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회사에서는 컴퓨터 관련 상담 코너가 있고, 그걸 제가 담당합니다. 업무이고 이게 휴일일 때는 조금은 부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취미 비슷한 생각으로 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여러 구성을 가지고 문의를 하는데, 컴퓨터라는 물건은 아무래도 개인에게 맞춰 만들고 설정해 쓰는 물건이기에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취미(?)에 가끔씩 스트레스를 주는 글이 올라오는데, 바로 '뭔 생각으로 이렇게 돈을 쳐바르느냐'는 생각이 절로 드는 구성에 'OK' 사인을 내달라고 들이밀 때 입니다. 극단적으로 적으면 취미로 온라인 고스톱을 치는 데 모니터 네 개를 연결하고 그래픽카드에 100만원을 쓰겠다... 뭐 이런 것입니다. 이런 문의는 꽤 위를 쓰리게 하지만 특히 분노 게이지를 높이는 것은 가지고 쓸 능력도 되지 않는 것이 뻔히 보이는 사람들이 무뇌 구성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성을 문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참 우연찮게도 미성년자입니다.


오늘도 방금 전까지 그러한 분 한 분의 응대를 했는데, 대충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문의를 올리신 분의 연령은 만 15세입니다. 쉽게 쓰면 이제 고 1입니다. 게임용 PC를 사겠다고 문의를 했는데, 즐기는 게임이 컴뱃암즈와 LoL입니다. 모르시는 분을 위해 적으면 컴뱃암즈라는 돈슨(?)의 게임은 지포스 FX 5600이 권장 제원인 캐주얼 게임입니다. 지금 수준이면 인텔의 싸구려 CPU 내장 그래픽으로도 돌아가는 넘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넣는 그래픽카드가... 무려 지포스 GTX 670입니다. 여기에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메모리 용량은 32GB가 들어갑니다. 메모리 용량은 이런데 운영체제는 철저히 32비트를 고집하는 용기(?)는 일종의 애교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고등학생이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여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은 사실 뻔합니다. 편의점이나 주유소 알바를 해봐야 시급 5,000원이면 많은 편입니다. 방학 전체를 노동으로 보내도 160만원이라는 PC 값은 모을 수 없습니다. 결국 뻔하게 부모님 손을 벌릴텐데 고작 저런 게임을 한다고 제대로 쓰지도 못할 그래픽카드를 고집하는 것을 보니 머리가 아픕니다. 부모님이 수백만원은 '옜다~'할 수 있는 곳의 자녀분인가 생각해도 그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부모님 등골을 어떻게 빼먹자고 저런걸 '하지 말라고' 말려도 고집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더군다나 그걸 고집하는 이유도 '유명 VJ가 그걸 쓰니까'입니다. 남의 의견은 들을만한 가치는 있지만 남은 자기와 같지 않은데 무턱대고 그것을 따르려는 머리의 짧음은 한숨이 나옵니다. 그렇게 돈을 벌지도 못하고 그렇게 게임을 즐기지도 못하면서 유명인의 것을 부러워하고 자기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 생각은 자기 자신을 그만큼 모르고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자신이 돋보여지고 발전할까요? 


이게 한두명이 아닌게 사실 더 문제입니다. 청소년분의 문의를 받으면 '그냥 몰라서' 고른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허영심 중심의 구성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도대체 누구 등골을 빼먹고 싶어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학생때만 해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떼는 썼지만 저 정도로 개념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개념이 밥말아먹는 수준으로 떨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제 머리가 그만큼 보수화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 분들이나 경제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무언가를 갖고 싶을 때 자기 처지는 좀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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