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지기 친구 및 동생이 갔습니다 ㅠ.ㅜ
2010.03.30 01:20
지난 95년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 했던 동생이 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예, 사람은 아니고 애완견이었지만 저희에게는 가족 이상이었습니다.
저랑 누나가 대학교 가면서 집을 나온 후 부모님 옆을 지켜주던 녀석이었고 특히 말씀이 없으신 아버지가 저보다 더(?) 아끼시던 동생이었습니다.
몇년전부터 귀가 안 들리고 이빨이 다 빠지며 눈도 잘 안 보였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관심 속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 지내왔는데 숨을 헐떡거린다는 전화 통화를 어머니와 지난 일요일에 한 후 곧바로 아버지 품에서 잠들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뿔뿔히 흩어진 우리 가족이라 일년에 한번도 제대로 못 만나는데 그 공백을 매워주던 고맙고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는데 이제 노년으로 들어가시는 아버지가 너무 가슴 아파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힘듭니다. 안 그래도 이런 저런 일로 마음 아프신 일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견디시기 힘드신 일을 겪으시게 되셨네요.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정말 사람 이상으로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특히 아버지께는요.)
위로 드릴 말씀도 없고 전화 통화 상으로 감정을 잘 비치시지 않는 아버지가 울먹거리시는 목소리를 들으니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네요.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 그리고 그 후, 결코 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눈물이었는데요.
그냥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끄적여봤습니다.
코멘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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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
03.30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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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3.30 01:45
킁. 이래서 강아지를 기르기가 싫습니다.
정은 담뿍 받아가는 주제에 수명은 짧은지라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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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정들면 사람 이상이지요.
정말 아버님께서 서운해 하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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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30 03:53
공수래공수거.. 강아지가 사랑을 듬뿍 주고는.. 그만큼 가지고 가는 거죠. ㅠㅜ
토닥토닥. 저도 지난 여름에 열네살짜리 우리 강아지 보냈답니다. 태어나고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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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xe
03.30 04:03
부모님이 그만큼 외로우신 거겠죠.
인간은 다른 사람이 항상 필요한 가 봅니다.
내 옆에 누군가 체온을 나눠주고, 짜증을 받아주고, 내 먹을 것을 나눠먹는 그런 이요.
그게 사람이던, 동물이던 그게 차이는 없는 거겠죠?
왕초보님도 먼가 대상이 있긴 하신거군요. 전 구닥다리 컴하고 밥 나눠 드시리라 상상했습니다만.. 아니 전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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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30 05:30
지금은 혼자래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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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희
03.30 08:25
저도 강아지 키우는 입장이고 몇몇 녀석을 먼저 보냈는데 그 충격 오래가더군요...힘내세요...
지금도 유기견 두리 라는 코카 한마리 키우고 있습니다...벌써 집에 들인지 5년이 되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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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애완동물들은 인간보다 약하고 수명이 짧은데..
애완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알면서 사랑을 나눈다는건 정말 대단합니다.
전 아마 애완동물 못 키울꺼에요 ㅠ.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다간 동생은 파란바람님과 가족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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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다메
03.30 08:54
그래도 아버님 품에서 잠들었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좋은곳에 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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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빨리 하나 입양해드리세요.
저도 십여년전에 진숙이를 15살에 보내고 한참 우울했지 말입니다. (진도에서 데려온 암캐라서 숙이... :) 진숙이...)
다들 우리집 진숙이하면 동생인줄 안다니까요. 아직까지 진숙이 대타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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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03.30 09:18
반려..가 괜한 소리는 아닌가봐요.
같이 걸어가는 존재가 떠난다는게..참 무섭죠. 걸어가야 하는 남은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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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EGOIST
03.30 09:22
군대 이등병 시절 전화로 10년 함께했던 강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화장실에서 군 입대 후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정말 그때는 아무 생각 안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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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떠나 보낼 강아지가 어미와 새끼 포함 네 마리네요. ㅠㅠ
헤어질 때를 미리 걱정하는 제 성격상 가끔씩 그때를 상상을 해봅니다만 솔직히 머리 속에 잘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이제 5살 되어서 아직은 젊지만 떠나보낼 시간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건 사실이네요.
겪어보진 못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픔..
어서 잘 이겨내시고 아버님 노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건강하고 성격 좋은 녀석 어서 만나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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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30 11:24
몽이, 믿음, 사랑(은채씨네), 소망이 ? (덩치 순)
잘 키우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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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래서 애완동물 "못" 키워요....
하물며 잘 쓰던 mp3 가 망가져도 아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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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03.30 09:57
마음 충분히 이해 됩니다.
저도 어릴때 기르던 강아지가 신장염으로 죽은 후로는 다시는 집에서 살아있는 동물은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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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저희 집도 사정상 오래 기르던 개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맘이 그렇더군요.
그때 경험으로 저희 엄마는 동물을 기르고 싶지 않다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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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신
03.30 12:49
명복을 빕니다. 아버지께 위로의 말씀을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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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헌아빠
03.30 13:40
아버지께서 많이 힘드시겠네요.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윗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애완동물과 이별을 해 본 사람은 두 번 다시 그런 경험은 하기가 싫죠.
파란바람 님이 그 빈 자리를 잘 채워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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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던 고양이던지 사람이 마음을 주던 동물이었다면 정말 힘들죠
아버님께서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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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우리 강아지도 지금 16년차인데.. 안타까워 죽겠습니다 ㅠㅜ
안키워야지 하는데도 꼭 식구가 늘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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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람
03.31 05:31
답변이 많이 늦었습니다만 좋은 말씀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저 자식들이 비행기로 최저 5-6시간씩은 떨어져 있으니 옆에 있어 드릴 수가 없어 너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ㅠ.ㅜ
저희 부모님도 강아지 한마리를 기르는데, 미리 슬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