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는 아무리봐도 자충수
2012.06.07 10:24
이전에 인터넷 서점들이 20% 이상 할인했을 때 동네 서점들이 들고 일어나서
1년 내 신간들은 무조건 10% 세일 제한을 걸어버렸죠.
그리고 지금도 동네에서 서점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대형 서점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더 나은 물류 체계와 단축된 마진 단계로 가격이 더 저렴해야 하는 인터넷 서점이
소매시장급의 동네 서점과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강제로 가격 인상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보다 앞선 물류 체계가 들어올 가능성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 받아서
결과적으로 스스로 서적 시장을 줄여버린 것입니다.
1. 서점에서 책 구하기 어려운 건 다 아실테죠. 그 쪼그마한데는 물론, 교보문고 나가봐도 원하는 책들을
구하기 어렵고 절판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네 서점에 주문 하라구요? 우리 동네 서점은 작은 거 하나 남았습니다.
게다가 엉덩이가 남산만하게 무거워서 일주일이 지나도 안 들여놓고 들어올 때 전화해준다고 전화번호 남기라고 합니다.
인터넷 서점은 인터파크 등을 통해 중고책도 주문할 수 있어서 가장 책 수급이 원활하고,
배송도 바로 다음 날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이죠.
2. 인터넷 서점이 저렴하게 팔 때, 동네서점도 그나마 10% 20% 세일 해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부 배째라 정가판매 입니다. 가격 경쟁? 책은 신성하니까 자본주의의 돼지같은 음란한 짓은 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가격 차이는 별로 없고 책 구하기는 어렵고 주문도 오래 걸리니 그냥 인터넷 쇼핑몰을 써버리죠.
3. 배급망이 발달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한때 인터넷 서점이 발달 했을 때, 증가하는 책배송 수요를 맞추기 위해
편의점이나 지하철의 조그마한 부스에서 책을 대신 갖다주는 서비스가 생겼었죠. 당시 택배사업이 처음 열렸을 때
부족한 배급망을 보완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가 실시되었던 겁니다. 덕분에 보다 다양한 수단으로 더 빠르게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없습니다.
이제 시대는 전자책으로 흐르고 있어서, 국내의 출판사들이 발악을 하든 말든 점점 전자책 컨텐츠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전자책의 장점은 데이터의 유지 관리가 쉽고 유통 채널을 극소화 시켜서 (서점도 필요없고 택배도 필요없고)
가격을 훨씬 절감할 수 있죠. 근데 현실은 10% 가격 인하 제한으로 ㅋㅋㅋ
지금 대형마트들의 주말 영업 금지라든지, 진행중인 평일 9시 까지만 영업 이런 것도 미래가 보입니다.
장,단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암울하고 장기적으로 외국 자본에게 쳐발릴 판매자들에게 암울한 미래가요.
적기조례
赤旗條例
Red Flag Act
영국에서 만들어진 법으로 '붉은 깃발법'이라고도 한다. 정식 명칭은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 줄여서 Locomotive Act라고도 한다. 3번에 걸쳐 개정되었다. 이른바 '적기조례'라고 알려진 것은 1865년의 2차 개정법률.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권위가 만들어낸 병크이자 악법.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 주는 사례.
1826년 영국에서는 사상 최초로 실용화된 자동차가 등장한다. 증기 기관을 탑재한 28인승의 이 자동차는 런던 시내와 인근 도시 간에 정기 노선 버스로 10대가 투입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 증기 자동차가 실용의 영역을 넓혀갈 무렵,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법안이 통과돼 막 불이 붙기 시작한 영국의 자동차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다. 당시 증기기관은 놀랄만한 발명이었다. 그 후 끊임없는 증기자동차의 실용화 노력은 이어져 1820∼1840년에 걸쳐서는 ‘증기자동차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증기자동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마차와 철도업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그리하여 제정된 법이 1865년 선포된 ‘붉은 깃발 법', '적기법' 등으로도 번역되는 적기조례(Red Flag Act)이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본 마차 업자들이 징징대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빅토리아 여왕이 성은을 내린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러하다.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1861)
차량의 중량은 12톤으로 제한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10마일(16km/h), 시가지에서는 시속 5마일(8km/h)로 제한한다.
