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 가는 택배기사
2013.02.15 14:21
얼마 전에 컴퓨터 파워가 나갔습니다. 조립업체에 전화를 해봤더니 일년 안 되었다고 무상 수리한다는군요.
갈아도 뻥파워 아닐까 약간 고민했지만, 그 회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같은 모델에 요즘 들어가는 파워는 600와트짜리더군요. 원래 들어갔던 파워는 500와트 짜리였으니까 어쨌든 나아지겠구나 했습니다.
낑낑대면서 컴퓨터를 포장해놓고 그 회사 계약택배업체에 전화 걸어 예약했죠. 문자가 날아왔는데 오늘 온다고만 되어 있네요. 저도 생업이 있는데 하루종일 집에 있을 수는 없기에, 택배기사 분께 전화해봤지만, 안 받네요. 오후 12시에서 2시까지는 집에 있을 거고, 그 시간에 방문이 안 되면 연락 달라고 문자 날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간에는 안 옵니다. 전화해 보니 받으십니다. 이 지역을 돌고 저념 6시 *쯤* 오시겠지만 시간은 특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시간대에는 제가 있을 수 없다고 하니, 옆 편의점에 맡기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편의점은 대한택배인데 경쟁사 물건을 안 맡아줍니다. 그렇게 말하니 그냥 문 앞에 놓고 나가랍니다. 그럴 수는 없죠 그래도 몇십만원짜리인데...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얘기이고, 택배기사 분들의 애환은 저도 알죠.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발언이 나오네요: 저녁에 자기가 방문하는 시간에 집에 없으면 자기는 수거못해간다. 불만있으면 업체 (컴퓨터 업체 얘긴지 택배사 얘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에 전화해라.
저는 서로 시간이 안 맞으면 뭐 내일 오기로 하던지, 어찌됐던 동 서로 조정해서 일이 되게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시간은 특정하지 않았지만 이미 예약을 해놨는데, 언제인지 모르는 기사님 방문 시간에 집에 없으면, 그냥 안 가져간다고요?
사실 택배기사분들이 어디를 두번 방문하면 그것만으로도 수수료는 날아가는 거라고 듣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면 더더욱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지, 일방적으로 (1) 자기가 오는 시간에 집에 있던지 (2) 아무 상관없는 편의점에 맡기든지 (3) 아님 그냥 보내지 말든지라고요? 영영? 차라리 이 택배말고 다른 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해할 텐데, 컴퓨터 제조업체가 지정한 택배업체네요.
저는 이 건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택배기사 분들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그게 자기 업무 처리를 제대로 안 하는 것의 핑계는 되지 못한다. 여러분 제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요?
코멘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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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니
02.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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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니
02.15 14:50
잘못생각하시는 건 아니지만 그사람들의 상황을 아셨으면 해서 글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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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일이 어디 쉽겠습니까만은... 성하니님께서 말씀하신것 처럼 페이가 적고, 빡빡한 직종인데 '물류'라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또 구축하는 중요한 직종이 택배이지요... 그중 말단 및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참 어떻게 버티시는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언이아빠님의 심정도, 택배기사님의 상황도 이해가 됩니다. 택배 가격을 올리고, 물류집배원의 보수를 올려주고 그만큼 대우해주지 않는 이상, 해결불가능한 딜레마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 찌그러져서 누군가 불편해도, 굴러가던 그대로 굴러가니까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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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02.15 15:31
택배 기사님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요?
"영업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영업하겠다. 그 범위는 내가 정한다." 멋진데요.
컴퓨터 업체와 이야기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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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일항사
02.15 16:19
배송과 픽업을 따로 한다면 모를까 한라인에서 하는데 원하는 시간을 맞추는건 힘들겠죠. 이미 확립된 배송라인을 어기면서 픽업하기에는 잃어야될게 많으니까요ㅋ -
bamubamu
02.15 16:36
택배기사가 특정지역을 들르는 시간은 정해져 있죠 정확하게 하루를 계획하에 정해진 루트로 움직이더군요
지하철하고 똑같습니다 그역 지나쳐버리면 끝난거죠 떠난 버스가 되버리는 겁니다
너무 빡빡한 하루일정 때문에 그럴수 밖에 없다하니 저도 거기에 맞춥니다
~동인데요 몇시쯤 들르시나요?
