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2를 다시 잡았습니다.
2013.01.28 15:20
꽤 오래 전에 레트로 PC 한 대를 꾸몄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그 때와 조금 제원이 바뀌어 Voodoo가 빠지고, 사운드카드가 Sound Blaster Live!로 바뀝니다.) DOS/V를 올리면 사운드 드라이버가 올라가지 않는 문제가 있어 DOS/V의 사운드는 나지 않지만, 일반적인 게임의 DOS 오디오는 제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잡은 게임은 바로 이 분입니다.^^ 삼국지를 팔아 드시기에 바쁜 코에이 테크모측에서 다시 후속작을 내줄 가능성이 극히 낮은 대항해시대입니다. 지금이야 일본 게임 업계의 구조조정의 태풍에서 나름대로 큰 개발사 겸 유통사로 성장한 코에이 테크모입니다만, 이 회사도 초창기에는 18禁 게임을 만들 정도의 흑역사를 자랑하기도 합니다.(사실 오래된 PC 기반 게임 개발사 치고 안그런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한 초창기를 겪고 PC98 등 PC 분야에서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다양한 전략/전술 게임을 시도하면서 나온 것이 삼국지와 대항해시대입니다. 그밖에는 지금도 일본 내 주력 사업인 전국 시리즈나 나폴레옹 시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랑펠로, 그리고 이후에 아예 판타지로 만든 켈트의 전설같은 게임이 유명합니다.
이 가운데 대항해시대는 외전과 온라인까지 포함하면 총 6가지 버전으로 나왔지만, 그 가운데 대항해시대2가 가장 유명합니다. 게임 가운데 속편이 전 시리즈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징크스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삼국지는 삼국지2파와 3파가 갈리는 편입니다.)
대항해시대 시리즈는 웬만한 게임을 해본 분들은 아시듯이 대항해시대 또는 그 전후의 시기를 무대로 바다를 중심으로 한 무역, 해적행위, 탐험을 하는 복합적인 내용을 갖습니다. 1편은 주로 무역을 테마로 하여 레온 페레로라는 인간의 성공담을 풀어 놓습니다. 다만 한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아는 사람' 위주로 즐기던 것입니다. 대항해시대2는 캐릭터를 6명으로 늘리고 각자 다른 시나리오를 가도록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시나리오에 따라서 가도록 되어 있지만, 게임 엔딩을 본 뒤에서 계속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전반적인 자유도 역시 높아 매우 인기를 끌었슺니다. 참고로 이 게임의 주된 테마는 '해적질'입니다.^^
이후 3편은 '탐험'을 주제로 육상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너무 자유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나머지 정작 '대항해시대'라는 바다에 대한 부분이 너무나 약해졌고, 난이도 역시 올라버려 예전같은 평가는 받지 못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무역을 하는 데 힘들게 바닷길을 갈 필요 없이 말과 낙타 끌고 그냥 대륙 횡단을 해버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입니다. 4편은 부분적인 3D화와 함께 다시 무역과 해적을 테마로 하여 나왔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자유도를 제한해버려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대항해시대의 정규 개발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것이 화려하기만 하면 누구나 만족하는 것이었다면 당연히 최신 기술로 만든 신작들이 평가가 좋아야 하는데, 게임도 문화 컨텐츠인 이상 시나리오나 게임 인터페이스의 중요도가 매우 크다는 것을 대항해시대2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와 후속작의 실패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명작 게임으로 불리는 것 가운데 'X판' 수준의 내용을 갖고 음악이나 3D, 캐릭터만 갖고 성공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캐릭터는 알 베자즈입니다. 이 게임에서 '무역' 속성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상 강제 전투도 없고 돈만 벌면 되니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일단 이 무역상은 스토리상 필수 항해 거리는 짧은 편입니다. 대부분을 지중해에서 보내고 가끔 페르시아만 두세번, 일본쪽으로 한 번만 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작위'를 위한 조건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모든 '무역항'을 오스만 투르크의 영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결국 전 세계(남극, 북극, 오세아니아 제외)를 다 돌고 다녀야 합니다.
무역항을 손에 넣으려면 돈으로 해당 항구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돈을 나라에서 대주는 것도 아니기에(눈꼽만큼만 줄 뿐입니다.) 자기가 벌어 항구에 때려 박아야 합니다. 더군다나 멍청하기는 해도 다른 국가의 AI들이 항구를 빼앗으려고 열심히 무역선을 보내기에 한 번 먹었다고 안심할 것도 아닙니다. 작위가 오르면 자신의 국가 영역에서 물건을 싸게 가져올 수 있지만, 대신 위험도는 더 커집니다. 출세를 하면 누군가의 질시를 받는다는 명분으로 살해 의뢰를 받은 해적들의 공격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영역을 빼앗는다면 그 국가가 좋아할 리 없기에 그 나라의 정규군까지 공격을 해옵니다. 그것을 방어한다고 적재량이 적고 비싼 배를 사면 유지비 부담에 허덕이고, 전쟁 능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로는 앞장서 해적을 퇴치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알 베자즈 시나리오는 꽤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단, 이것도 '돈'만 많으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대항해시대2의 특징이자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배가 좋고 비싸면 유지비같은 것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돈만 많으면 최강의 칼과 갑옷으로 무장해 1:1 대결로 빠르게 끝장을 볼 수 있습니다. 돈 하나만 무제한으로 뜯어 고치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 대항해시대2이기도 합니다. DOSBox같은 에뮬레이터 또는 VMWare같은 가상 머신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만큼 과거의 생각이 난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입니다.
