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신년(X) 근하신년(O)
2014.01.01 09:26
2014년의 첫 해가 떴습니다. 이걸 산에서 보신 분도, 바다에서 보신 분도, 빌딩 위에서 보신 분도, TV로 보신 분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아 보지 못한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각하 영애에게도, 갓난 아이에게도 평등하게 해는 뜹니다.
살다보면 구름낀 하늘처럼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질 때도, 떠다니는 구름처럼 다 집어 치우고 떠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냥 이민이나 떠나버릴까 하고 내팽개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힘이 있다고 자기 배만 채우려 하고 자기 욕심에 다른 사람의 재산과 생명은 관심조차 없어하는 히스테릭한 사람의 밑에 있다면 더욱 그런 생각도 들겠죠,
우리는 2013년을 파도에 휩쓸려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그 파도를 누가 치게 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높고 낮은 파도에 떠밀려 언제 시간이 간지도 모르게 바쁘게 보내 왔습니다. 사실 2014년도 이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은 은근히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외부의 파도에 떠밀려 끝까지 와보니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지는 허무함. 그 느낌은 누구나 여러번 맛보기 마련입니다. 아, KPUG에 대한민국 지도층이 계시다면 별 상관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도 해가 뜨지 않는 암울함이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세계는 여전히 평화롭지 못하고 우리 윗나라의 뚱뚱한 젊은 넘은 무개념한 짓으로 수천만명을 괴롭히고 수십억여만명의 사람을 두렵게, 그리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는 종로구 임대주택 거주 경험이 20년이 넘어가게 될 비혼 여성이 5천여만명의 자기보다 돈 없는 사람들을 쥐어짜려 합니다. 동쪽의 모 나라는 자신들이 두 세대 전에 뭘 했는지도 잊고 있죠. 정말 이 지구 안에서 태양은 보이지 않는 것 처럼 앞이 깜깜합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렇게 해는 뜹니다.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깜깜하며 덧없을지라도 우리는 살아 있고, 약간의 빛을 쫓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희망고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희망은 늘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앞의 어두움과 답답함에 모든걸 포기하고 그냥 눈을 돌려버리겠다는 생각, 모든 것이 의미 없다고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것은 우리에게 비칠 작은 태양의 빛마저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세상이 어떻게 될지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해는 뜹니다. 반드시 뜹니다.
2014년, 근혜신년 근하신년 인사드립니다.
추신: 이 글은 동해고속도로 양양주차장에서 MSN 설치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ThinkPad X201로 작성하였으며, 카메라는 아무 생각 없이 눌러버린 OM-D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