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제 참석했던 ‘공공 솔루션 마켓 2012′에서 ‘공공 PMO 선진사례’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던 딜로이트 이준일 이사가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수천억을 들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국내외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참여했지만,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보니 모두 자기가 담당하는 일에만 주목하고, 신경을 쓰더라는 것이다. 서로의 일들이 다른 파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생각을 안하더라는 것이다. 제목에 언급한 책인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조금 길긴 하지만 인용해보고자 한다. 이게 고도로 분업화된 성과중심의 조직에서 개인이 느끼는 자괴감인 것이다.


“대학교를 갓 입학한 지 몇달 되지 않아 고등학교 은사께 찾아간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선생님께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한 채 헤어진 것 같아 마음이 늘 불편했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갔을 때 때마침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무언가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중략)…..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교우 관계 그래프를 보면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중략)….. ‘여기 이 선들 보이지?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녀석들은 서로 친구가 되어주면서 힘들 때 위로가 되고, 공부도 같이 하고, 기쁜 일에는 함께 기뻐해주는 사이인 거지. 또 함께 대학에 가기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하겠지’…..(중략)….. ‘그래서 이 놈들은 내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자기들끼리 잘 할 테니까. 내가 신경써야 할 건 여기 선이 없는 바로 이 아이들이야. 아이들을 괴롭혀서든 왕따가 됐건 간에, 아이들이 싫어한다는 뜻이지. 나는 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면 돼. 공부도 공부지만, 힘들고 외로울 때 늘 그자리에서 위로해주고 즐거운 일에 축하해주고, 인생의 멘토가 되어줄거야. 네가 지금 잊지 않고 나를 찾아온 것처럼 말이다’…..(중략)….. 그러나 나 역시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은 학교생활을 거치고 회사에 입사하는 등 변화를 겪는 동안 기억의 저 먼 곳으로 희석되고 말았다. 연결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 더 중요했고, 그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었다. 좋은 학점을 받아야 했으며, 그래서 더 좋고 안정된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급한 문제가 되었다. 내 코가 석자였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나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드디어 하나의 큰 관문을 통과하여, 마침내 막연하기만 하던 사회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열심히 노력만 하면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나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입문교육을 받으며 내가 일하게 된 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 다짐은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들뜬 마음과도 같은 상황이었음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중략)……회사생활도 이와 비슷했다. 머릿속에 떠올랐던 의지와 다짐을 가지고 회사생활을 시작하지만 그것은 순간적인 것이었을 뿐, 몇 배에서 수십배가 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대게 회사라는 조직 안은 온통 화난 원숭이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본인이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순응하고 버텨내는가가 더 중요하게 된다. 마음에는 엽서속 환상적인 풍경의 이미지를 계속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조차 그리 쉽지 않다.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몇달만에 나는 늘 이유없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꼈고, 그것이 1년, 2년, 5년을 지나면서부터는 더욱 커져서 심한 정체감을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세상은 엄첨나게 빨리 움직이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져? 라는 생각과 함께 뒤쳐지는 느낌까지 강하게 들었다……(중략)…..내가 현재 일하는 부서의 사람들하고만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을 뿐, 외부로 연락하는 사람들은 아내나 가족 정도가 전부였다. 업무상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나와 연결관계에 놓여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오직 내가 속한 부서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문제없이 잘하는 것만이 중요한 있이었다. 그리서 다른 부서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에는 사실 별 관심도 없었고, 관심을 가지기에는 내 일만 신경쓰기에도 너무 힘들었다. 삼성이 출시한 보르도 TV가 밀리언셀러가 되었다고 사내 매체와 언론에 대서특필될 때, 나는 TV 사업부에 있었지만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었다. 나는 그저 개발자로서 내가 맡고 있는 모듈에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프로그램 코드 한 줄이라도 잘못 짜서 오류가 날 경우엔 수천에서 많게는 수십만대의 TV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자신이 만들어내는 부분에서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이중 삼중으로 점검자를 두어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밤에는 오류를 자동검출하는 프로그램이 쉴새 없이 돌아가며 기계가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냈고, 아침에 출근할 때면 어김없이 해결해내라는 경고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일하는 건물에만 무려 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지만 때로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은 텅 빈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사람과 만난 대화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일은 늘 바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늘 노심초사해야 하고, 개인 생활은 언제나 일 때문에 양보되어야만 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점점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직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관리직으로, 임원으로 올라갈 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졌다. 일반 사원들은 그나마 주말에는 쉬는 편이지만 간부들에게는 주말조차 없었다. 기업은 계속해서 위기에 처해 있고 살아남기 위한 혁신 활동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옥죄오고 있었다. 한번씩 터지는 대형사고들의 공통점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았다면 금방 걸러낼 수 있었을 것들인데, 여러단계에 거친 점검 시스템이 있었지만 모두 그 틈새를 빠져나간 경우였다. 모두가 지쳐 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활동은 고작 회식을 하거나 1회성 GWP 행사를 여는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바빴고, 서로를 쳐다볼 여유가 없었으므로, 이것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연결이 계속해서 끊어지고 있었다. 인사팀을 비롯한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지원부서들도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그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었다”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P.105~112)

(저자는 평소 느꼈던 소통에 대한 갈망에 대한 해답으로 SNS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젝트 매니징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공통의 목표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달려나가는 것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므로 고객뿐만 아니라 수행팀 내의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프로젝트 메니지먼트를 종합예술에 비교하는 것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뤄낸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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