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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추석 연휴 동안 부모님 댁에서 딩굴딩굴하다 보니 쓰잘데기 없는 공상과 나와 관련없는 세상사에 대한 분석만 한 가득 했네요.


(제목에 쓴 대로) 주제는 구글인데요. 첫째, 왜 구글은 초히트한 안드로이드를 놔두고 뜬금없이 크롬오에스를 피씨용 오에스로 밀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지죠. 방금 "초히트"라고 쓴 건 과장이 아닙니다. ios와 경쟁하고 있지만 사실 애플을 제외한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 진입하려면 안드로이드 이외의 어떤 대안도 없죠. 


이 사실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노키아를 보면 됩니다. 그토록 강고했던 노키아가 몰락한 이유는, 다들 쓰는 안드로이드를 마다하고 엠에스 운영체제를 썼다, 이 사실 하나로 요약됩니다. 지금 시점에선 오래 전처럼 생각될지 모르지만, 노키아가 심비안 운영체제를 가지고 유럽은 물론이고 전세계 모바일 시장을 호령하던 게 불과 몇 년전입니다. 그러다가 차세대 운영체제로 넘어갈 때 차별화한답시고 엠에스 쪽으로 간 게 제가 보기에는 결정적인 패인이예요. 물론 엠에스로 가기 직전에도 몰락의 기미가 있긴 했지만, 최소한 남들처럼 안드로이드 폰을 만들었으면 자사의 하드웨어 역량을 가지고 충분히 삼위 안까지는 다시 치고올라왔을 거라고 봅니다.


이처럼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시장에서는 막강한 플랫폼이고 애플 이외의 하드웨어 벤더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선택이죠. 그럼 드는 의문이, 구글 입장에서는 즉각 피씨 시장을 침공할 수 있는 막강한 무기가 손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왜 안하는 것일까요?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하드웨어 스펙을 줄여가는 건 어려워도 늘여가는 건 쉬운 법입니다. 일례로 스마트폰 오에스이던 안드로이드가 뻘짓 좀 하다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태블릿 시장에 안착하는데 이삼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화면 좀 늘이고, 앱스토어 란에 안드로이드북(가칭)카테고리 만들고, 그래도 안 되면 몇 년 밀고 당겨보면, 각종 앱들이 포팅되고 울트라북 또는 넷북 카테고리를 낼름 잡숴버리시는 것은 시간 문제죠. 그럼 왜 안 할까요?


돈이 안 되서 그럴 겁니다.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구글은 검색을 기반으로 한 광고회사란 거죠. 그럼 이 시장에서 구글에게 효자인 플랫폼은 뭐냐... 피씨>ios>안드로이드 순입니다.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둬주는 건 역시 광대한 화면에 광고를 뿌려줄 수 있는 피씨 플랫폼인 건 당연한데, 약간 놀라운 건 ios가 안드로이드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줍니다. 구글이 뭘 내놓을 때마다 꼬박꼬박 ios용도 챙겨주는 건 착해서가 아니라, 사실 안드로이드보다 더 돈을 잘 벌어주는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아니, ios고 안드로이드고 간에 가장 효자는 피씨고, 모바일로 전환하면 할 수록 돈은 덜 벌립니다.


둘째, 그러면 애초에 왜 안드로이드는 만들었냐... 그냥 예전처럼 피씨가 꽉 잡고 있는 세상이 구글에게는 좋았던 거 아니냐... 당연히 나오는 지적이겠죠. 답: 어쩔 수 없어서. 구글, 똑똑한 사람들만 들어가는 회사라죠? 수익이 지금 피씨에서 나고 있다고 그 플랫폼만 붙잡고 있으면 망하는 겁니다. 코닥도 그랬고, 위에 거론한 노키아도 그랬으며, 블랙베리도 그랬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을 당시, 모바일로의 이행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였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잘 판단한 겁니다. 물론 귀찮게시리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이럴 게 아니라 애플이 독식하면 구글에겐 수익 면에서야 더 좋을 수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애플이 언제 빙이나 자체검색엔진으로 바꾸고 구글을 팽할지 모른다는 사실이었겠죠.


