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질문하는 사람이 예의를 모르는 세상이 되었는가에 대한 고찰(?)
2012.11.25 10:30
...까지는 사실 아닙니다만, 그 탓을 '나베르 즐'에 둡니다. 정확히는 '작은 지식의 상품화'를 가장 앞장선 것이 나베르 즐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글을 올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그 답을 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선의로 한다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또한 선의로 하는 일이기에 선의를 일으킬 수 없는 무례함은 답변을 받을 수 없는 요인이 된다는 점 역시 충분히 이성적으로 깨닫고 있었습니다. 물론 청소년이나 어린이층이 상대적으로 적어 그러한 부분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세대가 많았다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시절의 질문 글은 최대한 답해줄 사람들이 적은 에너지로,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도록 나름대로 질문자들이 노력하였고,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지라도 답변이 없음 또는 냉정한 반응을 겪으며 각 커뮤니티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질문을 올려야 하는지 경험을 쌓아 그에 맞는 질문 형식을 몸에 익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즐은 지식을 무료 봉사가 아닌 보상을 받는 댓가로 해야 하는 서비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내공'과 '해피빈'이라는 물건입니다. 물건을 사는 사람은 그 돈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친절을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질문이 소설에서 스승을 찾아 나선 사람이 가르침을 얻을 때 하던 자세와 비슷하다면 네이버 즐 이후에는 '나는 네개 내공을 줄테니 너는 내가 바라는 것을 반드시 내놓아라'는 거래 형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내공을 주면 땡이라는 생각은 질문자의 예의를 밥말아먹게 만들었고, 그것은 네이버 즐같은 지식 거래 사이트가 아닌 전통적인 무료 봉사 형식의 커뮤니티에서도 질문자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의를 밥말아먹는 사례는 늘 이레귤러 형식으로 나오는 법이지만, 질문하는 사람이 뻔뻔해진 세상이 이렇게까지 널리 퍼진 것은 네이버 즐같은 지식에 대한 보상을 내세우는 사이트가 크게 유행하면서부터라고 봅니다.
그러한 사이트들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KPUG처럼 지식에 대해 어떠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 커뮤니티, 그리고 리눅스 진영처럼 'RTFM'과 'DIY'를 강조하는 곳입니다. KPUG가 입는 피해는 아래에 많은 분들이 적어주셨기에,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알 것이기에 또 적는 것이 자원 낭비이고, 리눅스 진영의 경우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해보지도 않은 사람의 무례한 질문에 대해 무시하거나 '설명서부터 읽어'라는 답에 '이런 쓰레기같은 OS가 다있어~'라는 침뱉기가 이어집니다.
KPUG에 NHN에 근무하는 분이 계실지 안계실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저 회사를 매우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의 질적 저하를 스스로 앞장서거나 방치하는 일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여 자신들은 돈을 벌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모델을 따르지 않는 진영까지 피해를 줍니다.
코멘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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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ity
11.25 12:54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하고 동의의 지지를 보냅니다. 애초에 지식인 서비스의 목적은 활발한 답변자의 참여 유도 였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그 의미가 매우 많이 퇴색했으며, 심지어 지금은 광고용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네이버 검색 보다 구글링이 훨씬 효율적인 답변을 얻는 길이고 보면 유용성은 뭐 굳이 말할 필요 없구요. 너무 한 곳에 모으고 통합하기 위해 집착하기 보다는 이제 슬슬 특정 관심 분야별 커뮤니티를 유도하고 지원하여 그를 통해 자연스러운 질답이 공유되는 모델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러나... 일면 네이버가 마수를 뻗치면 과거 Expert Service 류의 사이트들이 그들을 모델로 C&P한 지식인 덕분에 초토화된 것처럼 말아 먹을 듯 해서 차라리 그냥 이대로 갔으면 싶기도 합니다. 뭐라할까 그냥 네이버는 이대로 현상유지하면서 서서히 늙어가다 어느 순간 사라져 주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네이버가 미워서라기 보다는 순환이라는 것이 새로운 이들이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선행자들이 물러나며 만들어주는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저 네이버 잘 쓰고 있습니다. 검색은 아니지만 네이버 가계부와 웹툰은 무척 좋아합니다. 이 댓글은 네이버를 '까려고' 쓴 것이 아닙니다. ㅎㅎ;;; -
공감합니다.
더구나 요즘에는 찾으면 바로 나오는데, 질문부터 하고 보는 사람이 너무 흔하더군요.
직접 격지않고 알게되는 지식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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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11.25 15:05
저는 문득 클레이 셔키의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인지 잉여가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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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1.25 16:56
그런 면도 있었군요. 새삼 네이버의 폐해가 인지되네요.
KPUG 는 제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구글링"으로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많은 KPUGer 님들의 도움으로 해결을 봤었습니다. 정제된 고급스러운 다양한 시각도 알게 해주는 곳이 이곳입니다.
저를 알게 해줘서 소중한 것도 있지만, 마음 편히 기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감사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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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게시판에 올린 답글에 대한 재질문을 쪽지로 받은 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대부분 재질문 할 만한 내용들이라 쪽지로 답글을 보냈지만, 한번 정말 기분 나쁜
적이 있어서 그 뒤로는 게시판에 댓글 잘 안 달게 되었습니다.
네가 댓글로 답을 달았으니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라는 식의 따지는 듯한..
그리고 당연히 니가 답을 해 줘야 한다는 식이더군요. 정중한 부탁의 글도 아니고
감사하다는 내용도 아닌데.. 살면서 그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직접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나올텐데.. 검색해서 찾는 것도 귀찮은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