The Locomotive Act 1865(적기조례)
최고 속도는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6km/h), 시가지에서는 시속 2마일(3 km/h)로 제한한다.
1대의 자동차에는 세 사람의 운전수(운전수, 기관원, 기수)가 필요하고, 그 중 기수는 붉은 깃발(낮)이나 붉은 등(밤)을 갖고 55m 앞을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 기수(旗手)는 보속을 유지하며 기수(騎手)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한다.
Highways and Locomotives Act 1878(개정법)
기수의 필요성은 제거.
전방보행요원의 거리가 20야드(18m)로 단축되었다.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정지해야 한다.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뿜지 말 것.
이유는 마차를 끄는 말이 자동차에 놀라 날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조례 내용 중에 '증기를 내뿜지 말 것'이라는 조항이 있는 것을 보면 아예 증기 자동차의 운행을 규제하기 위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의 속도와 운송 능력을 마차 시대의 의식 수준에 얽어맨 어이없는 규제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크게 위축되고 만다.
법안이 선포될 당시 자동차는 이미 시속 30㎞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로 시속 6.4㎞, 그것도 마차 뒤에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누가 영국 땅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겠는가.
그 당시 많지도 않던 자동차를 두려워하여 만든 이와 같은 악법은 이후 30여년이나 효력이 있었고, 이 법으로 인해 산업 혁명의 발원지로서 다른 나라를 앞서 있던 영국은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간단히 제2차 산업혁명(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까지)의 주역인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 등에게 빼앗기게 된다.
이 법은 1896년에 폐지되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달리지 못하던 자동차가 이미 프랑스와 독일에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며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사양산업인 마차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결국은 마차와 자동차를 모두 잃게 한 셈이다. 게다가 그 여파는 20세기는 물론 21세기에도 계속되어, 현재 영국 국적의 자동차 회사는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으며(롤스로이스, 벤틀리, 재규어, 랜드로버, 로터스, 미니는 외국 회사에 매각되었고, 트라이엄프, MG로버 등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었다.), 2차산업 전반(공업)이 쇠퇴하는 원인을 만들었다.
코멘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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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피드
06.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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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주문한 책 아직 받을 수 있던데요 ^_^
참 예전에 서점 참 좋아 했었는데 동네 서점 가면.. 여행 서적 같은 경우는 최신판이 잇어야 되는데
아직도 가면 몇년전 판을 그대로 가지고 있더군요 최신판은 물론 없구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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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하려고... 동네 서점이나 이런곳 가면 책이 없습니다... 신간인데 불구하고요
책도 없고.. 주문을 해야 오니까... 이제는 굳이 서점 안가봅니다...
더군다나... 인터넷 에서 10%할인에 10%적립... 10권사면 보통 1권이나 2권은 더구입가능하더라고요...
카드가있으면 적립이 더되고 .... -ㅅ-;;
이제는 대형서점가서도 책만 구경하고 오네요...
그래도 전 전자책은 싫습니당 -0- 책은 역시 소장하고 가지고있는게 좋은거 아닌가요 ㅎㅎ
책은 많이 안보지만 책장에 가득한 책만 봐도 ... 흐믓흐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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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란
06.07 11:33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종이의 질을 달리해서 가격 조절하는 식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출판사들이 그럴 생각은 없어보이네요.
외국의 경우 책값 정책은 독서를 권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냥 돈벌기용입니다.
그러면서 책은 신성하니 정가제를 한다라...웃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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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으로 팔려야 종이질을 낮은거써서 가격인하를 하지, 국내 경우 판매량이 별로라 저가 종이 써도 책가격은 거의 안내려 감.
