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19.5%의 변명
2012.12.20 16:28
안녕하세요
이번선거에서 문후보가 득표한 19.5%가 대구에서 어떤 의미인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가 초등학생때 일입니다
아침을 먹는데 집밖에서부터 친구가 엉엉 울면서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박대통령이 돌아가셨어 ㅠ.ㅜ 곧전쟁나서 다죽을지몰라.. "
당시 상황이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저는 정말 많이 울고 공포에 떨었습니다 나중에 대구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빈소에 갔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중학생때 광주에서 전학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떤이야기를 하다가 그친구가 머뭇머뭇하며 광주사태이야기를(그당시 시점) 조금 꺼내며
" 너희들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는지..."
그러곤 슬그머니 말을 접더군요
우리반이 57명이었는데 당시엔 거의가 모르는 이야기였습니다
존경하던 사회선생님이 여러분은 어른이 되면 반공교육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걸
이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왜그런지 그 이유는 전혀 몰랐습니다
고교시절엔 총을 들고 교련을 했습니다
장교출신의 선생님이 학생을 군화발로 밟아도 괜찮은 세상이었습니다
이것을 거부하는것이야말로 빨갱이라고 다들 생각했습니다
인접 대학에서는 심할때는 학기내내 데모를 했습니다
당시에 마신 최루탄가스가 얼마나 면역성을 주었던지 군대시절 화생방을 재수가 없어서 4번 했는데...별고통은 없었습니다;;
암튼 데모하는 학생들을 동내 어른들은 그들을 빨갱이라 불렀습니다 이런 사실이 아주자연스러운 상식이었습니다
시위대몇명씩 동내를 돌면서 전두환이 저지른 살인행위를 설명하면 동내 어른들이 나와서 때렸습니다
물론 빨갱이에 물들어 공부도 않고 간첩에 속아서 이러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당시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청문회가 열였습니다
청문회가 열리면 열릴수록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 속였을까? 정말 저게 진실인가..
그러나 동네 어르신들은 청문회를 하는 국회의원들을 빨갱이로 인식합니다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세월은 흘러 현재에 와있습니다
저의 소신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십년을 쇄뇌당한 가치관을 깨부술기회가 저의 아버지새대에게는
없었습니다 본인들 스스로 깨지않으면 절대 벗어나기힘든 오류를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어제 낙선을 예감하는 일이 하나있었습니다
전형적인 대구어르신인 저희 아버님이 국민직선제을 얻은후 처음으로 대통령투표를 하러 가셨습니다 ㅠ.ㅜ
오직 박대통령에 보은한다는 일념이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민주당의 실패원인중에 가장 돌이켜봐야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정말 꼭 투표할려고 아침6시에 일어나서 찬바람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투표하러간 동네의 제친구가 있었고
엄청추웠던 선거마지막날밤 동대구역에 자발적으로 모였던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을 보았습니다
피켓도 만들고 심지어 LED로 조명을 낸 아크릴판도 들고나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느 포탈의 리플에 대구지역20대라면서 진실을 아는 대구지역 20%가 혼신의 힘을 다해 지지했다고했습니다
저도 이미 부재자투표를 끝냈지만 선거마지막날 동대구역유세를 보기위해 두꺼운 파카를 입고 덜덜떨면서
내가 지지한 후보의 연설을 듣기위해 기다렸습니다 작은 20%이지만 제가 보기에 대구의 견고함을 깨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너무 실망감이 큽니다
그동안 국민을 속이고 진실의 입을 막고 자기들의 뱃속만 불리는 그런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것이 너무 화가납니다
아주 간절히 다시는 국민을 속이지 않고 입을 막지않고 부정을 하지않는 청렴한 대통령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동물에도 연민을 느끼는 대통령을 원했습니다
이런 대통령을 원했던사람이 20%나 대구에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역사가 이렇게 쉽게 바뀔리가 없을텐데 꿈을 너무 크게 가졌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다음대선에서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5년동안 돈이나 벌고 취미나 즐기며 나름대로 알차게 지내야 겠습니다
그럼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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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12.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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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지금 이시대는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시대는 아직 아닌것 같습니다...
사람보다는 정당... 그리고 연민에 물든 투표였습니다..