그러면 택배기사가 그 지역은 ~시 쯤에 도착합니다
라고 말해주면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업체에 전화하셔서 도저히 시간을 맞출수 없다고 우체국 택배로 해달라고 하십시요
그런데 우체국택배는 착불을 해주지 않더군요 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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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우체국에서 택배와서 온김에 붙일려고 했던 택배를 들고갔더니 자기네는 배달전분이고 수거하시는분들은 딴분들이 올겁니다 하더라구요... 역시 우체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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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배달하는 분이 수거해가던데요.. 그래도 큰 업무용 건물이라 다행히 업무시간 내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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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나 아파트마다 다른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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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수량이 적은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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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택배기사분에게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택배기사의 업무는 "물품에 대한 약속을 한 이후"가 아닐까요? 무리임을 전제하고 시간을 약속하지 않았다면 그건 택배기사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겠죠. 그 택배기사에게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가는게 외국만큼이나 가기 힘든 곳일겁니다. 받지 못할 상황이거나 취급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너는 택배기사니깐 아직 맡기지도 않은 택배에 의무를 지닌다."는건 너무 무리같습니다. 개발회사와 개발자들은 어떤 개발이라도 다 의뢰하면 다 개발해줘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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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6 08:11
무슨 말씀이신지 완전히 이해는 안 갑니다. 하지만 이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 택배업체는 컴퓨터 제조판매업체와 계약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건과 관련해서는 송장번호까지 나왔고요. 이건 택배업체 쪽에서 이 업무에 이미 커미트먼트를 했다는 뜻입니다. 즉 시간만 안 정했을 뿐 "이미 맡긴 택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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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것은 택배가 더이상 편하지 않다고 봅니다. 편의점 택배가 제일 속편해요. 저희 어머니도 물건 하나 반품하는데, 택배 기다리는게 제일 스트레스였다고 합니다. 이틀동안 집안에서 꼼짝을 못하셨어요. 쇼핑몰에는 편의점 택배로 한다고 했는데, 상담원이 집에서 편하게 기다리시라고 제차 추천해서 택배 오라고 하셨다는데 아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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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까운 영업소에 가져다 줍니다 빠르고 속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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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럴수 밖이 없는 이유가 요즘 택배사 사정도 직원도 적고 .....
그러다 보니 한명이서 담당하는 지역이 넓어지고 그만큼 서비스가 낮아질수 밖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그냥 as도 편의점 우채국 cj(영업소가 코압) 에서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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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2.15 20:47
1) 온다고 해 놓고 안 온 놈은 벌을 줘야 합니다.
2) 안타깝지만, 저도 midday 님 말씀에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약 관계가 성립하기 전에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그러니, 강요할 수 는 없는 노릇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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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6 08:13
컴퓨터 판매처와 계약된 업체이고, 그쪽 직원이 등록해서 이미 송장번호가 발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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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2.16 12:31
네, 그렇군요.
그럼 강하게 얘기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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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
02.15 20:49
2500원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는 것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500원 남기자고 그날 배송물량 10~20개 포기하면서 단 한 명의 집하 시간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코스 변경으로 인해 소모되는 기름값만 해도 오롯히 500원의 곱절 이상은 크게 넘을 것 입니다.
(1개 미집하: 500원 안 버는 것, 10~20개 미배송: 5,000원~10,000+알파를 손해(-) 보는 것)
또한 사기업 택배는 우체국 등기와는 달리 법적으로 커버리지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딱히 근무태만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우체국 택배도 사실 법적으로 커버리지를 준수할 필요가 없고, 오로지 우체국 등기만이 법적 커버리지를 준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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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6 08:28
저 역시 당일 코스를 바꿔서 와 주리라고 기대하진 않아요. 다만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 건, 그럼 그 다음 날이라도 수거가 가능한 시간을 말해주든지 해야지, 일방적으로 통고한 그 날 그 시간대에 집에 없으면 그냥 픽업 안 한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택배업체와 컴퓨터 판매처 사이에 특수한 관계가 없으면 모를까, 판매처의 반품택배 물량을 전담하기로 계약한 처지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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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지만 전 지금도 개당 1,700 원에 배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11번가에서 물건 하나를 파는데, 배송비가 무료이지요. -
iris
02.15 21:44
택배 관련하여 조금 쓸데없는 팁 하나를 적어봅니다.
