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2010.03.23 00:15
체질적으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시간 약속이라고 생각할만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요.
그런데요
인생을 살아 오면서 제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꼈었고
즐거웠으며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라고 기억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라고 기억이 되는데요
성북구 장위3동 제일은행 앞에 있었던
저희 집은 부엌에 쪽방이 하나 달려 있었습니다.
혼자 잘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그 쪽방을 제방으로 정해주셔서
혼자 외롭고 무섭다고 느끼며 잠을 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섭고 외로워도 길고 긴 밤이 지나 꿈나라에서 돌아오고
아침 제 방 들창으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제 방에 오셔서 이불속에 함께 누우셔서
동화책을 읽어주시며 저를 깨우셨던 어머님을 기억해봅니다.
그때 읽어 주셨던,
소공자, 소공녀, 걸리버 여행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 신화 등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혹시 딱따구리 그레이트 북스를 아시나요?)
나이가 들고 그 당시 어머님의 나이가 되었을만큼 장성했지만
아직도 어머니가 그리운 건
제가 아직도 마마보이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네요
오늘은 돌아가신 어머님이
무척 보고 싶네요.
제발 결혼해서 손주좀 보고 싶다고들 하시는
친구들 어머님의 잔소리가 저는 참 부럽습니다.
참으로 인생무상입니다.
코멘트 15
-
쌀알
03.23 00:25
고맙습니다, 산신령님
산신령님도 좋은 밤 되세요 ^^
-
왕초보
03.23 00:55
토닥토닥.
-
cpdaisy
03.23 01:01
저도 정말 많이 보고 싶네요 ^_______________^
-
쌀알
03.23 01:04
그래서 혼자되신 아버지께 더 잘하려구요 ^^
-
쌀알
03.23 01:03
왕초보님
짧은 리플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왕초보님 닉을 보니 예전 케이퍽같아 이곳이 더 친근해집니다.
인터넷 헤매며 외로움 달래는 거 그만하고 이제 자러가야겠네요^^
케이퍽 회원님들 모두 행복하세요^^
-
Dr.Aspirin
03.23 01:19
요즘 저로서는 참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 있고, 언제나 제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 때문에 힘이 납니다.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
-
가족에게 안부 전화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 여동생들이랑 거의 연락을 안하고 살어서...쩝~~~
-
갑자기 아버지 돌아가시고 심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아직까지도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많이 보고 싶네요. 지갑속 사진만으로 채울 수 없는 그리움이
너무나 크네요.
-
우산한박스
03.23 02:09
쩝. 앞으로 울 어무니의 평균 기대여명은 27년. 아버지는 19년.
평균적으로 저 세월이 흐르면 다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겠지요.
수억년을 그렇게 살아왔지만, 생각만하면 가슴이 메어지고, 아쉬움만이 가득합니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한국에 잘 살아계십니다만.. 타지에 있는 저로서는.. 음..
-
맑은샛별
03.23 02:54
쌀알님.. 유년시절의 추억이 현실속에서 되살아 날때... 참 눈물겹죠.
눈물나는 날에는 울어도 좋다라고 생각해요.
남자라고 해서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
대머리아자씨
03.23 05:48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
-
동화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계시는군요.
추억이란 참...
-
아... 쌀알님 글을 보고 마음이 짠~ 해집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어떤 사람을 떠나보내는 그 순간이 힘든게 아니라 떠나고 남은 그 자리가 계속 힘든거라고...
너무도 그리운 '어머니'라는 이름이 지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시는 쌀알님께 더욱 필요할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잘 견디셨으니 힘을 내셔서 아버님께 두 배로 효도하세요.
저도 쌀알님 때문에 부모님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그냥... 넘어갈랍니다.
어제가 아버지 기일이었어요..
^^
오늘은 오랫만에 가평에 계시는 어머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 아들~ 매일도 필요없고, 2일에 한 번도 필요없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안부 전화 해야지~"
뭐 사는게 그리 각박하다고, 올들어 전화 조차 못한 제가너무 죄송스럽더라구요.
//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