니다.  북한은 이미 70년대 후반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박통이 미국 정부에게 북한을 제재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미국은 박통의 요구를 묵살합니다.  그래서 박통 역시 핵개발을 결심하고 프랑스에서 재처리 시설을 들여 오려다가 미국의 방해공작으로 좌절합니다.  결국 시해사건이 일어나고 김재규는 "뒤에 큰 세력이 있다"는 암시를 하며 구명의 오랏줄을 놓지 않았으나 과거의 인혁당 사건처럼 신속한 재판 끝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박통의 암살에 미국이 개입했는지 어쩐지는 모릅니다.  다만 신동아의 보도는 10,26 새벽 평소보다 약 5배 증원되어있던 CIA요원이 공항을 통해 모두 출국했다고 합니다. 몇년이 지난 후의 보도이기는 합니다.


한국사회가 건전하고 국민이 현명하다면 현대사의 그림자가 이렇게 어지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정도를 걸었지만 조선시대 이래, 어두운 역사가 너무 길었기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향하여 내미는 손을 두려워 하고 조심스러워 했을 것 입니다.  왜냐하면 현대사의 질곡마다 권력에 편승한 세력들이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제주 4.3항쟁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하고 보도연맹으로 사람의 목숨을 개 다루 듯 했으며 거창에서 노근리에서 가까이는 광주에서 자국민을 학살하는 난동을 부리고도 호의호식하며 살고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무현이 성공한 정치인 일까요? 아니면 실패한 정치인 일까요? 지금 역사가 후진하는 현상을 보면 그는 실패한 대통령이지만 나는 그가 적어도 절반은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는 조선시대의 암울한 과거로 뒤돌아가려는 우리를 불러 세우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고 외쳤습니다.  할 수 있다! 고 하면 된다! 고. 절망만이 가득했던 우리의 가슴에 작은 불씨가 스며 들어왔습니다.  비록 이 불씨는 희미하고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으며 짓밟히고 뒤집어 졌지만 쉽게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이루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가,  다음 세대가 이루지 못한다면 그 다음의 세대가 반드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종말을 초월해서 역사의 큰 족적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나는 이 점을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도로에는 노란 비옷을 입은 전경들이 느릿느릿 그러나 꾸준하게 밀려오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침묵하고 있는 이 사람들,  그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이 사람들의 염원이 들불처럼 번지는 날! 우리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인적쇄신을 거쳐 사회의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말뚝처럼 버티고 있는 기득권의 끈질긴 생존력을 밀어내고 일거에 바른 세상을 만들려 했던 참여정부의 몸부림이 어리석기는 했지만 한 알의 밀알로 묻히므로써 6월 2일의 지방선거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는 갔지만 후진하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우직하게 밀고 나갔던 그 향기는 바름이 결국은 삿된 것을 이긴다고 믿는 사람들의 걸음과 함께 할 것입니다.


제가 kpug에 올렸던 대통령 출마 시절의 동영상을 못 찾겠네요. 


그 사자후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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