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논란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
2014.04.27 10:52
자유게시판에 논란이 좀 있군요.
각 글마다 리플을 달긴 좀 그래서, 이 글에 관련문제에 적용될수 있는, 우리가 잊기 쉬운 몇가지 상식들을 모아봅니다.
(사실은 상식이라기 보단 제 의견이나, 또렷하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식이라 칭했습니다.)
이 글은 어떤 특정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글이라기 보단, 그냥 일반론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위 문제의 당사자 분들이 읽으셔도 좋고, 관계없는 분들도 걍 한번 읽어보셔도 나쁘진 않을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금은 지워진 kim님의 원 고민글은 읽어봤고, 이후 달렸다는 ㅂㅅ 리플은 직접보진 못했고 다른 글에서 전해만 들었습니다.
1. 사실 세상엔 슬퍼하거나 노여워 할 일들이 아얘 존재하질 않는다.
깊게 따져 보면, 애당초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일들이 세상엔 존재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들이(저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 자신의 주위에 벌어진 사건들을 불행한 일이 일어 났다고 왜곡하여 "해석"을 하고 받아들입니다.
완벽히 일치하는 예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오늘 모기 한마리를 죽인 사건이, 우리 인간들 입장에선 아무일도 아니지만 그 죽은 모기 입장에선 일생일대의 엄청난 사건인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따라서, 인생에서 어떠한 어려운 일을 겪게 되더라도, 그것이 진정 엄청난 불행은 아니란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알아만 두라는 소리지, "불행해 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어짜피 엄청나게 불행할 것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이런 상황에서 불행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다양한 방식으로 엄청난 내공을 쌓아 사람의 본질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이런 노력을 불행하지 않을때 평소에 해둬야 합니다.) 괘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불행하면 걍 불행하면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평생을 불행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란 의문이 제기될수 있는데, 저는 80평생을 한가지 사건만으로 머리속에 꽉채워 24시간 불행하게 살다 죽었다는 사람을 아직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대게 불행감이란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정도 사라집니다.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란 말도 있죠. 그리고 정말 평생 불행속에서 살게 되더라도 그건 그냥 운명인거니 어쩔수 없습니다. 어쩔수 없는거니 차라리 그 운명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게 조금은 덜 불행할겁니다.
2. 인터넷에서 말하는 법에 대해
다음은, 인터넷에서 말하는 법, 즉 인터넷에서 대화하는 예절 혹은 에티켓에 관하여 얘기하겠습니다. 사실 그리 얘기할것도 없는 쉬운 거죠. 이미 유치원 내지 초등학교때 배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말하는 법은 아주 쉽습니다. 그냥 평소에 오프라인에서 말하는 법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즉, 오프라인에서 허용되지 않는 말이라면 인터넷 공간에서도 허용되지 않는것입니다. 한가지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하철 2호선 역에 최홍만이 무릎이 조금 까져 아프다고 주져 앉아 울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다 큰 어른이 저러고 있으니 참 한심하네요. 여러분은 최홍만에게 다가가서 "어이 형씨. ㅂㅅ같네. 멘탈좀 챙겨요" 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당연히 못하죠. 왜냐면 맞아 죽는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최홍만에게 전달했을뿐인데, 최홍만은 저런말을 한사람을 죽이려고 할까요?
아주 쉬운 물음입니다. 기분 나쁘니까 죽이려고 하겠죠. 즉, 위와 같은 말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정당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도 오프라인과 완전히 동일하다 했으므로, 인터넷공간에서도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은 당연히 정당치 못한 행위라는 걸 쉽게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알수 있음에도, 우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는 경우를 쉽게 접할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도 똑같이 행동할리는 없습니다. 대부분 인터넷에서만 그런것이죠. 왜 그런걸까 제가 생각한 바로는, 인터넷에선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니, 나의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반격(?)이 약하고 간접적이므로(모니터에서 주먹이 튀어 나올수는 없으니) 자신의 언행에 대한 심리적 제약의 벽이 낮아져서 그런듯 합니다.
아무튼 중요한것은, 인터넷과 오프라인과는 말하는 법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사실입니다.
3. 쿨(COOL)함에 대하여.
