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그곳에선 마치 시인 백석과

 

그가 자야라고 불렀던 그의 연인 김영한이 이생에서 못다한 사랑을

 

마치 물고기로 환생하여 아름다운 삶을 나누는 듯 했다.

 

지난 주말 늦은 시간에 찾은 성북동의 길상사.

 

서울 도심에 있기에 가끔씩 찾은 사찰이지만

 

늘 갈때마다 맘이 새로워진다.

 

정말 춥던 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풍경소리만 들린다.

 

아마 길상사를 모르는 이들은 없으리라.

 

법정스님,

 

아니면 시인 백석,

 

아니면 김영한님과 얽혀져 있는 소문난 사찰.

 

 

난 불자는 아니지만

 

가끔씩 그곳을 이유없이 찾곤 한다.

 

원래 이 길상사가 있는 땅은 원래 유명한 요정이었다.

 

부지 7천평이나 되던 대원각.

 

1996년 그 대원각의 주인이던 김영한은 이 땅을 법정 스님에게 조건 없이 시주하여 길상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여인.

 

그 이후로 이곳 길상사는 일년뒤에 완성되었고,

 

시주한 김영한이란 여인은 3년 뒤인 1999년 83세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유명한 산속의 사찰과는 규모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아마 땅의 값어치로 따진다면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서울 강북의 부촌이라고 하는 성북동이 아니던가..

 

그리 크지 않은 공간.

 

그러나 차암 정겹다.

 

천천히 거닌다.

 

어둑어둑한데...

 

스님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걱정반 막연한 기대반으로..

 

여러명의 스님들이 지나간다.

 

그 스님중의 한분이 사알짝 날보며 미소를 지어주신다.

 

정말 아무도 없었는데..

 

왜 그땐 두손을 모을 생각을 안했지?

 

그냥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낸다.

길상사를 지은 법정스님과 이 땅을 시주한 김영한님과의 관계.

 

법정 스님은 송광사 불일암에서 지낼 때 겨울이 너무 추워 미국에 있는 사찰에 머물면서 책을 번역하고 설법을 하며 지냈단다.

 

그때 김영한 보살을 만나 대원각을 사찰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하니..

 

이것도 인연이 아니던가..

 

지금도 큰 돈인데, 그당시 1천억원이라면 얼마나 큰돈이었을까?

 

사람들이 물었단다.

 

기부한 그 큰 돈이 아깝지 않았느냐고..

 

치만 김영한님은 그랬단다.

 

그 돈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그렇게 김영한님이 말했던 그분이라는 사람.

 

바로 그녀가 평생 사랑했던 시인 백석이었다.

 

 

또한 그녀는 최고의 천재시인 백석이 사랑했던 연인이었고..

 

백석은 그의 시에서 늘 <자야>라는 이름으로 김영한님을 불렀단다.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

 

20대에 우연찮게 만난 그들은 비련의 연인이었다.

 

백석은 당시 일본 유학까지 마친 학교 영어 교사였고,

 

그가 자야라고 불렀던 김영한은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 동안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고,

 

어쩔수 없이 남과 북으로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어쨋든 남쪽에 남겨진 김영한님은 평생 그의 연인 백석을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으로 간직했고,

 

그를 위해 살다가

 

마지막 죽기 전에는 평생 그가 모았던 돈을 모두 시주하여 길상사라는 사찰에

 

또 그의 연인을 위해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릴 수 있는 백석문학상을 남기고 떠난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

 

길상사엔 알고보면 이런 애절한 사연이 담겨진 곳이다.

 

분명 그 둘은 백석이 남긴 시처럼 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게다.

 

그 두분이 남긴 비련의 사랑.

 

그리고 김영한님이 남기고 떠난 사랑의 유산.

 

분명 세월이 흘러 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우리들 가슴을 촉촉히 적셔줄 것이다.

 

분명 알고 있을게다.

 

이곳 길상사도..

 

당대의 천재 백석이 남긴

 

그의 연인 김영한님을 위한 시를 적어 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추웠다.

 

정말 추웠다.

 

성북동 길상사에서 그랬다.

 

출처: http://blog.naver.com/cafeinfo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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