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진당 내란 사건 잘 된 일인 듯
2013.08.31 10:04
먼저 진보 쪽 시각에서 말해볼까요. 딱 까놓고 말해서 최대의 폭탄이었죠 그 동안.
당내 경선을 어떤 식으로 조작해왔는지 까발겨지고 나서도 막무가내. tv토론 당시에도 논의를 인신공격의 장으로 바꿔 놓아 보수표는 더 응집시키고 진보 쪽에서는 명분을 잃게 만들고. 진보가 그래도 합리적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좀먹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 집회하는데 이정희가 실실 웃으며 마담 노릇하고 숫가락 얹는 게 찜찜했는데, "아 다음 지방선거는 날리는 대신 폭탄은 제거되었구나"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실 정권 쪽에서 까발리지 않고 오래 움켜잡고 있었던 것은 일단 터뜨리면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는 패이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보수 쪽 시각에서 보면, 물론 단기적인 정세나 다음 선거를 고려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보다 더 호재가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판의 불확실성이 없어진다는 거겠죠. 진보의 주류 세력(?)이 민주당이라는 건 좀 안쓰럽겠지만, 그건 그쪽 진영이 고민할 문제일 거고.
주류 정치세력이라는 게 식상하고 불만족스럽지만, 이젠 지긋지긋해요. 판을 뒤집겠다고 나서서 기대를 좀 걸어보는데, 결국 까보면 돈키호테거나 또다른 엄석대인 거. 알아요, 민주당은 한심과 무능의 극치죠. 하지만 그래도 상식의 테두리에서 그리 벗어나진 않아요. 안철수는 생각이 살풋 어긋난 것도 문제지만 너무 굼뜬 것 같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죠.
코멘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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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8.3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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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08.31 19:39
사실 아침에도 댓댓글을 달까 했지만 상당히 긴 내용이셔서 엄두를 못냈네요. 동의하는 바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찍어서 말씀드리면, 진보의 멍에는 모두 나눠져야 한다는 건 다같이 죽자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분을 떠나서, 새누리당의 도마뱀 꼬리 작전을 보세요. 최근에 있었던 일들만 따져봐도 민간인 사찰과 이동흡 낙마 사건, (진격의 거인 패러디까지 나온) 윤창중 사건, (그러고 보니 성희롱 사건은 헤아릴 수도 없네요; 심지어 정계를 떠나도 그걸로 준연예인까지 되는 판이니) 현재 진행형인 국정원 댓글 사건까지, 이 모든 일들을 현 정권에서는 나 몰라라 하는데, 진보 동네에서는 건넛집 이웃이 저지른 도둑질도 지난 밤 떡 돌린 것 얻어 먹었다고 같이 곤장을 맞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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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8.31 17:17
저는 잘되었다고 봅니다. 지금 진보에서는 NL과 주사파를 몰아낼 능력도 세력도 없다고 봐요.그들 하나 하나를 보면 볼수록 그러하고. -
왕초보
09.04 07:03
iris님의 리플은 진보의 멍에를 모두 나눠지자는 얘기가 아니고, 진보진영이 어떻게 생각하건 저 멍에는 극보수가 아닌 모든 사람이 나눠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옛날에도 그러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그룹은 대략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또는 알지만 모른척하는) 전략이라곤 하나도 없는 무뇌진보와, 진보쪽 표를 끌어볼려고 진보인척 하지만 사쿠라인것이 너무나 행복한 가짜 진보 두가지 밖에는 없습니다.
진짜 진보는 명함도 내밀 수가 없어서.. 재야에만 있지요. 그곳에선 가장 큰 히트가 혹시라도 유튜브나 하나 얻어걸려서 사람들이 욕하는 리플이라도 달아주면 감사.. 하는 상황. OTL
저는 조금 관점을 달리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1. 많은 사람들은 반복된 공통적인 정보를 접하면 그것이 왠지 수상해 보여도 '그런가?'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일종의 세뇌 효과인데, 지금은 포털이 좋아하는 언론들이 일제히 '당장 오늘 경찰서와 방송국을 박살낼 테러범이다!'라고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진보도 '거시기한 넘들 털어내 시원하다'라고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중도'는 지금의 세뇌 정국에서 '진보 = 전부 빨갱이 & 테러범'으로 각인이 됩니다. 지금의 진보도 아닌 극우에 가까운 머리를 가진 자칭 진보당이라는 넘들은 퇴출이 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이런 방법으로는 아닙니다. 지금 이번 기회에 진보당 뻘갱이들을 진보에서 지워버리게 되어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청와대로 간다!'와 다를 것이 없는 자포자기에 불과합니다.
2. 사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사실 진보 세력 및 진보 지지자 모두가 져야 하는 멍에입니다. 물론 저는 저 내용이 '술집에서 대통령 죽어!라고 욕하기'와 뭐가 다르냐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지금의 진보당 주류가 '사고 칠 넘'이라는 것은 몰랐다는 것이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이미 민주노동당 시절 그들이 당권을 장악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올 때 그들이 '당권을 가로채고 북한 만세라는 테마로 주목(또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넘들'이라는 점을 충분히 깨닫고 나중에 진보 연대 과정에서 그들을 완전히 고립시켰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진보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당장의 세력 확장에 급급해 다시 총선 과정에서 그들과 손을 잡았고, 그 넘들은 선거에서 표만 얻은 뒤 당권을 강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 주인인 일반 진보 정치인과 지지자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럴거라는게 뻔했음에도 진보 연대에는 누구나 다 참여해야 한다는 알량한 명분과 조직의 힘에 대한 기대때문에 스스로 무덤을 판 것입니다. 지금의 진보당을 장악한 넘들은 후쿠시마 발전소에 던져주고 싶을 정도입니다만, 그들이 싼 폐기물 처리는 진보 전체가 책임 전가 없이 떠안아야 합니다. 이렇게 될건 복잡한 생각 없이도 뻔히 알 수 있었던 일이었음에도 그들과 손을 잡아 이런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3. 민주당은 크게 여당과 협상하려는 협상파(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권 장악에 대한 의지 없이 그냥 당권과 자기 세력 유지만 할 수 있다면 사쿠라 야당이 되어도 상관 없다는 넘들)와 강경파(여당과 협상에 부정적인 세력)가 있습니다. 사실 X누리당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민주당과 불리한 내용어서 내줄게 많더라도 협상해야 한다는 협상파는 존재하지 않는 100% 강경파(그 정도만 다른)의 조직이기에 그들이 손을 내미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민주당의 협상파들은 강성야당은 안좋네 뭐네 하면서 여당이 하는대로 끌려다니고 뭔가 흉내만 내보다 맨날 '노력은 했는데 우리는 힘이 부족하여 안돼요. 데헷~'하면서 자기 만족만 하는 넘들입니다. 대신 그들은 자기 텃밭에서 자기 세력의 지위(물론 정권 확보는 관심이 없습니다.) 유지에만 집착합니다. 이런 넘들이 민주당의 메인스트림이 될 때 민주당은 쪼개져 왔습니다. 2공화국때도, 3공화국때도, 5공화국때도, 지금의 6공화국때도 그래왔습니다. 저는 저희 동네 윗동네 국회의원(김x길) 및 그를 추종하는 체제의 민주당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빨리 제대로 망해서 실권을 내려놓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