세째, 요건 약간 다른 얘긴데, 넥서스 시리즈 하드웨어는 왜 내놓은 거냐... 돈이 많이 벌리는 것도 아니고, 검색과 광고라는 초점에서 멀어지기만 하는 건데. 그런데 요것도 위의 논리대로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구글 입장에서는 사실 하드웨어 장사는 삼성이나 소니한테 맡기고 가끔씩 안드로이드 버전업만 해가면서 광고수익을 늘일 궁리를 하고 싶겠지만, 그 당시 똻하고 나왔던 게 아마존 킨들이었고, 이 놈들이 감히 검색엔진을 딴 걸로 바꿀 것이 빤히 보였으니, 저가기기를 확 풀어서 저지할 수 밖에 없는 거였죠.


결국 구글의 모든 행동들은 두 단어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광고 그리고 주도권.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끊임없이 부딪힙니다. 광고 수익만 생각한다면 운영체제니 하드웨어니 하는 건 딴 회사들에게 맡기는 게 장땡인데, 이 딴 회사들이 딴 마음을 자꾸 먹거나, 혹은 그럴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그래서 눈치를 막 보다가 광고장사 잘되는 플랫폼이 구글을 팽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주도권을 내놓지 않기 위해서 고유 플랫폼을 내놓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면서 수익이 감소하거나 협력사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건데, 구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네들 플랫폼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그랬고, 태블릿으로 옮겨간 게 그랬고, 모토롤라를 인수한 게 그랬고, 넥서스 기기들을 내놓은 게 그랬습니다. 어떤 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이래온 거죠.


자 그럼 여기까지는 과거 얘기고, 미래를 생각해 볼까요? 위에 몇 가지 얘기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문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피씨용으로 안 내어놨다는 얘기죠. 그런데 전 구글이 결국 안드로이드북(아니면 무슨 이름이 되든)을 내놓게 되리라고 봅니다. 이유는 엠에스의 책동 때문입니다. 윈도우즈 8.x로 넘어가면서 윈도우즈는 상당히 많이 폐쇄적인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일단 밑으로는 우분투 등의 다른 운영체제와 더블부팅이 되는 걸 상당부분 막았고, 위로는 메트로유아이를 가지고 지네들 앱과 브라우저가 제일 먼저 보이도록 바꿨죠. 최근 들어서 크롬브라우저의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엠에스의 이런 정책들 때문일 겁니다. 그나마 x86용 윈도우즈는 과거 응용프로그램들과의 호환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알티가 히트라도 치는 날이면, 애플처럼 모든 응용프로그램을 지네들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하고 타사 웹브라우저를 어떤 식으로든 덜 노출되게 만들 겁니다. (완전히 블로킹은 못하죠. 당장 독점방지법에 걸릴 테니까...) 그러다가 어떻게든 익스플로러+빙 환경으로 넘어가게 되면 구글의 광고사업은 종치는 거죠. 물론 이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게 전개되겠지만, 대략적으로는 충분히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구글 입장에서 피씨는 최대의 수익원이지만, 결국 또 울며 겨자먹기로 안드로이드를 이쪽 시장에도 포팅하게 되겠죠.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무릅쓰고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아온 게 구글의 역사니까요. 사실 그런다고 해서 꼭 돈이 덜 벌릴다고 할 수도 없겠죠. 모바일 플랫폼에서 광고수익이 상대적으로 뜸한 건 코딱지만한 화면 탓이 크니까요. 똑같은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피씨에 포팅되고 검색내용을 가리지 않고도 광고를 뿌려줄 수 있게 되면 수익이 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동안 피씨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이 났던 걸 생각할 때, 불안하겠죠. 아마 구글은 내부적으로 arm과 x86 양쪽으로 이미 피씨형 안드로이드, 아마 레퍼런스 하드웨어까지 개발해놓고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롭게 생각해봐야 할 사실이, 퀵오피스를 구글이 인수해서 무료로 풀었단 겁니다. 이것도 사실 여러 오피스수트가 나와있는 상황에서 부작용을 무릅쓰고 앱 시장에 개입한 건데 (팜이 써드파티와 경쟁할 수 있는 sw를 내놓는데 얼마나 조심스러워했는지 기억해 보세요), 왜 그랬을까요? 퀵오피스는 사실 스맛폰이나 태블릿 고유의 목적인 소비자용 소프트웨어가 아닌, 생산자용 소프트웨어입니다. 피씨와 충돌하죠. 제가 보기에는, 물론 응수타진하고 있겠지만, 만일 엠에스가 수틀리게 굴면 안드로이드북을 확 풀고 피씨와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구글 고위직들의 머리 속에서는 떠돌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이삼년이 흥미진진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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