그래서 걍 좋은 종이쓰는게 낫다고 전에 망한 잡지사 편집자가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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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6.07 11:40
도서정가제 폐지는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좋지만, 사실 산업으로 따지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입니다. 맛살님의 의견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며, 반대의 면에서도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서 그 부분도 적어보고자 합니다. 도서정가제 폐지는 철저히 소비자에게만 맞춰져 있을 뿐 공급자/제작자의 시각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우리나라 출판 시장이 커질까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취미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책값이 싸져도 혜택을 보는 사람은 책을 많이 사는 사람들 뿐입니다. 저도 많이 사지는 않지만 한달에 한권쯤은 사니 저도 이득을 보는 사람이겠지만, '책'이라는 텍스트 컨텐츠는 가격을 떠나서 우리나라에서 선호도가 낮습니다. 가격이 문제라면 최고의 E-Book 리더인 스마트폰과 패드가 넘쳐나고 마음만 먹으면 불법 텍스트 파일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다들 이렇게라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데 거리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 다들 게임과 영화만 볼까요? 출판 시장의 축소의 근본적인 문제는 가격보다는 '텍스트 컨텐츠'를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데 원인이 있습니다.
2. 오프라인 서적의 배급망 발달 기회가 도서정가제때문에 사라졌다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현실에 맞게 진화한 것입니다. 도서 가판대에서 방문 수령은 책을 아예 안읽는 문화 덕분에 사라진 것도 있고, 지금은 그 보다 훨씬 획기적인 '당일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주문하면 그날 오후에 퇴근도 하기 전에 도착하는 도서 전문 택배가 퇴근할 때야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가판대 수령보다 훨씬 진일보한 배송 시스템입니다. 세상이 바뀌었기에 그에 맞춰 새로운 배송 시스템이 자리잡은 것일 뿐이며 다른 시스템은 이 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기에 도태되거나 기획 단계에서 사라졌을 뿐입니다. 지금 수도권 지역의 당일배송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빠르고 편한 도서 배송 시스템이 있는지요? 편의점 수령도, 가판대 수령도 새 방식에 진 것일 뿐입니다.
3. 도서정가제 폐지의 논리는 '소비자가 싼 책을 사고 싶다'는 것 뿐입니다. 여기에는 공급 가격에 대한 보장같은 것은 없습니다. 가격 무한 경쟁을 하는 대형마트의 등장은 무엇을 낳았습니까? 무제한의 제조사나 협력사 쪼아대기, 그리고 가끔씩 터지는 부실한 제품 파동입니다. 물론 제품 가격은 분명히 저렴해졌지만 그 뒷면에는 소비자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은 일까지 터지고 있습니다.
도서 가격의 무한 파괴, 즉 공급가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오면 공급자(출판사, 저자, 번역가)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터집니다.
- 군소 출판사의 몰락(사실 어느 정도 출판사 수는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 초대형 출판사로의 편중 현상 극대화(나쁘게 말해 29만원짜리 무한통장에 돈을 더 퍼주게 됩니다. 왜 그런지는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 저자 및 번역자의 인세 축소로 인한 저작 의욕 감소 및 저질 번역에 따른 출판물의 질적인 저하
사실 이 문제는 지금 대형마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와 같습니다. 소형 제조사와 공급처가 망하고 그 결과 재벌계 회사들이 공급을 독점하는 것, 기껏 공급을 받았는데 저질 제품이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가 출판계에서 똑같이 일어날 뿐입니다. 다만 생필품이 아닌 문화 컨텐츠인 서적은 질적인 저하와 서적 수의 감소가 일어나면 아예 사람들이 외면해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도 외면하는데 더 외면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것이 대형마트와의 차이입니다.
다만 재미있게도 이러한 종전 출판 유통 라인의 붕괴가 E-Book의 발전에는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종전의 저자들이 인세 보증도 제대로 못받는 출판사나 종전 유통 라인을 포기하고 직접 E-Book 유통을 할 가능성인데, 이건 말 그대로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이기에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도서정가제의 폐지는 나름대로 논리는 있지만, 그것이 지금의 문제를 전부 해결해줄 Silver Bullet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문제의 일부라도 해결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사람들이 책을 안사는게 그저 '비싸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판단 착오입니다. 지금 세상은 마음만 먹으면 별의 별 불법적인 수단을 다 써 책을 무한정 볼 수도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책을 안보는게 정작 중요한 문제입니다.
