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을 확립하고 싶습니다.
2013.08.08 09:02
요즈 서동욱 작가가 지은 철학 연습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인데 읽을 수록 저의 무지함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창피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특히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의 의식에 관한 기술부분에서 그런데요.
둘 다 현상학자라고 하는데
사르트르는 의식의 익명성 즉 준수해야 할 내용을 가지는 인격적인 자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식이 텅비어 있어 자유로우며
이 자유에 입각한 선책만이 의식이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고 하고
메를로퐁티는 애초부터 충만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르트르를 읽을 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조금 생각하다가 넘어가고
그러다가 메를로퐁티를 읽을 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고
지식이 파편화되어 있고 통합이 안되는 느낌입니다.
나만의 주관이랄까 가치관이랄까 이런 것이 아직 정립이 안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혹시나 나의 주관을 확립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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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8.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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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살면서 엄청 고생해보면 ㅋㅋㅋ
가치관이 빨리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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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사랑
08.08 17:11
메를로 퐁티는 신체현상학자 입니다.
신체현상학이란 어두운 방안에서 우리 몸은 형광등 스위치가 어디있는지 알고 찾아가서 불을 켠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머리가 지시내리지 않아도 신체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겁니다.
블라 블라...
현상학하면 질적연구가 나오구 질적연구에서 메를로 퐁티 이야기를 하면서 블라블라 하지요....
각설하고
가치관이야 자기 자신이 정립하는 것일테고
철학의 최고봉은 신학이라고 배우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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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가 설명을 잘 못했군요.
어떤 대립된 개념이 있을 때 각각의 내용을 따라가기만 할뿐 비판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는 예 일 뿐이구요.
스스르 갈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바람에 의해 좌우되는..
신학은 믿음이 필요하지 않나요? -
스마트한돌
08.08 21:27
내가 당해서 싫은일 남에게 하지않고, 내가 받고 싶은것 먼저 남에게 주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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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철학이든지간에, 남에게 어벙하게 당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을 챙길 정도의 멘탈을 최소한 제공해주면
살아가는데는 문제없을 겁니다.
단, 철학 << 삶이라는 것만 항상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펠릭스가 아닌 이상 죽을때까지 어떤 철학이든 현실과 격렬히 부딛혀 박살나는 일은 반드시 발생합니다.
이 때 멘붕하고 좌초하느냐, 극복하고 새로운 철학의 기반을 개척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갈리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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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같은거 너무 성급하게 세우려고 안 하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세워 놓으면 언젠가는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때 힘들게 다시 가치관을 찾느니 차라리 상황에 맞게 응변하는 자세가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가치관을 세우는데 너무 신경 쓰다 보면, 결국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성직자, 철학자, 무당, 도사)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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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8.09 11:16
글쓴분께서는 흔들림없이 확고하게 완성된 가치관 내지 판단기준을 완성시키길 원하시나 봅니다.
일단, 글쓴분 본인도 알고 계시겠지만 그게 단기간에 이루어 질꺼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은 할런지 의문입니다. 아마 죽을때까지 가치관같은건 조금씩 변해갈껍니다. 완성은 죽는 순간 그 시점에나 되겠군요.
그리고 가치관이란것이 몸에 완전히 체화될 정도에 이르러 별생각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우러나와야 가치관인것이지, 그냥 머리로 생각만 하고 있다고 그게 가치관인거 같지도 않습니다.
몸에 완전히 체화될 정도가 되려면 무수하게 그 가치관에 호응하는 행동과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오랜시간동안 반복되서 이루어져야 하겠고, 따라서 가치관을 의식적으로 "만들려고" 할것이 아니라, 그냥 맘편하게 만들어질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어짜피 만들려고 머리로 해봐야 만들어지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문의 샤르트르가 했다는 "의식의 익명성 즉 준수해야 할 내용을 가지는 인격적인 자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식이 텅비어 있어 자유로우며 이 자유에 입각한 선책만이 의식이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이 말이 개인적으로 맘에 드네요.
전 샤르트르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아마 제 리플과 유사한 측면도 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드는군요. 가치관을 의식적으로 만들려고 할것이 아니라 그냥 머리를 텅비우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기다리면 저절로 만들어 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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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아니에요.
결국 휘둘리는 삶을 살거나 효율성이 지극히 떨어집니다.
아이 곁에 책을 두는 것과 비슷한거죠. 그냥 두면 안 읽습니다.
부모가 곁에서 보라거 하거나, 옆에서 읽으면서 유도를 하거나 하면 훨씬 빠르게 독서가 습관으로 정착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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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8.10 13:01
제 리플의 내용을 오해하신거 같군요. "가만히 기다리라"는 것이 정말로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 리플의 중간쯤에 "무수하게.. 반복되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이미 밝혔습니다. 제 리플의 요지는 노력의 "유무"가 아니라 노력의 "방식"에 관한것입니다.
사실 matsal님의 최초리플과 제 최초리플은 둘다 비슷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표현방식이 약간 다르고 제 리플이 지적하는 내용이 다소 더 넓다는 차이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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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머리를 써서 바꾸는 타입이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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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파스칼>이라는 닉네임부터 범상치 않은 포쓰를 뿜어내시는데요?
질문과 댓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누군가의 글 - 그것이 철학서이든 인생학개론이든 아니면 시시한 잡담이든 - 을 읽으면서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나만의 기준, 또는 잣대를 갖고 있어서 그 내용에 대한 나만의 해석, 비판, 수용, 거부 등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걸로 생각됩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다는 걸 전제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사람이라는 존재는 평생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세우지 못 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평소의 내 생각과 다른 내용이라도 제법 그럴듯하게 양념을 섞어서 버무린 글을 보면 뚜렷한 논지를 찾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저 혼자만 이런 걸지도 모르겠군요. ㅠㅠ)
물론 세계 유수의 철학자들이야 또 다를 수 있겠지만,, 그들은 그렇기에 손가락에 꼽히는 현자 대접을 받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철학서를 많이 보시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한 두가지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해서 당분간 그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런 이후에 조금씩 분야를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또는 아예 폭 넓게 다루는 책을 고르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한 분야를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두루두루 이야기를 하면서 가볍지만 독자 스스로 깊이있는 고민을 하게 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최근에 읽었던 [사이언스 이즈 컬쳐]라는 책은 각 분야별로 유명한 분들을 둘씩 대담을 하게 하고 그 내용을 기록한 건데, 최근 자주 듣는 '통섭'이라는 키워드에 잘 맞는 내용인 것 같고, 깊이있는 지식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와서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에 꽤 재미를 느꼈었습니다.
최근에는 책도 책이지만, TED도 종종 봅니다. 짧아서 부담없고,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좋더군요.
[터키사랑]님께서 철학의 최고봉은 신학이라고 언급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신학은 철저하게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자신의 종교나 믿음, 신앙과 상관없이 사색을 넓히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도 서너번 읽어봤고, 경전까지는 아니자만 인도 종교 해설서 격인 우파니샤드, 불교 경전도 한 두 권 정도는 읽어봤습니다만, 특정 종교에 깊이있게 들어가 보는 것도, 또는 종교를 서로 비교해보며 공부하는 것도 꽤 흥미있고 재미있는 작업이더군요.
종교를 감성으로 받아들이면 신앙이겠지만, 이성으로 받아들이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종교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 종교에 귀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저도 주관? 가치관? 그런거 가지고 싶습니다.
뻘 댓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