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일단 이유는 회사 업무입니다. 회사에서 모 불량 고객에게 내려간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걸었고, 재판에서 승소하여 확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승소했다고 돈이 전자동으로 들어오는건 아닌 만큼 일단 돈을 받아내려면 절차를 좀 따라야 합니다. 그냥 쓱싹 압류면 된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구체적인 피고의 재산 내역'을 꿰고 있을 때나 가능합니다. 그걸 모를 때는 재산명시신청 -> 재산조회신청 -> 그 뒤 확인된 재산에 대한 압류를 진행합니다.


피고의 재산을 확인하고자 '별 쓸모 없는' 재산명시신청을 접수하러 재판을 관할한 법원에 갔습니다. 참고로 쓸모 없다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재산명시명령을 법원이 내려도 피고가 그것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법원에 출석하여 거짓을 말하는 것은 처벌받지만 일부러 무시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즉, 재산명시신청은 강제로 재산 내역을 뽑는 재산조회신청으로 가는 길일 뿐인 것이 현실이지만, 일단 안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대충 판결문과 몇몇 서류를 들고 법원에 갔더니 담당 직원이 하는 말(이 때 판결문의 원고, 피고 주소를 분명히 봤습니다.), '다시 피고 주민등록 초본 떼와라.' 그래서 열심히 근처 지도를 뒤져 땡볕에 주민센터를 찾아 판결문을 들고 초본을 떼왔습니다. 그랬더니 또 다시 '다른 창구로 가서 서류를 더 떼와라'그럽니다. 뭐 이것은 필요한 서류라고 나와 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역시 떼왔습니다. 


이제 됐다 싶었는데 그 직원 曰... '우리 법원 소관 아니거든요.'


진작 서류를 다른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면 이 삽질을 안해도 되는데 처음 서류를 볼 때 접수가 되는양 말해버리는 바람에 그야말로 Bird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시대임에도 서류를 대신 접수하는것 따위는 없고, 직접 해당 법원(경북 김천까지 가야 합니다.)을 가거나, '우편으로만' 따로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무슨 전산따위는 없는 쌍팔년도 시대의 법원 행정을 다시 한 번 겪었습니다.


결국 두 시간동안 밥은 굶고 땡볕에 에너지 빼고 서류는 하나 접수 못하고 회사로 복귀하니 일은 넘쳐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딴 사법 행정하라고 세금을 바치는건 아닌데 머리가 굳은 권위주의식 행정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나라를 발전은 커녕 힘 가진 인간들이 대놓고 사람을 죽이는 시대로 돌리고 싶어하는 움직임을 보이는건 이러한 시대 역행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사람과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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