도서정가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책의 불필요한 원가부터 빼는 것입니다. 출판계의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으며, 고품질 용지와 컬러 인쇄, 양장본 등 책의 '소유와 전시'에만 초점을 맞춘 원가 상승 요인을 줄여야 합니다. 물론 문고본 등 여러 원가 절감 시도가 '책을 안읽는다'는 근본적인 문제 앞에 지금까지 전부 실패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원가 절감에 대한 노력은 계속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저자와 번역가에게 합리적인 인세를 줄 수 있고, 그것이 책의 컨텐츠로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지금 소비자가 출판계에 요구해야 할 것은 그저 싼 책보다는 '돈 주고 살만한 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그 자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책이라는 텍스트 컨텐츠를 읽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부작용으로 최소화하고 책값을 낮추는 것은 무한 경쟁이 아닌 출판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고 출판 서적의 질적인 향상을 노리는 것 뿐입니다. 물론 책의 소비자 입장에서도 책이라는 것은 그 안의 컨텐츠이지 장식품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일단 책이라는게 어느 정도 팔릴 수 있는 환경을 꾸며 놓은 뒤에 도서정가제 폐지를 이야기하는게 맞습니다. 오히려 지금 도서정가제를 폐지하면 국내 극소수의 출판사, 해외 초대형 출판사가 우리나라를 싹 쓸어 먹는 상황만 벌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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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06.07 12:23
공감합니다. -
피버란
06.07 18:51
저는 책을 자주 사는 편이라 도서정가제가 좋지 않게 느껴졌는데 댓글 읽으니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한 듯 하네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책을 잘 안 읽는 이유에는 과도한 교육량도 한 몫을 함니다. 초중고등학교 때 지나칠 정도로 많은 텍스트를 접하고, 독서도 뭔가를 얻어야 하는 것처럼 읽게 하다 보니 책 자체에 질려버렸죠.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텍스트를 적게 읽는 건 아닙니다. 신문기사 많이들 봅니다. 애초에 독서교육 자체가 뭔가를 얻기 위한 것이 되다보니, 그리고 종이 한 두장 정도의 교과서 문학 읽던 게 버릇되다 보니 신문기사는 다들 많이들 읽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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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6.07 11:49
덤으로... 왜 인터넷 서점은 책이 있는데 대형 서점도 책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보겠습니다.
용산에 컴퓨터 부품을 사러 갔는데 어떤 집에서 원하는 부품을 5분안에 내주지 않는다고(즉,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 화를 내시겠습니까? 대형 서점이건 뭐건 '진열공간'은 결국 한정된 것입니다. 진열공간 없이 창고만으로, 그것도 창고 크기를 쉽게 늘릴 수 있는 싼 땅에서 운영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은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재고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동네 구멍가게보다 동네 SSM이, 그리고 SSM보다 대형마트가 더 많은 제품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땅 크기가 재고의 양을 결정합니다. 동네 서점의 무모함은 좀 거시기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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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엔 몇가지 구성 조건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산업의 고도화, 집적화로 인해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진입장벽이죠.
작게 보면 부모님, 친구가 하던 조그마한 복덕방이나 서점이 망하는 것이지만 1인칭 시점이 아니라 3인칭으로 보면 이미 도서판매업은 시장 포화상태에다 앞선 자금력과 기술력, 인력을 갖춘 선두 주자들의 경쟁력도 갈수록 차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기술 발전이 없던 조선시대도 아니고 부모님이 하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아 대대손손 전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사업 전망이 안좋아서 더 이상 수익을 벌 수 없을 것 같으면 손 때고 다른 일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한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내가 하는 일에 왜 니가 와서 깽판을 놓느냐? 정 내 일 가져가고 싶으면 권리세나 내놔라' 같은 꼴이 되죠. 시장을 쓸어담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누군가 UFO 기술력으로 컴퓨터 만들어서 CPU 시장 다 휩쓴다고 인텔이 로비해서 우리나라에서만 팔도록 강제하면 그게 좋은 거겠습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가 잘 나가는 걸 싫어합니다. 남이 땅사면 배아프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지금까지의 한국 패턴이 시장을 쓸어담는다 -> 남는 돈을 재 투자하지 않고 정치권에 투자하여 독점 시장을 강화하는데 주력한다 ->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온다. 같은 시장의 실패, 정부의 실패가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실패를 부정하고 저런 '잘나가는 길'을 걸어가는 놈들은 나중에 똑같이 될꺼라고 엉뚱한 데 욕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독점의 지위를 달성한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올 욕이 다른 데 가는 걸 보면서 웃고 있고요.
