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라고 해서 먼저 구조되었다는 분들이 계셔서 글을 써봅니다.
2010.03.28 23:56
아, 저는 해군이 아니고 육군 그리고 전역한지 7년 좀 넘어가네요. 학군단 출신이고 별다른 실전 경험없이 무난히 중위로 전역했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초계함에서 장교들만 우선적으로 구조가 되었다고 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육군이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장교들이 제정신이라면 배가 침몰 상황으로 내몰렸을때 혼자서 살려고 발버둥친다는 것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자주포병들 기동 나가다가 사고 나면 장교들이 제일 먼저 상황파악하고 현장정리하고 지원요청 하고 나서야 치료 받습니다. 군의관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일선 지휘에 있는 책임자들 다치면 먼저 치료하지 않아요.
제 동기가 기동작전 중에 사고간 났던 적이 있었지요. 다들 20대 중반의 중위들이었고 기동중이던 트럭과 통신지휘차가 굴렀습니다. 제 동기는 그 상황에서 선탑했다가 제일 먼저 튀어나와서 상황정리하고 박스카에 있는 인원들 구조하고 보고하고 그러다 보니 아픈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는 사상자가 없는지 민간이 피해자가 없는지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답니다. 다른 병사들 다 치료하고 걔는 다리 질질 끌고 가서 치료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대대장과 연대장까지 나타났고 제가 있던 여단까지 보고가 된 상태였구요.
해군이나 해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육군도 이랬습니다. 지금이야 경기가 안좋아져서 직업군인이 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육군 포병 장교들끼리 하는 말이 '실전을 원하면, 해군이나 해병을 가야지.'였습니다. 실제 보병들끼리 교전이 있을 수는 있어도 포병이나 기갑이 투입된다면 전면전이기 때문이죠. 2002년에는 해군이 서해에서 직접 교전중이었으니까요. 제가 경험한 장교들은 일이 터지면 일단 책임감에서라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지휘를 합니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 진급은 관두고라도 바로 군법회의로 회부되기 때문에 일생동안 두고두고 따라다닙니다. 실전경험이 많은 해군에서 장교들이 먼저 도망갈 정도로 군기를 허술하게 했으리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장교들 좋아 보이지만, 3년에 한 번씩 근무지 옮겨야지 대학원도 다녀야지(석사 아니면 영관급 진급 어려워요.) 영어나 외국어도 잘해야지(그래야 외국에 파견감) 병사들 면담도 잘해야지 시험도 잘봐야지... 많이 힘듭니다. 그리고 대부분 진급 문제로 인해서 40대 초반에 그만둬야 하지요. 사회에서 그만두면 쌓아온 경력으로 먹고라도 살지 20년을 군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많이 힘들어요. 해군장교들은 육군에 비해서 해상근무로 인해서 3배는 더 힘듭니다. 육군에 비해서 열악한 환경과 장비로 열심히 살아온 분들일텐데, 그 장교들을 비꼬는 사람들이 참 밉군요.
아마도 지금쯤 사건 경위보고서를 쓰고 감찰 및 기무사에게 심문을 당하고 틈틈히 부하 사병 및 부사관들 상황도 알아볼텐데요. 과연 그들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면 언론에서 인간을 말종으로 만들겠지요. 다만,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만 그들을 욕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뱀다리) 동기가 달려가서 통신박스카 문을 열어보니 상병이 안에서 곤하게 자고 있었다더군요. 근데 나중에 전역하고 만나보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했다더군요.
코멘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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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29 03:22
저도 육군밖에 모르지만, 우리나라 장교들 일부 막가파도 있기는 하지만 대단한 분들 많습니다. 명예를 먹고사는 장교사회에서 장교라고 먼저 구조한다는건 그 장교가 의식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겁니다. 거부할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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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배
03.29 10:30
저도 육군학사장교로 5년간 근무 후 대위 전역한지 20여년이 가까워지네요.
20년동안 얼마나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교 생활을 하는 동안 늘 어깨에 드리워진 가장 큰 책임은,
내 새끼들 잘 키워 부모품으로 무사히~!!! 였지요.
실제로 RCT 끝나고 통신선로 거두러 다니다가 트럭이 구르는 대형 사고가 난 적이 있습니다.
구르는 동안 가족 생각과 뒤에 탄 병사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절대로 자기 혼자 살자고 먼저 튄다는 장교가 얼마나 될까요?
그 정도로 군대가 변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네.. 그러지는 않겠지요.
다만 "군" 에서 통제(정보? 등등)가 먼저인가.. 인명구조가 먼저인가.. (확률적으로 희박하지만 만약 생존자가 있다면....)
라는 측면의 선택을 어떻게 하는 가가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에 어떻게 되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대한민국 남자의 대부분이 군대에 다녀오고, 천안함 혹은 동급동류함의 승선(승조?)했던 사람들만 1000명 단위로 세어야 할 텐데..
(아마..)
대한민국에서 처럼 똑똑한 사람 많은 곳에서 뭐 잘하기가 쉽지 않죠. 이번 공지와 같은 멋진 처리가 가능한 "분"들이 소중한 이유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