택배로 무언가를 자주 주고 받는 분 가운데 택배 직원이 배달을 올 때 물건을 주면 잘 안가져가려는 성향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택배사의 수수료 체계 때문인데, 고객이 본사 콜센터 또는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하여 기사가 방문 할 때가 그러한 것 없이 그냥 고객이 기사를 우연이 붙잡고 보내거나 대리점에 방문하여 보낼 때 보다 수수료를 더 기사에게 많이 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운송장이 내려왔다/안내려왔다'라고 하는데, 운송장이 본사에서 내려와 그걸 가지고 물건을 받아다 배송하는 경우가 운송장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작성해 보내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수수료를 기사와 대리점에 할당해줍니다.
그럴 때는 기사와 붙잡고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다음 날 전혀 다른 표정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만약 악천후나 특별 배송 기간처럼 일반 개인의 택배 배송이 일찍 중단될 때(전화나 홈페이지 예약도 안될 때) 구매한 제품을 반품, A/S를 보내야 한다면 해당 쇼핑몰에 전화를 하여 '회수 신청'을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이것은 해당 쇼핑몰과의 기업간 계약 거래로 보기에 조금 더 여유가 있습니다.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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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6 08:31
네 바로 이 경우입니다. (위에 컴퓨터 판매처가 계약한 택배업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지x을 떠니 불평을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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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6 08:39
제가 용어를 잘 몰라서 두루뭉수리하게 쓰다 보니 많은 분들이 이해를 잘 못하신 것 같은데, iris님이 팁으로 적으신 것처럼 이미 반품, 회수신청이 된 사례입니다. 즉 이미 택배 쪽이 와줘야 되는 계약이 된 상태라는 거죠. 시간만 특정하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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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님의 고충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 저도 얼마간 직접 경험해 본 입장에서 ..
언이아빠님 글의 본질은 기사님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언이아빠님도 납득되는 시간대에 약속시간을 잡았으면 하는 건데 그 시간을 기사님이 정한 시간이 아니면 안되니 아예 절충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부분에인 것 같습니다.
배송과 관련한 계약이 성립하였다 안하였다는 문제는 일단 언이아빠님은 물건을 보내야 하고 업체에서도 받아야 하는 부분이 확실하다면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택배기사님과 해결하기 보다는 업체에 연락해서 전후사정을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반품 문제로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제 입장에서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돌아가시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뭐 어차피 문제 해결방법은 언이아빠님께서 알아서 더 잘 하실 테고 그냥 불편하신 마음 전한 글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해한다' 는 말씀만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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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i
02.17 12:06
원칙적인 문제라기 보다 택배기사의 태도가 문제같네요.
택배기사가 많이 당해서 저런 방어적인 반응으로 나온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서비스직이란게 참 힘든것 같습니다.
택배를 아주약간 해봐서요 그맘 이해가 갑니다.
아침6시에 나가서 그날밤에 터미널에 온물건들 차에 정리하고 출발하면 약 8시30분에서 9시입니다. 착불 배송지에는 미리 전화를 해놔야 그나마 1초라도 절약됩니다. 그렇게 나가서 평균물량 110개 배송을 해서 차량을 비워야 오후에 집하 물건을 받을수있습니다.
그렇게 뛰는데..배송이 끝나면 한 5시 남짓됩니다. 그때부터 집하물건을 받아야하는데 아시다시피 퇴근시간이 걸리면 물건하나 받으러가는데 20~30분이 훌쩍지날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집하를 마치고 터미널에 들려 송장PDA로 입력하고 보내는데 이게 조금만 늦으면 다른이들이랑 겹쳐서 마냥 30~40분씩 기다려야합니다.... 그렇게 하루일을 마치면 약8시쯤 됩니다. 12시간을 밖에서 뛰어다녀야하고 한개배송해봐야 기사에게 떨어지는 수당은 100원입니다. 집하받을때는 300원...이렇게 상황이 열악하니 친절은 안드로메다로 보낼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택배라고하면 무슨 강도 처다보듯하는 아줌마들(이쁜아가씨가그럼말도안해요)
자기에게 떨어진 업무를 처리안한다... 라고 생각하실수도있겠지만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것일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