요새 "쿨함"이란 개념이 많이 유행하는 듯 합니다. 주로 "기존에 정립된 어떤 규율에서 일탈하는 행위"가 쿨함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기득권층이 워낙 썩어 있어, 이에 대한 반발로 위와 같은 개념이 생겨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쿨함이 점점 왜곡되어 변형된 형태로 등장하는것이 자주 보입니다. 이러한 "왜곡된" 쿨함의 구체적인 양상으로는, "상대방의 선한 행위를 무조건 위선이라 생각하는 것",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요구를 하고, 이에 어긋날 경우 위선으로 단정", "기존의 어렵거나, 복잡하고, 윤리적인 이야기들은 무조건 꼰대마인드로 간주하고 위선으로 단정", "위와 같이 왜곡된 위선의 개념을 만든후, 이런 위선보다는 차라리 악이 낫다는 식으로 행동하고 자위함". "사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냉소적 태도".... 등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왜곡된 쿨함" 말고 "진정한 쿨함"은 어떤것일까요? 여러가지 방식으로 얘기할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쿨함"은 그 방향이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입니다. 애당초 "쿨함"이란 남에게 강요하거나 남을 향해 존재하는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열거한 "왜곡된 쿨함"은 모두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을 향해 존재합니다. 즉, 모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짝퉁 쿨함 입니다. 진정한 쿨함이란 외부의 세계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관련하여 정의되는 것입니다. 제가 앞서 1번에서 거론한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진정한 쿨함"의 좋은 예가 될것 같군요.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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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4.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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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4.27 15:25
안그래도, 위 글을 쓰면서 세월호 사건과도 관련이 된다 싶었습니다. 일반론을 쓴 것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희노애락과 같은 온갖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제 원글에서 밝혔듯이 어리석음의 결과이긴 한데,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감정 자체는(비록 불행한 감정일지라도) 굉장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으로 생각됩니다.("것이다."가 아닌 "생각된다." 라고 불확실하게 표현한 이유는 어리석음의 결과가 아름답다는 것은 비논리적인 소린데, 이걸 제 능력으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사람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지개나 오로라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현상으로 봅니다.)
저 또한 세월호 침몰 당일밤에, 안타깝지만 승객들을 구하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사람인데, 이 같은 생각을 공연히 말하고 다닌다거나, 심지어 조롱하고 미개 운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이 같은 행동들은 폭력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지요.
그 학생들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게 됐는데, 그 죽는 순간의 공포와 억울함을 상상해 본다면 감히 그런 행동은 하지 못할꺼 같습니다.
아울러 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슬픔에 잠겨 과도한 추모분위기와 분노에 젖어 계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 마음은 이해가 가나 개인적으로 그런 태도도 바람직한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제 원글의 1번에 잘 설명되어 있는거 같군요. 아무튼 뭐든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적절한 것이 좋은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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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4.27 16:16
.("것이다."가 아닌 "생각된다." 라고 불확실하게 표현한 이유는 어리석음의 결과가 아름답다는 것은 비논리적인 소린데, 이걸 제 능력으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사람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지개나 오로라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현상으로 봅니다.)--> 다행히 직업적으로는 이런 상황을 '모순형성'을 통한 '역설적 진리 전달'이라고 가르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순을 받아들인 건... 올 봄이 처음이었습니다.
꽃이 아름답게 피었는데... 욕이 나오고, 슬펐습니다.
처음으로 '나는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아름다운데, 한 해가 갔다는 것을 12월이 아닌 봄꽃이 피는 학교 정원에서 느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우리는 다 그렇게 모순으로 가득차 있죠.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이해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무조건 다 그러자는 건 아니고요. 따질 건 따지더라도 결국은 너 나 할 것 없이 다 비슷하다는 이야기이죠.
씁쓸한 것도 아닙니다. 아닌 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가 그런 것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이죠. 그래도 꽃을 보고 슬프기는 처음이라서 놀라기는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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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04.27 11:26
저도 글의 내용에 공감합니다. -
완전 공감합니다. 제 생각과 거의 일치해서 반갑고 놀라우며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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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이 아주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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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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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04.27 14:56
멋진 글입니다. 대단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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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04.27 16:18
2,3번에 공감합니다.
쿠후님 말씀과 같은 방향의 기사를 요 며칠 전에 읽은 것 같습니다.
이성과 냉정의 차이
이성을 가장한 냉정보다 공감하는 이성이 필요하다
가 핵심이었습니다. 타인에게 공감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냉정과 이성적 판단의 차이라고 하더군요.
바닷가에 울고 떨며 있는 부모들에게 다 *었으니 포기하라는 것은 냉정이지 이성이 아니고,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고,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것이죠.
국민이 미개하다는 것이 이성이 아니죠. 냉정일 뿐이죠.
저도 일반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