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잠시 왔다가 갈 생각으로 여기로 온지 벌써 햇수로 4년째입니다. 내년에 계약 만료라 다음 메뚜기를 뛸 곳을 열심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즉 저도 결국엔 이곳에 잠시 지나치는 사람인것이죠.

 

여기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고 특히 한국에서 어려운 시기에 이민오셔서 사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뵈었습니다. 저야 이제 곧 돌아가야 할 고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이곳을 고향으로 삼아, 이곳 이방인들과 살며 사랑하며 부대끼며 즐거워하며 삶을 보내고 계시는 것이죠.

 

그 중 한 분은 이곳에서 제법 큰 일본식 철판요리 음식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나름대로 이곳 한인사회에서는 성공하신 분입니다. 저도 몇 번 가보곤 했는데 음식맛은 그럭저럭이지만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주방장들이 즉석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이국적인 음식맛때문인지 금요일, 토요일 저녁에는 예약없이는 가기 힘들 정도인데, 한국인이 주인이라는 점때문인지 음식시킬때 영어때문에 고생하시는 한국분들은 이곳에서 언어의 자유(?)을 만끽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얼마전 한국에서 오신 단체손님을 받으시고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모양입니다. 그곳은 한국인이 주인일뿐 실내장식이라든지 분위기는 완전히 일본풍이라 단체손님들 몇 분이 한국사람이 왜 떳떳하게 한국사람으로 장사를 못하느냐고 사장님께 나무라셨던 모양입니다. 특히 마침 삼일절 절기인데다가 사장님께서 입고 계셨던 유타카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고 급기야 친일파, 쪽발이 매국노 뭐 이런 말까지 들으셨던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이곳에도 제가 오기 전에 한국음식점이 한군데 있었다고 합니다. 주로 순두부찌개를 전문으로 했던 곳이었는데 과량사용되던 조미료가 문제가 되어 결국은 폐업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론 한국음식하면 과다조미료 사용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고 아직까지 변변한 한국식당 하나 없는 걸로 봐선 당분간은 한국식당개업이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음식이 웰빙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이 시점에도 말입니다.

 

뭐 이런 사정까지야 알 리없는 단체손님중 몇분이 결국은 속상한 소리까지 하셔서 분위기를 망친 모양이긴 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저 역시 이곳에 처음 와서 같은 이질감을 느꼈으니 말이죠. 하지만 너무 우리만의 잣대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곤란할 듯 합니다. 분명히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충분히 있었을 것입니다. 

 

얼마전 현대가 미국에서 자동차 광고를 하면서 일본스모 선수 등장시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지요. 사실 저도 그 광고를 보고 은근히 속이 많이 상하더군요. 하지만 너무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잠시 지나치는 사람의 마음으로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열린마음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곤란하겠지요.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한국시간으로 어제부터 미국에선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이 시작되었습니다.... 음.... 피곤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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