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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 유격수 이야기

2014.04.02 13:38

midday 조회:1297

산지 이제 거진 2년이 다 된듯한 책인 "수비의 기술"을 이제서야 시간을 내서 읽고 있습니다. 아직 얼마 못읽었는데, 그래도 묘사가 쉬워서 빨리 빨리 읽을수 있을거 같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신체조건이 아주 열악하지만 수많은 공부와 노력으로 뛰어난 수비능력을 가지게 된 헨리가 우연히 눈에 띄게 되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어느 스포츠나 다 그렇듯이, 야구 역시 신체조건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키가 작다는건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죠. 그리고 야구라는 스포츠가 아주 작은 감각을 이어나가는 스포츠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해할수 없는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죠. 아주 약간의 신체변화가 리그 탑급의 선수를 2군에서도 쩌리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극심할 정도로 많은 동네입니다. 박찬호 선수 보세요. 대체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전성기 메이저리그 최고레벨 선발투수가 최고레벨 먹튀가 되어버렸죠.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각설하고, 야구에서 유격수라는 위치는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입니다. 물론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투수와 포수라는 중요한 위치가 있습니다만, 유격수는 필드에서 수비를 하는 선수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해야 하고, 가장 빠른 타구가 날라오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2루 주자를 견제해야 하는 위치이며, 받아낸 공을 1루까지 아주 빠르게 던져야 하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유격수들은 원래 투수 출신들이고, 무승부가 없는 미국야구에서 투수가 다 소진될 경우에는 그 자리에 거의 대부분 유격수가 올라오게 됩니다.


한국야구에서 열악한 신체조건의 유격수로, 지금은 NC로 이적한 손시헌 선수가 있습니다. 신발을 벗으면 170cm가 안될 것임에 분명해보이는 이 선수는, 프로야구에서 가장 아랫단계인 신고선수(과거에 연습생이라고 불렀습니다.)로 입단하였지만, 수많은 노력을 통해 강한 어깨와 탁월한 수비로 리그 정상급 유격수가 되었습니다. 국가대표로도 뽑혀 광저우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였죠.


그리고 2008년, 기아타이거즈의 신인지명에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기아팬들이 화순고의 한 선수를 뽑지 않으면 스카우터들 찾아가서 다 엎어버리겠다며 화를 내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결국 그 선수는 굉장히 낮은 순위의 지명을 받아 기아타이거즈에 입단했습니다. 바로 지금 주전유격수로 활약중인 김선빈 선수입니다.


160cm 초반의 키는 과연 이 선수가 야구를 할 수 있긴 한건가 싶을 정도로 부실해보였습니다. 앞서 말한 손시헌 선수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손이 커서 송구에 여러가지 장점이 있었지만, 이 선수는 키에 걸맞는 손을 가지고 있다보니 모든 면에서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선빈 선수는 혼자서 유격수, 4번타자를 맡았고, 팀이 위기에 빠지면 투수로 올라가 140km/h의 공을 뿌리는 능력을 보이며, 화순고를 4강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리고 고2떄는 청소년대표팀의 유일한 고2 선수로 뽑혀 활약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작은 키에 작은 손은 언제나 기피대상이었고, 결국 드래프트에서도 모든 팀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결국 기아타이거즈가 하위에 지명하긴 했으나, 화순이라는 연고지의 인연이 아니었으면 절대 뽑지 않았을겁니다. (팬들의 성화도 한몫 했겠죠.) 청소년대표출신 선수가 그런 대접을 받는다는건 멸시나 다름없었고, 본인도 밤새 울며 "대학교에 가서 더 유명해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 키를 물려줘서 미안하다"며 우는 아버지를 보며, 프로에 가서 내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하고 입단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기아타이거즈 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정상급 유격수가 되었습니다.


