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에도 기계보수반이 최고??
2010.03.17 16:16
오랜만에 이상은씨 노래를 듣고 있어요.
정말 좋으네요.
어제.. 주간 보수로 인해 낮에 공장 가동을 중지하고 보수 작업을 했었거든요.
저는 야간조라서 오후 5시쯤 출근했구요. 공장이 가동된 시간은 밤 11시...
그리고 불이난 걸 확인한 시간은 새벽 3시... 대형 압연기의 유압 라인이 모두 타 버렸죠.
전기 배선도 모두 녹아버리고... 발견 즉시 유압 펌프를 껐기에 더 크게 번지지는 않았네요.
가장 먼저 불이 난 걸 발견한 건 조업팀인데 소방서보다는 보수반으로 연락하네요.
이유도 없이 빨리 오라는 말만 하면서... 불이 났다고 얘기라도 했으면 소화기라도 들고 갔을 것을 말이죠. -_-
물론 처음 확인 했을 땐 소화기를 들고 근처로 가기도 어려울 정도였지만요.
소화전에서 물을 뿌리며 근처로 접근해서 겨우 불을 껐네요. 다 끄고 나니 찾아오는 소방서 사람들...
알고보니 보수반에서 불을 거의 다 꺼갈 무렵 소방서에 연락하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하더군요.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그때도 압연기에 불이 붙었는데 압연공이 얼마나 당황했는지 무전기에 대고 불났다고 소리지르고....
우리는 어디에 불이 났는지 알지 못해 여기저기 전화하고.... (무전기를 계속 불났다고 소리지르는 통에 사용을 못했죠.
불이나면 당황하지 말고 어디에 어떤 상황인지를 알리고 무전을 끊어야 하는데.. 계속 누르고 소리만 지르니... -_-;; )
암튼 겨우 불난 곳을 찾아서 소화기 들고가서 불 끄고... 역시나 소방서에선 불을 다 끄고 나니 찾아오고...
아무래도 기계 보수반에서 소화 장비도 갖추고 소방 실무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입사한 이후로 크고 작은 화재 사건이 꽤 많이 있었거든요. 유압 라인이 많아서 불이 잘 붙기도 하구요.
특히 아무 곳에서 담배 피우고 던지시는 분들... 아무런 생각 없이 용접이나 산소 절단 작업하시는 분들...
그런분들 때문에 화재가 끊임없이 발생하네요. 화재로 다치신 분도 꽤 많고요. 안전 의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특히 소화기엔 충약이 되어 있지 않은 공병이 왜 그리도 많은지... 빈 병만 세워두면 어쩌자는 건지.... ㅜ_ㅜ
에휴... 자나 깨나 불조심... 담배 피우시는 분들도 담배불 조심... 화재 예방 잘 하자구요~~ ^^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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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17 18:18
보수반에선 불끄는 데 어느정도 이력이 붙은 상태에요.
불 났다고 신고들어오면 소화기 들고 뛰는데 꽤 숙달되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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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람
03.17 16:22
수고하셨네요..
저도 비운 소화기가 대여섯개 되는데
소화기 핀 뽑아서 쥐어 줘도 지 얼굴에 뿌리는 놈도 있더군요..
에휴.. 화재 재난 방지 교육은 좀 제대로 해 봣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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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17 18:19
정말 소화기 사용할 줄 모르는 넘들이 꽤 많더라구요.
그렇게 쉬운 걸 모르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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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ene™
03.17 16:25
;;;;;;;;;; 불에 타는데 보수반... 뭔가 놀랍습니다;;;;
정말 사는것이 전쟁이지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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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17 18:20
맞아요. 정말 전쟁이에요.
사는 것도 전쟁... 일하는 것도 전쟁... 불 끄는 것도 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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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뒷건물에 인테리어 공사하다가.. 전기 용접 하다가 배전반에 불이 났는데
전부 불구경만 하고, 몇분이 소화기만 뿌려데는데..전기 배관에 불 붙으면 쉽게
안 꺼진다는 것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119 신고했죠. 소방서가 근처에 있어서
빨리 오긴 했는데... 역시 고압 전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접근 못 하더군요.
그래서 또 제가 한전에 긴급보수 하는곳에 전화해서, 한전에서 나와 전신주에서
전원차단하고 겨우 화재진압 하시더군요. 저도 당황하긴 했지만... 평소에 사건, 사고에
신고정신이 투철(?)해서 빨리 신고하긴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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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ene™
03.17 16:28
요즘은 신고하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라고 할거 같아요 까르르르를...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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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17 18:25
파란지붕이 있다는 그 집이랑 둥그런 지붕이 있는 집에 불이 났을 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라고 말한다면 재밌을 듯 싶네요.
아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소화기 사용법 같은 건 알지도 못할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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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17 18:23
잘 하셨네요. ^^
제가 일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은 허둥대다가 다 태워먹기 딱 좋은 사람들뿐이라서요.
어느정도 진화되고 나서 상위 관리자급에서 몇 사람 나왔거든요. 워낙 큰 화재라서...
불 끌때 우왕좌왕 하던 넘들이 어느새 그 사람들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화재상황을 설명하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 하는 말이 현실을 눈 앞에 두고 소설을 쓰더군요. 그것도 아주 허황된 소설을...
그러면서 은근슬쩍 책임 떠 넘기기... 누가봐도 명백한 압연공의 잘못인데 유압팀이 뒤집어 쓰더라구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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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선소서 일할때도 불나면(제가 담당하는 배에서만 불 2번 났었죠 ㅠㅠ)
수리실 사람들(공무팀)이 제일 먼저 뛰어오죠.. ㅋㅋ
안전이랑.. 그리고 시설 유지 보수를 책임지는 곳이다 보니.. ㅋㅋ
덩달아 소화기 최대 15개까지 뿌려 봤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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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17 20:38
지난밤에 불이 났을 때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대략 30여명쯤... 그중에 소화기 들고 화재진압한 사람은 저를 비롯한 2~3명....
다른 분들은 그냥 멍하니 보고 있거나....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보고하거나... 카메라 들고 사진 찍고 계시더군요. -_-
소화기가 아무리 많아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죠. 소화전에서 호스라도 당겨주면 훨씬 빨리 불을 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_-++
관리직들..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자재 주문 넣어도 맨날 돈 없다는 소리나 해대고... 부품도 어디서 불량품만 들여오고...
아유, 고생하셨어요.
그런 연습은 평소에 철저히 해둬야 좀 덜 당황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