누군가 툭 튀어나와 잘 사는 걸 방해하면 안됩니다. 누군가가 우리들을 잘 살지 못하게 만드는 걸 막아야 합니다. 미국같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비효율적으로 독점을 하기 시작한 회사는 갈라버리는 독점방지법 같은 걸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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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6.07 15:55
우리나라 사람들 책 안읽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 때문인 거 같습니다. 책하면 참고서 밖에 안떠오르니 책 읽는 취미를 가진다는 게 정말 드문 일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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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K953
06.07 15:59
요즘 한국 기업들 하는 작태를 생각하면, 굳이 외국자본이 한국 재벌들 쳐바르는 걸 나같은 소시민이 우려할 필요가 뭐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재벌들이 더 악랄한 면도 분명히 있으니까요.일본보다 친일파가 더 독하다는 맥락에서요. 전 외국자동차 회사가 현기차 좀 눌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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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al
06.07 18:15
한국에는 책보는 사람 얼마 없습니다. 인터넷서점이 큰곳이 몇 곳 있으니까 많이 팔리는거 처럼 보일뿐입니다.
얼마전에 남자친구가 선물해주면 화나는 선물 1위가 책이 였습니다. 이게 현실이구요.
시장이 작으니 비싸게 받아야 그나마 유지가 되는거구요.
전자책은 안드로메다로 간지 오랩니다. 전자책만드는것도 종이책만큼 비용이 많이드는데 DRM문제 들어가면
제가 작가라고 해도 안한다고 할겁니다. 전자책이 유행하면 작가가 바로 책을 팔수 있고 어쩌고 다 유토피아
적인 이야기죠. 실제 작가도 글을 쓰는것이지 그 글을 다듬고 조판하고 앞뒤 표지를 만들고 모양을 짜는게
아니거든요. 종이책문화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세일 하던말던 책은 망했어요.
마케팅몰이로 유명한 몇몇 책들 판매량 빼곤...
원가 절감이야기도 나올만한데요. 그 절감할 원가가 거의 없습니다. 종이질은 차로 미루고 보더라도
편집 조판이런것도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냥 책한권 혼자 써서 프린트해서 제본하는거랑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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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판매는 판매자 마음데로 하는게 아닐까요?
정해진 가격보다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니라면, 비난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소비자가 할인 하는 곳 가서 구입하면 그만이니.. 배째라 심보가 아니라
동네 서점에서는 정가에라도 안 팔면 가게세 내고 유지가 될까 걱정 입니다. ^^
저도 정가에 판매하는 서점이 있다면 안 가는데.. 그래도 필요에 의해서 가는
사람도 있겠죠.. 인터넷 쇼핑 같은 것 안 하는 분들도 있고, 2만원 이상 구매해야
택배비가 공짜라던지..
그러고 보면.. 요즘 1만원짜리 책도 무료 배송 되는 것 같던데... 이미 책 가격에 배송비가
다 포함 되었을까요? 예전에 비해 책 가격이 많이 비싸진 것 같은데.. 책의 할인율이 높다는 것은
적정 가격보다 책값이 미리 높게 책정되었다는 게 아닐까요?
동네 서점이 문 닫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인터넷 서점, 대형 서점..
독서 인구의 감소, 책 대여점등등의 여러 가지 원인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힘들어지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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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
06.08 17:50
저도 책을 자주 사지만 거의 100% 인터넷에 의존합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안 사는 이유는 님의 의견과 같구요.
때론 교보같은 큰 서점을 가긴 하는데 거기서 괜찮은 책 찾아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한다는;;
조금 답답하네요...
대부분 서적을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1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