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장] 무조건 해외로 나가라고 하는 게 과연 답일까요?
2012.05.21 16:04
'우리나라에서는 IT 인력 대접이 X판이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우리나라는 정치가 X판이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엉망이고 갈라파고스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1%만 잘살 수 있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라.'
...
사실 이렇게 말하기는 쉽습니다. 우리나라는 가망이 없으니 해외로 나가라고 말입니다. 해외로 진출하여 이민을 가거나 장기 근무를 하는 것은 사실 사람의 마음이고, 정말 그것이 사람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나가겠다는 사람에게 나가라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우리나라는 X판이니 해외로 뜨라고 부추기는 글에 대해서는 저는 매우 혐오감을 느낍니다. 특별히 어떤 분께서 나쁘다거나 그런건 아닙니다만, 그러한 논리가 결코 대한민국 99%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지옥을 만드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러한 논리를 혐오하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여러 이유로 대한민국을 뜰 수 없는 사람들을 지옥으로 내모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1%는 결코 될 수 없어도 적절히 능력이 되는 사람을 전부 대한민국 밖으로 내몰아 국내 시민 사회를 약체화 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각 개별 개인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그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은 외면하는 자기중심적인 논리일 뿐입니다.
두번째는 이민이나 해외취업을 너무 낭만적으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나 피할 수 없는 인종과 국적에 대한 차별, 언어와 문화 장벽, 직장의 불안정성과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 이민자의 현실은 해외로 떠나라는 말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떠나라고 부추긴 사람이 문제를 책임져주지도 않습니다. PC쪽에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국민 오버클러킹'이라는 단어를 혐오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부추기기는 해도 그 안에 여러 문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 사람의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을 간단히 부추겨도 되는 것일까요?
세번째 이유는 이러한 '우리나라는 안되니까 떠나라'라는 논리는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자칭 보수층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악용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XXX가 싫어서 떠나는 사람들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현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에 불만이 있기에 떠나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층에 우호적이라기보다는 중도층이거나 적대적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식 보수화'가 더 빠르게 이뤄짐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나라고 하는 사람들은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결국 보수층을 도와줄 뿐입니다. 정권을 쥔 보수층은 우리 사회가 약체화되건 말건 자신들을 지지해줄 사람만 늘고 반대할 사람만 줄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정권이 그렇게 X판으로 나라를 운영해도 돌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취업이민이나 투자이민 등 본인이 정말 떠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신중히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그럴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가능성이 없으니 외국으로 떠나라고 부추기는 것은 정작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비하하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결과만 낳습니다. 우리나라가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바꾸는 것이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다 해외로 떠서 성공할 가능성보다 높습니다. 해외로 나가는 것의 어려움과 남은 자들의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고 너무 쉽게 '해외로 나가라'는 말을 쓰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합니다.
코멘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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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외국으로 나가라고 말 못하죠.
두번째 지적하신 부분이 정말 엄청난 시련으로 다가올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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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은 견해로 젊고 아직 기회있을 때 나갔다 오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저도 벌써 7년째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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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5.21 16:47
맞아요...
글고 이민이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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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란
05.21 17:21
저도 이 글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특히나 돈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나가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 사람들의 돈은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로 인해 번 돈입니다.
그럼 더더욱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요즘의 풍토를 보면 이런 걸 자꾸 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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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5.21 17:39
본문에서
"우리나라가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바꾸는 것이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다 해외로 떠서 성공할 가능성보다 높습니다"
라고 하셨는데요. 이 주장에 대한 근거가 관건이 되겠네요.
어떤 근거로 이 쪽이 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시는지?
추가로, 이와 관련해서, 바뀌긴 바뀌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시달릴만큼 다 시달리고 죽고나서나 죽기 직전에 바뀌면,
그것도 개인적으로 별 의미없는 일이 되어 버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떻게 이 사회를 바꿔본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 뭐죠?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한국이 이렇게 바뀌어야 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런 얘기하면 날아오는 얘기가 중 하나가 동의는 커녕 바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이지 않나요?