새누리당이 그걸 간파하고 박근혜를 앞으로 내세웠을겁니다...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시대는 아직 안온걸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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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저랑 같은 TK시군요
근데 저랑 성향이 비슷하시구요 ㅎㅎ
그냥 이제는 과반수이상의 득표를 한 대통령이 열심히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싫던 좋던 대한민국의 대통령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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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12.20 17:04
아직은 과도기라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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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12.20 17:28
자기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정부가 아닌 국민을 위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가 되길 바래 봅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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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링
12.20 17:42
저는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쭉 학교를 다녔지만, 저의 아버님과 장인,장모님이 경남분이십니다. 이분들하고는 대화가 않되요
젊어서는 정치관을 가지고 싸웠지만 이제는 말을 않합니다. 무조건 새누리당(구한나라당)이외의 당은 빨갱이라고 알고 계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 정말 상상이 않갈정도입니다. 어제는 박그네 되어서 좋으시다고 하루종일
개표방송을 새벽까지 모시면서 흐믓해 하시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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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20 17:47
저도 TK 출신이지만,
"인접 대학에서는 심할때는 학기내내 데모를 했습니다.............암튼 데모하는 학생들을 동내
어른들은 그들을 빨갱이라 불렀습니다 이런 사실이 아주자연스러운 상식이었습니다
시위대몇명씩 동내를 돌면서 전두환이 저지른 살인행위를 설명하면 동내 어른들이 나와서 때렸습니다
물론 빨갱이에 물들어 공부도 않고 간첩에 속아서 이러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이부분은 정말 동의하기 어렵군요.
어느 동네, 어느 시절인지는 모르겠으나, 동인동/남산동/황금동으로 이어지는 학교를 다녔던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네요. 그 시절 학생 시위에 어른들이 음식 날라주시고, 거의 모든 음식점 분식점에서
도망가는 대학생들 잘도 숨겨줬습니다. 물론 같은 대열에 서기도 했었고요.
저는 중학생때도 그 대열에 있어보았고, 고등학교 때에도 있어보았지만, 이에 대해 걱정하는 어른은 있어도
욕하는 어른은 없었습니다. (뭔가 거창한 뜻을 품고 참여한 건 아니었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게 더
정확하겠죠.) 한창 격하던 시절에는 셔터 내리고 같이 달려주셨던 분들도 상당한 숫자입니다.
최근 TK의 투표성향이 왜 저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옛날까지는 폄훼하지는 마세요.
(솔직히 국민의정부시절의 구미를 생각하면 어쩌면 구미는 조금 이해는 됩니다.)
청문회 때의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그 다시 대구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수퍼스타였습니다....
다른 의원의 발언 시간을 빼앗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더 줘야 한다고 할 정도 였고요...
명패를 던진 사건은 두고두고 속시원한 행동으로 칭찬받았습니다.
최소한 제 주위의 최소한 백여명의 어른들은 그랬었고, 안 그러신 분은 기억이 안납니다.
이건....그냥 자기 비하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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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해없으시라고 서두에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냉소님이 경험하지 못한걸 제가 본거고 저역시 냉소님의 경험을 보지 못한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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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밀리언
12.20 18:03
에이 그건 아니죠 그시대에는 대학생의 시위가 긍정적인 역활을 많이 한다고 믿었던 시대였죠
하지만 빨갱이 드립도 많았던건 사실입니다.. 제가 살던 부산도 그랬었고요.. 보수적인 tk라면
더하면 더했을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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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12.21 19:34
동인동/남산동/황금동 이라고 하심은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라고 추정하고....
동인 혹은 동덕 국민학교 라고 찍어보고 / 영남중학교 / 경북고 트리를 타셨나 찍어봅니다.
진지한 글에 가벼운 글 죄송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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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 정말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대로 묻어나오네요... 저는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공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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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갈 형편은 안되지만, 당장에 대구는 떠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오라던 곳 다시 알아봐야겠네요.
어제는 실망했고, 오늘은 그런갑다... 합니다..
원망하지 않을렵니다..
국민의 반이 선택했고, 같이 살아야 하지만 지금 그들을 미워한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 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좀 욕 먹어도 됩니다... 개쌍놈의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