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각 이야기
2012.04.19 03:08
생각해보니 그동안 전각 이야기를 좀 빼먹었었군요. ㅋ
오늘 전각 공부를 하고 왔습니다.
전각강좌는 10주 단위로 진행됩니다.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시즌 1, 즉 왕초보반이 진행되었죠.
1주 쉬고 다시 시작된 시즌 2... 벌써 9주가 지나서 다음 주가 마지막입니다. ㅠㅠ
또 1주 쉬고 시즌 3이 시작되는 겁니다.^^
이 전각 강좌가 꽤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매 시즌 별로 신규를 뽑거든요.
제가 1기로 시작했고, 지금 저는 시즌 2지만 이번에 새로 시작한 분들은 시즌 1인 겁니다.
모두 한 강의실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시즌 새로 시작할 때마다 상황이 안되는 분들은 재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원수는 비슷하게 가는 것 같아요.
어쨌든 그렇게 20주를 향해 가고 있는데...
5월에 덜컥 전시회가 잡혀버렸습니다.
전시회는 저희만 달랑 하는 건 아닙니다.
최순우옛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시고,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더 유명하신
혜곡 최순우 선생님을 기념하는 자그마한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전시회를 하는데, 저희 전각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도 함께 하시게 되면서 저희도 엉겁결에 작품을 하나씩 출품하는 거죠.^^
주제는 "최순우옛집"과 관련된 글입니다.
저는 오수노인(午睡老人)이라는 네 글자를 새겼습니다.
낮잠을 즐기는 늙은이라는 뜻입니다. 최순우 선생님께서 말년에 스스로를 그렇게 칭하셨다고 하더군요.
뭐랄까? 세상 거친 풍파 다 견디고, 잔잔해진 바닷물... 유유자적하며 은거하는 분위기... 뭐 그런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왼쪽에 찍은 것이 새기고 처음 찍은 겁니다.
아무래도 지저분하고 둔해보이죠?
그래서 다시 다듬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이 오른쪽입니다.
전각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음각은 두툼한 겨울산처럼, 양각은 하늘거리는 봄꽃처럼..."
음양각을 서로 교차시켰고, 음악은 최대한 두툼하게, 양각은 최대한 가늘게...
원래 전각고수는 음각과 양각을 같이 새겨놓으면 어떤 게 음각이고 어떤 게 양각인지 헛갈릴 정도가 되어야 한답니다.
제가 새긴 걸 보시면 음각의 흰 부분과 양각의 흰 부분이 비슷한 두께감을 갖죠.
역시 음각의 붉은 부분과 양각의 붉은 부분도 비슷한 느낌이 들고요.
정말 전각의 고수는 이 비례를 잘 맞추기 때문에 금방 보아서는 음각인지 양각인지 갸우뚱하게 된답니다. ㅋ
전 뭐... 아직 멀고도 먼 길이지만요. ㅋ
제가 예전에 새긴 걸 보면 낮뜨겁다는 생각도 들고...
이곳 회원 서너분께 새겨드린 전각을 모두 도로 빼앗아 오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전각이 아니라 그냥 돌에 글자를 새기는 흉내 낸 수준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ㅠㅠ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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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낮뜨거워지는 건데...ㅠㅠ
그래도 잘 쓰신다니 다행이긴 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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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홀.. 저런거 뭘로 파나요??
몇일전에 소 뿔 자른거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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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돌이죠.
사진 속의 돌은 해남석이라는 우리나라 돌인데,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합니다.
소뿔, 상아 이런 것도 쓰기는 하는 모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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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옛집, 성북동에 있는 그 자그마한 한옥 말씀하시는 건가 봅니다.
본가 근처라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계속 못 가네요.
시민단체가 성금으로 사들여 보존하는 경우인데, 아마 최순우옛집이 첫번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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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바로 그곳입니다.^^
알아보니 최순우옛집이 1호고 지금 3호까지 있더군요.
전에 주신 전각 잘쓰고 있습니다. 제 싸인옆에 꼭 전각하고 같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