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012.10.25 09:23
나를 만드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제까지 읽어온 책/들어온 음악/본 미술/즐겼던 운동/먹은 음식 등이 나를 만들었다.
요즘에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책을 읽는다. eBook이 아닌 종이책 말이다. 출퇴근 시간에 그저 꾸벅꾸벅 졸았던 것에서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책을 읽는다. 그저 책을 읽는다는 즐거움에 걸어가면서도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은 참으로 생각을 키우고 확장시켜 나가는데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영양분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은 고도의 몰입상태에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황농문교수가 말한 것 처럼 이러한 몰입은 그동안 자신의 속에서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생각들을 총체적관점에서 정리/결합시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몇개월 전부터 나는 다시금 생각하고/말하고/쓰고/그리는 것에 대해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세 가지를 좀 더 자세히 알아가 보자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생각하고/말하고/쓰고/그리는 것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배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자기의 분량만큼 생각하고/말하고/쓰고/그리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다 죽는다. 나는 좀 더 '생말쓰그'를 확장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적어도 한 가지 책에서 세 가지만 끌어내자고 결심했다. 여기에 최근 '생말쓰그'를 위해 읽은 책을 리스트업 해본다. 말 그대로 가치 없는 책도 있고, 가치 있는 책도 있지만 그저 리스트업에 의미를 둔다.(밑줄 친 책은 추천하는 책)
생각하기 - 소크라테스의 변명,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사회적원자, 진실 대 거짓, 존재하는 신, 생각의 탄생, FBI행동의 심리학, 여자의 가방,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기억전달자, 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 뜻으로 본 한국역사,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 명품의 조건, 비행기의 역사, 맨즈 잇 스타일, 태양은 왜 빛날까, 아이콘, 행복의 건축, 정의란 무엇인가, 길모퉁이 행운돼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집을 순례하다, 게으른 고양이의 결심, 위클리비즈, 논리의 기술, 30분에 읽는 히틀러, 시계이야기, 스밀라의 눈에 대한 기억, 스틱
말하기 -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스피치, 3의 마법, 하루 30분씩 30일이면 미국 유치원생처럼 말할 수 있다, 화나면 흥분하는 사람 화날수록 침착한 사람,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쓰기 - 에버노트 라이프, 마이크로스타일
그리기 -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 창작면허 프로젝트, 눈의 황홀, 디자인의 디자인, 존 러스킨의 드로잉, 낙서 마스터, 자화상전, 서양미술사, 무서운 그림, 손바닥 아트, 101명의 화가, 북유럽 디자인, 디자인 캐리커처, 세계명화 비밀, 이지 드로잉 노트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문화와 예술이 발생했다. 보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진/영화/연극 등이 발전했고, 듣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음악이 발전했고, 먹고 맛보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요리가 발전했고, 맡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향수가 발전했고, 몸을 만족시키기 위해 춤/스포츠가 발전했다. 여기에 덧붙여 말하고 표현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설/스피칭/노래가 발전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가 뭔가를 원하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보조재가 제공된 것이다. PDA나 스마트 폰도 마찬가지다. 정보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삶을 보다 편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 것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을 자신의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외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을 내부에서 찾지 못했는가? 파스칼이 말한 것 처럼 인간의 중심이 비어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그 빈 구멍을 채우기 위해 외부의 대체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우리는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소유하기 원한다. 그러나 많이 가지면 정말 행복한가? 조금 편리해질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대체물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옆 사람의 빈 구멍을 채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그 구멍을 채울 것인가.
먼저, 바라보자. 상대의 빈 구멍을. 그 빈 구멍을 약점삼아 그를 공격하지 말고, 그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노력을 시도해 보자.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남의 장점을 배우도록 하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남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때 내가 기타를 뜯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몇개월 후에 만난 친구는 기타의 고수가 되어 있었고,
내가 만든 동호회 회원들 다수가 연구직이나 교수, 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원때 일본여행 중 몇마디 회화 나누는 것을 보던 후배는 자극을 받아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결국 해외에서 박사를 땄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인사이트를 준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주변사람에게 이런 인사이트 한 번 안 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작 자신은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남에게 준 인사이트로 만족하고 그정도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나 자신을 더욱 계발하는데 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인생의 유한성에 슬퍼하며 모든 것을 하더라도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기에 어떤 일을 하든지 의미가 없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스쳐가는 시간(크로노스) 속에 의미있는 시간(카이로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 아주 작은 진보라 할지라도 인류의 지식유전자를 통해 계속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 말이다. 비록 개인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의 삶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될 터이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 일분 일초가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이다. 신이 우리에게 주신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자신과 남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자.
감사. 일단 스크랩해봅니다 ㅎㅎ;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의 감상평이 궁금합니다.
몇 년 전부터 볼 책 리스트에 얹어놓고 움직이지 않고 있네요;
저걸 빌려봐야 하나, 차라리 살까 고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