"정권을 쥔 보수층은 우리 사회가 약체화되건 말건 자신들을 지지해줄 사람만 늘고 반대할 사람만 줄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
다"
라고 우려를 표명하셨지만, 사실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 중에서 막상 떠나라고 등 떠밀면, 선뜻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 선거에서의 20~30대 투표율 보세요~
몸으로 이 사회의 부조리를 체감하고 있어도 투표 안합니다. 헐~
노예근성이 제대로 배어있다고 봐야 겠죠.
물론 이것도 기득권층의 규율권력(disciplinary power)에 의해 아주 자연스레 세뇌당한 결과 일 수 있죠.
문제는 이렇게 세뇌당해 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 땅엔...
1997년 대선 투표 전에 아들 병역비리가 사실로 밝혀진 이회창이 대통령 선거에서 얻은 표가 993만표가 넘습니다.
김대중은 1003만표 불과 10만표 차이입니다. 투표자는 2천6백만이었구요.
38.7% VS 40.2% 정말 박빙의 승리였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김대중은 아주 아슬아슬하게 이긴 거에요.
2002년에서는 이회창이 1천1백만표 더 늘었습니다 ㅎㅎㅎ
참 국민들 관대하죠?
어쩜 그리 이타적인지 ;;;
노무현도 이회창을 60만표로 겨우 이겼습니다.
투표자 2천4백만 중에 1100만이 이회창을 찍었어요!!!
2007년에 이명박 역시 BBK다 뭐다 해도 역시 1100만표 이상 득표했죠.
5년간 이명박에 그렇게 데이고도 정작 중요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졌습니다.
헐...
이런 추세가 쉽게 바뀔 것 같으세요?
과연 한 20년내에 바뀔까요?
이 기간에 안바뀌면 저한테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백년 뒤에 저 죽고 나서 바뀌는 게, 제 인생이랑 무슨 상관이죠?
불안불안에 확률에 한번뿐인 소중한 인생을 걸으라고 말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죠.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요.
저도 무조건(?)이라는 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모조건 해외로 나가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주장을 보는 것을,
왜 한국에는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고 나누는 기회로 간주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현상만 보는 게 아니라 이유를 살피는 게 중요하니까요.
한국에선 아주 많이 간과되고 있는 것입니다만은 ;;;나가겠다면 현실적으로 이런 저런 면이 있고 잘 준비를 해야하니 신경쓰라고,
대책을 세워서 나가라고 말해주는 것이 상대방의 인생과 입장을 더 헤아리는 반응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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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5.21 17:44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중 하나가 바로 투표인데 현 사회시스템에서 제일 고초를 치르고 있는 세대나 계층의 사람들이 세대배반, 계급배반적인 투표와 투표율을 보여주는데, 희망을 가지기가 정말 쉽지 않죠.
더욱이 남한테 그런 희망을 공유하자고 할 때엔, 더욱 신중해 져야 할 것입니다. 남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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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IRIS님께 해외로 나가라고 종용하셨나 보죠? :)
뭐, 남보고 나가라고 할 정도로 비전을 제시할 만한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본인부터 나가는 솔선수범을 보이면 되죠.
"너부터 나가라." 일갈하시면 됩니다. :)대체로 동의합니다만, 논조가 다분히 감정적이고, 논리적 비약이 존재하는 점만 짚고 싶네요.
첫번째 적절히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빠져나간다고 사회가 휘청거릴정도로 한국사회가 유약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분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국내시민사회를 약체화시키는 피해(?)를 가져올까요?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그래서 (남아있는) 내가 어려워지니까 반대한다는 것 또한 또 다른 자기중심적 논리가 아닌지요.
둘째,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없이 떠나지는 않습니다.