추신: 아시는 분은 다들 아시는 것이지만, 이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몇 가지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대포 해적질을 하고 싶다면 함부르크와 엔트워프를 기억하자.
- 몸빵 해적질을 하고 싶다면 나폴리와 톰북투를 기억하자.
- 몸빵 해적에 인생을 걸었다면 일본을 기억하자.
- 라인강은 대략 좋지 않다.
- 해적질로 인생역전을 하고 싶다면 세우타를 기억하자.
- 나라를 버리고 전문 해적은 되지 말자. 어쩔 수 없이 해적이 되었다면 빨리 전향하여 광복 찾자.
- 북극 항로 개척의 꿈은 웬만하면 접어 두자.
추신: Native DOS 사용자는 Game Wizard라는 툴을 함께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툴은 메모리 에디터이기에 게임 치트용으로 쓰이며, 그 주 기능만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치트용이 아니더라도 장점이 있습니다. 게임 속도 가속 기능이 있어 그렇지 않아도 느려 터진 게임 진행을 매우 빠르게 해줍니다. 또한 DOS Shell이 있어 설명서를 봐야 할 때 꽤 편합니다.
코멘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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휼드
01.28 15:47
대항해시대2의 음악이 귓가를 멤도는것같네요 -
성하니
01.28 15:52
아~ 내생에 첫밤샘을 하게만든 조안 페레로..... 다운받아서 다시해볼까 고민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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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hay
01.28 16:34
삼국지2와 대항해시대2 엄청 많이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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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1.28 17:12
삼국지2는 무력 90대 이상 장수 다섯 명만 있다면 중원을 흔적도 없이 밀어버릴 수 있는 게임이라서 난이도면에서는 조금 문제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포의 '낙양 털기' 비법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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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는 4가 최고였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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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1.28 16:51
도시 부수기를 주로 하셨습니까? 모험을 주로 하셨습니까? 저는 전자의 도시 파괴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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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는 스토리죠. ㅎㅎㅎ
게임이 어려우면 치트!를 해서라도 스토리는 따라가는~!
여성 동지들은 4에 대해 말할 때
하이레딘이 좋았어? xx가 좋았어? 등으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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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1.28 17:19
하이레딘이 나와서 말입니다만... 2의 레이스 가문(?)의 얼굴을 보면 여성 유저분들의 그런 이야기가 절대 안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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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01.28 17:40
헐... DOS/V... 5.25인치로 천원 정도에 복사되서 배포(?) 될 시절... 3.5인치 드라이브 밖에 없었던 저로써는... 5.25인에서 3.5인치로 시스템 화일들이 복사가 안되서 결국 5.25인치 드라이브를 샀던 아련한 기억이 나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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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C
01.28 17:54
앗살라무 알레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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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01.28 19:16
무역하다가 어느순간 몸빵해적질을 했다는~~
온라인게임도하고~ -
저런 ...
조만간 시간 워프를 경험 하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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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1.29 11:53
이미 오스만 갑부는 다 끝냈습니다.(스토리와 작위 이벤트 모두)
그 다음에는 빚쟁이를 할까 고민중입니다. 인생의 승리자는 너무 이벤트에 끌려다니는 성향이 있어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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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ity
01.28 23:57
PC98이 나오니 생각나는 일화...
몇 달전 집 근처 지하철 역 앞 건널목에서 'X68000'을 들고 가는 분을 보았습니다. 순간... 너무 이질적이었지요. 들고 가는 이도 이상하고 알아보는 나도 이상하고;;; 그래도 예전 추억을 생각하면... 음... 나름 그 때도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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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레이스 스펙높다고 엄청 공들여 꼬셔서 앤트워프산 쉽 선장임명했더니 웬만한 보수엔 만족안하고 해적의 피가 흐르는건 어쩔수 없는지 배그대로 탈취.. 잡으러 다닌다고 엄청 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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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1.29 11:46
그게 꼬신 다음 바로 함장을 임명해서 그렇습니다. 계속 항해에 항해사로 데리고 다니다 가끔씩 점집에서 충성심 확인을 하여 충성심이 확고할 때 함장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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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밤새게했던(잠안잔다 혼나게 만들었던) 게임이네요.
모험, 사략, 금전 명성도 무지 중요했었죠.
요즘은 이런 두고두고 즐길 게임들이 없어서 아쉬워요.
온라인은 뭔가 끝이 없어서 좀 시들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