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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추천] 스물다섯, 스물하나

2013.12.04 22:27

iris 조회:995

조용한 저녁에는, 그리고 이슈가 별로 없을 시절에는(사실 이슈는 많습니다. 부카니스탄발 폭풍과 그로 인해 얻을 영애님의 엄청난 이득같은 것 말입니다. 그걸 말 못하게 하는 세상이 문제일 뿐입니다.) 음악이라도 들어야죠.



자우림의 신보 자체는 10월의 것이기에 뭐 지금은 새거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앨범 자체의 평가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조울증 환자같은 극단의 우울함과 혼을 빼놓은 밝음을 반복하던 것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정형화를 해오던 시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정신 나간 극단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적지는 않겠습니다만.


사람의 나이를 적는 노래들은 많은 경우 그 나이대에 있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들어갑니다. 이 분야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서른즈음에와 비슷한 연령대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다만 그 보다는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범위를 갖습니다. 서른즈음에는 30이라는 숫자를 통과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아쉬움의 정서를 반영하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단순히 이 나이대를 지나온 사람의 아쉬움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30이라는 나이를 통과하면서 느끼는 숫자의 무게와 서서히 약해지는 몸 상태로 인한 아쉬움의 정서는 그 사람이 사회의 승자이건 그냥 대한민국 99%이건 누구나 같게 느낍니다. 그 특정 연령대 전체의 일반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가 서른즈음에라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살기에 바빠 자신의 꿈을 찾을 여력이 없고 세상의 아름다움과 행복함을 쉽게 찾을 수도 없는 지친 대한민국 99%의 감성에 바탕을 둡니다. 나쁘게 말하면 '루저'의 정서를 바탕으로 합니다.


연령면에서도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세상에 뛰어들어 에너지를 거의 대부분 소비해버린 빠르면 20대 후반, 늦게는 40대 초반대를 타깃으로 합니다. 이는 자우림의 팬층의 나이대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자우림도 이제는 늙어가는 팬층과 함께 해야만 하는 젊다고 할 수 없는 밴드이며, 보컬인 김윤아 '아줌마'는 젊을 적의 덕질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유부녀일 뿐입니다. 앞으로 나올 그들의 음악도 결국 과거처럼 정신 나간 에너지 폭발이 아닌 정제된 것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자신들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과거를 그리워하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며 앞으로를 설계하는 것이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단순히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깨달아 젊을 적이 아쉬운 것이 아닌, 세상에 치여 그 곳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처절히 깨달아버려 그것을 느끼지 못했던 때를 아쉬워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같은 아쉬움이라도 후자의 사람이 느끼는 젊은 날의 기억은 그 무게가 다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곡을 들으며 공감할 대부분의 사람은 여유로운 환경과 심리를 갖는 분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곡의 파괴력(?)은 서른즈음에와 차원이 다릅니다. 이미 가요의 역사에서 언터쳐블이라고 해야 할 김광석의 음악에 도전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 때와 지금의 30대 전후의 사람이 느끼는 짐은 크게 다릅니다. 로망의 구석이라도 남아 있던 시대와 꿈도 희망도 없는 시대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직 이 음악을 듣고도 느낌이 오지 않는 10대 KPUGer도 많을 것입니다. 지금은 절대 느낌이 오지 않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면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게 될 때는 옵니다. 싫어도 99%의 사람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99%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아직 이 노래에 공감이 가지 않을 때 열심히 최대한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겨 두십시오. PC를 만지면서 즐거워하고 스마트패드를 자랑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지만 교정을 거닐며 느끼던 풍경은 그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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