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우리나라에서는 IT 인력 대접이 X판이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우리나라는 정치가 X판이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엉망이고 갈라파고스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1%만 잘살 수 있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


사실 이렇게 말하기는 쉽습니다. 우리나라는 가망이 없으니 해외로 나가라고 말입니다. 해외로 진출하여 이민을 가거나 장기 근무를 하는 것은 사실 사람의 마음이고, 정말 그것이 사람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나가겠다는 사람에게 나가라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우리나라는 X판이니 해외로 뜨라고 부추기는 글에 대해서는 저는 매우 혐오감을 느낍니다. 특별히 어떤 분께서 나쁘다거나 그런건 아닙니다만, 그러한 논리가 결코 대한민국 99%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지옥을 만드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러한 논리를 혐오하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여러 이유로 대한민국을 뜰 수 없는 사람들을 지옥으로 내모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1%는 결코 될 수 없어도 적절히 능력이 되는 사람을 전부 대한민국 밖으로 내몰아 국내 시민 사회를 약체화 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각 개별 개인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그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은 외면하는 자기중심적인 논리일 뿐입니다. 


두번째는 이민이나 해외취업을 너무 낭만적으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나 피할 수 없는 인종과 국적에 대한 차별, 언어와 문화 장벽, 직장의 불안정성과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 이민자의 현실은 해외로 떠나라는 말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떠나라고 부추긴 사람이 문제를 책임져주지도 않습니다. PC쪽에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국민 오버클러킹'이라는 단어를 혐오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부추기기는 해도 그 안에 여러 문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 사람의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을 간단히 부추겨도 되는 것일까요?


세번째 이유는 이러한 '우리나라는 안되니까 떠나라'라는 논리는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자칭 보수층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악용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XXX가 싫어서 떠나는 사람들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현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에 불만이 있기에 떠나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층에 우호적이라기보다는 중도층이거나 적대적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식 보수화'가 더 빠르게 이뤄짐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나라고 하는 사람들은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결국 보수층을 도와줄 뿐입니다. 정권을 쥔 보수층은 우리 사회가 약체화되건 말건 자신들을 지지해줄 사람만 늘고 반대할 사람만 줄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정권이 그렇게 X판으로 나라를 운영해도 돌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취업이민이나 투자이민 등 본인이 정말 떠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신중히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그럴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가능성이 없으니 외국으로 떠나라고 부추기는 것은 정작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비하하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결과만 낳습니다. 우리나라가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바꾸는 것이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다 해외로 떠서 성공할 가능성보다 높습니다. 해외로 나가는 것의 어려움과 남은 자들의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고 너무 쉽게 '해외로 나가라'는 말을 쓰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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