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아래 클라우드나인님 글을 보고 생각나는게 있어 적어 봅니다.

 

우리 집이 15층 아파트 중 15층 입니다. 맨 윗층이죠. 그리고 만6세 아들 한명 키웁니다. 잘 아시겠지만 사내녀석은 만2~10세 사이에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우리 아이, 유치원 에서도 꽤나 조용하고 소심한 편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에너지는 주체하기 힘듭니다.

 

우리 아랫집, 50대 부부와 아이 2명이 삽니다. 아저씨는 뭐 하는 분인지 낮에도 집에 있어요. 인상 별로 안 좋습니다. 아줌마도 얼굴에

 

웃음기 하나 없습니다. 가족 자체가 좀 gloomy 한 편이라고 해야 하나.

 

어찌되었건, 이사 초기에(우리집이 2008년에 완공된 비교적 새 아파트임) 아랫집에서 몇 차례 인터폰이 왔고 결정적으로 A4용지에 "윗층의 소음으로 아랫층에서 고통받고 있으니 주의 해 달라"고 양쪽정렬- 좌우여백 15- 폰트 35로 예쁘게 저희 문에 붙여놨길래, 고심 끝에 헬쓰장용매트를 구입해서 거실 전체와 주방 일부를 깔았습니다. 1장에 2만원씩 하는, 매트 중 비교적 고가인 제품을 총 20장 구입, 도합 4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아이는 마음껏 뛰어 놀아서 좋고, 아랫집은 소음에 시달리지 않아 좋으니 40만원이라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매트가 깔려있지 않은 주방 공간과 서재에서 발생 합니다.

 

주방의 일부 공간에 트램플린(일명 덤블링이라 불리는)을 놨습니다. 아이 심심할때 타라고. 그거 타면, 약 0.5초 후에 득달같이 전화(인터폰) 옵니다. 고심 끝에 매트 한장을 더 구입해서 트램플린 지지대 8개에 모두 깔아 놨습니다. 그 이후 전화 안 오네요.

 

언젠가는 장모님이 싱크대 위에서 도마에 마늘을 찢었습니다. 역시 0.5초 후에 전화 옵니다. "맨 윗층에 살아서 잘 모르시겠지만, 아랫층은 너무 시끄러워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에요...등등"

 

어제는 아이가 아이 전용 의자에 앉아서 발판을 쿵쿵 밟았습니다. 순간 느낌이 안 좋더군요.이거 전화 오겠다...역시 0.5초의 스피드로 인터폰이 오네요. "너무 시끄러워 견딜수가 없다..조심해 달라.. 혹시 낮에 진공청소기 쓰느냐..맨 윗층이시라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힘들다..". 아내가 맞받아 치더군요 "저희도 청소는 해야 하니까요..".

 

아내가 어제 너무 화가나고 짜증난다고, 당신이 뭐라고 한마디 해 줘야 할것 같다고 하며 밤 잠을 잘 못 이루더군요. 그러더니 아침에 일어나서도 나한테 그러네요..당신이 뭐라고 좀 해 달라고.

 

사실 저도 어제 진공청소기 어쩌구 할 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뭐라고 하려다가,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아서 참았어요.

 

무엇보다 예전에 3층에 살 때 윗층 아이들 때문에 고통받은 기억이 있어, 그들 입장에서 생각 하려고 했고요.

 

저희 상황이 좀 특이한게 있긴 합니다.

 

우리집이 맨 위라 고통을 안 받고 있는 점, 아랫층 아저씨가 무슨 직업인지 몰라도 낮에도 집에 있는 점, 전반적으로 그 집 식구들 인상이 우울하고 히스테리컬 해 보인다는 점, 만6세 혈기왕성하고 순진무구한 아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등등.

 

어떠신가요? 사실 저는 이 문제에 전혀 개입 안 해 왔는데, 어제 일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일방적으로 내가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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