세번째 반대이유로 말씀하신 것처럼 '대한민국을 떠나라'는 말이 자칭 보수층을 강화하는 쪽으로 악용되고 있나요?(한편의 음모이론을 보는 것 같군요) 도리어 체제의 불합리성을 드러냄으로써 사회개혁을 주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대한민국이 싫어서 떠나는 사람들이 중도층이거나 보수층에 적대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단언하시는데,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음, 그리고 쓰시는 글을 보니 우리 쪽 사람들이 줄어드니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신 것 같은데, 저도 비약적으로 말씀드려 현 정권만 바뀌면 보수화가 덜 되는건지 궁금합니다.말씀하신대로 무작정 이민은 반대하지만(이 경우 대부분 실패한다고 하죠), 열심히 준비해서 나가는 것은 찬성입니다. 같은 노력을 하는데 인정받고, 보람있는 더 나은 조건이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대한민국이 싫어서 떠난다기 보다는 본인의 상황 등을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었고 그 결정은 존중받는게 당연합니다. 특별히 자녀교육시스템에 있어서는 더 나은 편이죠. 어찌됐건 싫어서 떠나든, 좋지만 어쩔수 없이 떠나든 대한민국을 떠나는 분들을 욕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무작정 떠나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너부터 나가"라고 하면 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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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
05.21 18:04
이미 나가 계신 분께서 나오라고 하시는데, 사실 나가고는 싶지만 능력이 안됩니다. OTL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여자친구를 데리고 갈 수 있냐 없냐도 실력이고, 정 어렵다면 포기할 수 있느냐도 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치관을 어디에 두느냐도 다르고, 한국에서 어느정도 살만하게 자리잡아 놓았는데, 나가면 밑바닥의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고..
리스크도 무척 크죠. 게다가 견디기 어려운 것중 하나가 차별입니다. 인종차별, 학력차별. 무시 못하죠..
이미 나가려면 늦어도 대학교 학부부터는 나가야지 그 나라에 발붙이고 살만해 보이더군요.
아니면 아얘 대놓고 천재중의 천재라던가요.
한참 미국, 캐나다 유학겸 이민을 생각해 봤지만.. 그냥 한국 살려고요. ^^
한국에서 IT학대 안하는 직종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유학/이민 성공하는 것 보다 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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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서라도.. 적당히 중간 정도 위치해서 사는 거라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Top을 노린다면 결국 그 쪽도 자국인 우선으로 들어갑니다..
내가 밖에 나가면 Top을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외국에서 Top을 하는 데 드는 노력이 한국에서 Top을 하는데 필요한 노력보다 크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Top이라는 건.. 최고의 quality 일 수도 있지만.. 나이 먹어도 Top 으로 몰립니다.
Edge에 나이 먹어서 단지 외국인이기때문에 몰리면.. 것도 비참합니다. (몇 분 봤습니다... 휴.)
p.s 대단치 않은 단어인데.. 영어로 써서 죄송합니다만, 강조하는 의미로 놔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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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22 01:53
미쿡에서 밥먹고 살고 있습니다만, 순전히 자력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정착하는 것,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썩어문드러진 정권도 아니고 (주어는 없습니다) 땅바닥을 파고 있는 국민의 인식도 아닙니다. 제가 볼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다음 세대입니다. 한국전쟁으로 다 무너진 폐허를 지금의 우리나라로 바꾼 우리 부모님 세대와, 그 변화의 시대에서 자라온 지금 세대는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도 적고,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견뎌내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초중고를 다니는 젊은 세대는 지금까지 보아온 세대와는 자못 다릅니다. 갑갑합니다. 물론 그 실제 책임은 그들의 부모세대에 있겠습니다만 그 결과인 고통은 고스란히 그 세대에 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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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5.22 10:37
아~ 공무원이 꿈이라는 초등학생들 말인가요?
그게 어디 걔들을 탓할 일입니까?
애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기성세대, 이 사회 탓이죠.
자업자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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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5.22 10:34
잘 봤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