모든 해설가, 모든 야구선수들이 김선빈 선수의 모습에 놀래 합니다. 이미 프로입단 7년째가 되었고 주전으로 활약한지도 이제 5년째가 되는 선수입니다. 그동안 참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뜬 공 처리를 놓친게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고, 너무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매해 심각한 부상에 시달립니다. 그동안 참 야구 오래 봐왔지만, 야구장에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며 실려가는 모습을 본건 김선빈 선수가 유일합니다. 강한 타구가 살짝 휘면서 얼굴에 직격하여, 뼈가 함몰되고 피를 주르르 흘리며 쓰러졌었죠. 하지만 수술시에 얼굴에 넣은 보조재를 빼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그 위험한 유격수비에 복귀하는 열정을 보여준 선수입니다. (시즌이 끝나고 재수술을 했습니다.)



올해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아시안게임은 야구선수로서는 유일하게 군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굉장히 탐을 내는 대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리그 정상급으로 뽑히는 유격수는 넥센 강정호, 기아 김선빈, 삼성 김상수 선수가 있습니다.


강정호 선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리그 최고 유격수입니다. 우리나라 야구역사에서도 손가락에 꼽힐수 있는 선수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격수는 수비가 타격보다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러나 강정호 선수는 타격 역시 리그 최고급입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두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최고의 유격수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수비 역시 최고의 수준이며,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송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일본에서 FA로 풀리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공식화되었고, 요코하마의 초청선수로 연습경기 출전도 하였습니다. 다만, 굳이 아시안게임에 나갈 개인적인 모티브가 크게 없는 상태입니다. 팀도 이제 상위권을 노리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기에 쉬는게 개인적으로도 나은 편입니다.


김선빈 선수는 빠른 타구를 처리하는 능력이 일품입니다. 이 점은 유격수라는 특성상 굉장히 중요한 점이죠. 감각적인 다이빙 캐치 능력은 현재 리그 최고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격에서도 컨택능력에 있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며,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주루 능력이 좋고 도루 센스가 일품입니다. 보통 그렇게 많이 움직이는 폼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작은 리치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타격자세로 3할의 타율을 자랑합니다. 다만 여전히 뜬 공 처리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자꾸 압박을 주다보니, 다 나아졌더라도 다시 어쩌다가 한번씩 재발하는 거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국제대회에 가면 실수해버리는거 아니냐는 압박을 언론을 통해 자꾸 받고 있습니다.


김상수 선수는 넓은 수비범위로 최고입니다. 긴 리치와 빠른 발을 통해 굉장한 범위를 커버합니다. 이 점 역시 유격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자질입니다. 타격은 원래 김상수 선수의 가장 큰 약점이었는데 작년부터 굉장히 발전하였으며, 특히 장타가 늘었다는 점은 선수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항간에는 웨이팅에 장시간 공을 들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보여준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물음표 상태인 편입니다. 올해 보여주는 타격에서의 모습이 정말 중요하겠죠.



아시안게임은 선수편성 수가 작다는 특성상 유격수를 두명 이상 데려가지 않습니다. 주전 유격수 1명을 두고, 유격수가 가능한 멀티포지션 선수를 백업으로 데려가는게 일반적입니다. 야구는 같은 선수라도 시즌간의 편차가 큰 스포츠인 만큼 누가 올해 더 잘하냐가 큰 변수입니다. 현재는 강정호 선수가 무조건 1순위이지만, 절대 모르는거죠. 게다가 부상이 있어서도 안되구요. 특히 유격수 자리는 부상을 많이 당하는 자리이기 떄문에, 국가대표 유격수는 운이 많이 좌우하는 편입니다. 그런다고 몸 사리고 하면 애초에 뽑힐 수가 없을테구요.


올해도 아시안게임에 누가 나가느냐에 대한 토론이 야구팬들 사이에 갑론을박 하고 있습니다. 자팀 선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감정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있구요. 특히 국내에서 펼쳐지는 대회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보러 가기도 훨씬 쉽구요. 계속 기대하며 지켜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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