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눈의 기억

2013.12.14 13:54

영진 조회:968

 

 

 

 

ded_moroz_vorota.jpg

 

나는 다른 소련아이들처럼 눈덮인 마을에서 겨울을 지내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우리 고향에서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세워졌는데.  엄청난 예술적 재능을 갖은 사람들이었다.  내 기억으로 굉장한 예술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에멜,끄로꼬질,눈의여왕, 야가아줌마등 동화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눈으로 빚어서 그 위에 말끔하게 색칠을 했었다.

주 산업이 광물을 채굴해 가공하는 일을 하던 대다수의 노동자마을의 아이들처럼 우리들은 레닌그라드나 모스크바의 화려한 역사적 기념물들을 누릴 기회가 없었으나 그 대신 이 눈조각품이 대치되었었다. 그러나 이런 눈조각품들은 미적견지에서 크렘린이나 페테르고프스키분수 못지않은 예술적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그것은 정말 가치있는 대치품이었다! 보통의 노동자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 그들의 솜씨를 뽐냈는데 어떠한 보수도 없

이 진짜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그저 보통의 흰눈과 강의 얼음을 이용해 걸작을 만들어냈다. 이런 것은 요샌 구경조차 할 수 없다.

 

 

koni_1952god.jpg

1952호마차는 동화의 등장인물이었다.  리바-킷이나 체르노모르, 3두 드라콘등 어릴 적부터 읽어오던 동화속의 수많은 다른 유명한 영웅들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불행하게도 요즘의 아이들은 이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두터운 마분지 로 만든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경험이라니!  칙은 그중에서 서서 타는 제일 큰 미끄럼틀이었다.  친구들과 혹은 모르는 사람들끼리 '줄줄이 기차'형태를 하고 내려가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일어설 시간이 없으면 몸을 옆으로 굴려서 피해야 했고 아니면 아이들의 스케이트에 찍히곤 했다 (축제일의 술취한 어른들이 종종 그랬다.)

 

우리들 아이들은 그렇게 온종일 날마나 빠져서 놀곤 했었다.  우리는 춥지 않았다, 전혀. 아니 오히려 더웠다!  당시 우리 마을에는 상점이라곤 딱 3개에 버스는 5대 뿐이었는 만큼 물가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눈을 파서 먹었다. 아예 고드름을 따서 빨고 다녔다.  그리곤 저녁에 집에 나타난 것은 아이가 아니라 눈을 뒤집어쓴 눈사람이었다!

 

 옷들은 모두 눈속에서 굴러서 눈덩이들이 들어차있었다.  우리는 다 젖었다, 가장 겁많은 아이들까지도 예외없이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갖은 것에 만족해했고 또한 기억할만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컴퓨터나 닌텐도앞에서가 아니라 말이다. 또한 요즘의 아이들의 수준보다 훨씬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발달된 유년기를 보냈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우리는 아주 달랐다.  길 모퉁이의 집에서구운 카라멜(뽑기)을 5코펙씩 내고 사먹곤했으나 요즘 아이들은 냉장고에서 수시로 꺼내먹는다.  하지만 내 기억속 그 카라멜은 요새 아이들이 먹는 티라미수케잌보다 갑절은 더 맛있었다!

 

눈마을에서 놀것이라곤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마을에 있어서 그저 눈이야말로 소비에트 아이들에게 진짜 장난감이었다.  겨울의 눈마을은 바로 사람들이 하나의 큰 가족을 이뤄 서로 집산적인 여흥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었던 곳이었다.


'소련으로 돌아가기'에서.
www.20th.su

 

 

 

너의 흔적을 품은 눈은 얼마나 잔인한지,
그리고 너는 왜 내 곁을 맴돌다 도망가버렸는가?
아침까지 잠들게하지 못하고 너 자신은 왜 그저 물이 되어버렸느냐?
너만은 알아주길,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했다고...

 

필립 키르코로프 '눈' 러시아.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공지] KPUG 운영비 모금. 안내 드립니다. - updated 250601Su [26] KPUG 2025.06.01 272
공지 [안내의 글] 새로운 운영진 출범 안내드립니다. [15] 맑은하늘 2018.03.30 31166
공지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100] iris 2011.12.14 441397
29775 노트북 메모리가 박살났습니다. [5] matsal 06.05 66
29774 산신령님을 뵈었습니다. [6] 해색주 06.02 140
29773 최근에 만든 만든 신상..강아지 원피스.. [13] file 아람이아빠 05.27 295
29772 험난한 재취업기[부제 : 말하는대로 된다. ] [16] 산신령 05.21 378
29771 에고 오랜만에 근황이나.. [19] 윤발이 05.18 365
29770 알뜰폰 가입했습니다. - 이제 동영상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9] 해색주 05.16 349
29769 망할뻔 한 강아지 가방.. [10] file 아람이아빠 05.15 309
29768 소소한 지름들 [7] 해색주 05.04 396
29767 펌/ 무거운 침묵 by 추미애 [6] file 맑은하늘 05.04 329
29766 시민들이 모여있네요. 조국 장관 이후.오랜만에 서초역 왔네요 [8] 맑은하늘 05.03 312
29765 비가 오네요. [2] 해색주 05.01 302
29764 손수건 만들기.. [10] file 아람이아빠 04.28 338
29763 추천 가전제품 (비데랑 정수기) [4] file minkim 04.19 499
29762 오랜만에 등산화 신고 천마산역 가는길이네요 [9] 맑은하늘 04.13 807
29761 10년 넘어서 노트북 바꿨습니다. [16] file matsal 04.12 822
29760 전 이 시국에 미싱.. 갤럭시탭 케이스 리폼.. [4] file 아람이아빠 04.11 770
29759 이 시국에 팜 =) [7] 왕초보 04.11 770
29758 윤석렬 대통령 파면 [11] 해색주 04.04 775
29757 Palm M505/M515 [7] 라이카 04.04 465

오늘:
2,090
어제:
1,708
전체:
16,308,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