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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매우 부정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아무리 내용보다는 액션(큰 넘 vs 큰 넘)을 보여주는 것이라지만 최소한의 당위성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매우 부족합니다. 이건 일본의 특촬물이나 몇몇 애니메이션을 오마쥬한 것도 아니며 와패니즈(일본병 걸린 서양인)가 어줍잖게 헐리우드와 재패니메이션을 섞어보려고 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1. 애정 라인이 별반 없는거야 이러한 물량 공세 영화에서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상한 느낌만 주다 말아 버리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합니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보이는 태도는 존경도, 애정도 아닌 매우 뒤죽박죽이며 그냥 '수상한 냄새'만 피우다 맙니다. 복날에 삼계탕을 주면 좋고 안주면 뭐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냄새만 피우다 마는건 고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감정적인 표현은 이렇게 애매모호함의 극치를 달리다 뒷처리 안한 것으로 끝나버립니다. 


2. 이 영화의 짜증을 부르는 또 하나의 요소는 여주인공의 연기 능력입니다. 일본계 여주인공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세상이 다 막장이 되었다는 설정이니 1/50 확률로 일본인이 있어도 이상할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표정 연기가 무슨 우리나라의 아침 드라마 수준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김희선의 영화에서의 연기와 비슷한 레벨입니다. 남주인공과의 퍼스트 컨택 단계부터 표정이 무슨 60년대 신파극에서 '몰라용~'하고 고개를 돌리는 듯한 표정을 지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표정이 바뀌질 않습니다. 차라리 헬멧을 씌워버리는 후반가 훨씬 낫습니다. 그 표정은 감정을 숨기는 것도,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너무나 미묘한 표정입니다. 분명히 이 여주인공의 심리 상태는 흐름을 보면 '괴수에 대한 복수심'이 아닌 '공포심'에 가까우며, 남주인공을 대하는 자세는 '자신에게 기회를 줄 존경할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그 표정은 연심이 살짝 나오다가 말려는 너무나 미묘한 것입니다. 보통 이런 표정 연기를 보면 '연기를 못한다'라고 합니다. 입만 씰룩거리면 분노한 연기인줄 아는 요즘 드라마의 젊은 탤런트들처럼 말입니다.


3. 폼은 재놓고 수습을 안하는 것은 한두개가 아닙니다. 각국 정부 수반들은 영웅들을 대놓고 발목을 잡는 악역쯤은 될 것처럼 잠시 폼을 잡다 별다른 설명 없이 쓱 사라져 버립니다. 예거(대형 로봇)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방어 전략을 왜 바꿨는지,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도 밝히지 않고 그들은 중간쯤에 '미국 중앙부로 피해요. 안전해요.' 발표 하나 하고 더 이상 나오지도 않습니다. 프로젝트 중단을 시켜버린 큰 부분임에도 대충의 해명도 없습니다. 차라리 헐리우드 영화답게 '주인공을 시달리게 한 넘은 천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죽이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고 쓱 사라지는 것은 허무 개그도 보통이 아닙니다.


주력기 이외의 다른 예거들은 그야말로 들러리입니다. 각각의 파일럿들에 대해 개성을 표현할 새도 없이 '끔살' 당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인물은 엄청나게 뿌려놓지만 다른 영화라면 준 조연급이 될만한 캐릭터까지 그냥 엑스트라 취급을 해버립니다. 이렇게 허무한 취급을 당한 러시아와 중국에 묵념을... 참고로 이렇게 대놓고 스포일러를 적어버리는 이유는 이것을 안다고 해도 영화를 보는 데 전혀 영향이 없을 정도로 비중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알 필요도 없습니다. 적이 침공하려는 외계인이긴 한데 대충 어떤 세력인지도, 그리고 복제하여 만들어 낸다는 적이 새끼를 배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걸 알려고 하면 지는겁니다. 이렇게 정신승리론을 펼치지 않으면 차마 내용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벌려 놓는 스케일에 디해 배경을 짜놓은 것은 부실함의 극치를 달립니다.  영감님들 집합소인 익스펜더블조차 이 보다 스토리의 당위성은 1조배쯤 많습니다.


4. 영화는 적과 두뇌 동기화를 하려는 연구원의 시점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당합니다. 캐릭터가 매우 찌질(?)하다는 점은 뭐 그렇다 쳐도... 이렇게 시간을 할당해놓고 결국 얻은 결론은 '적의 시체를 안고 점프~' 한 마디입니다. 딱 이거 하려고 사령관 앞에서 찌질거리고 홍콩의 위험한 인물 앞에서 찌질거리며 대피소에서 찌질거립니다. 차라리 이거 보여줄 시간에 아무리 로봇 폭력물이라도 해도 너무 심한 배경의 뒷수습 내용이라도 적어주는게 나았을겁니다.


5.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는 중간 부분의 홍콩에서의 전투 뿐입니다. 타이틀 이전의 전투는 별거 없이 당하는 내용이고, 마지막에 적의 근거지로 뛰어드는 심해 전투는 안그래도 느린 움직임에 당하는 것만 부각될 뿐이기에 탄성이 나올 것은 없습니다. 홍콩 앞바다에서 중국과 러시아 팀이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최신 기체로 무장한 부자는 EMP 한 방에 바보가 되었을 때 혼자서 수퍼 로봇물을 찍어버립니다. 그 장면만은 볼만합니다. 다만 이 영화의 전투신은 매우 느릿한 편집을 합니다. 중량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느릿하게 움직이기에 빠른 액션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따분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을 적으면 이 홍콩에서의 느린 활극 하나를 보려고 처음부터 주인공의 형을 허무하게 죽이고 여주인공의 60년대 신파극만도 못한 표정 연기에 답답함이 몰려 오는 감정 연기를 참아내야 하며, 찌질이 박사 두 명의 시간 낭비를 봐야 합니다. 제 잘난 맛으로 사는 최신예 기체의 젊은 파일럿과의 감정의 골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리고, 예거에 한 번만 타면 죽어버린다는 사령관이 부실한 약만 먹고 도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의 의문도 정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는 닭살 돋는 헐리우드식 가족물/버디물을 찍어버립니다. 그걸 다 참아내야 합니다. 딱 이 것을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대신 그 짜증을 버텨낼 수만 있다면 적어도 '볼륨감'만은 느낄 수 있습니다. 딱 그것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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