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민에 대한 글을 지금 봤네요.

2015.05.06 17:04

zegal 조회:847

보궐선거에 대한 결과를 보고 한줄메모에 적은 글이 여러 분들께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네요.


저뿐만이 아니고, 많은 분들께서 이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고, 그 분들 중 몇 몇과는 직접 얘기를 해보기도 하면서


이민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가는 곳은 시드니에요. 올해 3월달에 첨으로 3박4일(실제로는 2박4일) 일정으로 갔다온 곳이고,


그나마 캄보디아 다녀온 날 밤에 다시 짐싸서 간거라 물갈이+몸살로 많은 시간을 숙소 침대 안에서 보냈어야 했던 곳이라


어떤 곳인지는 글로만 알고 있는 곳이죠.


이민에 대한 결정은 몇년 전에 이미 내린 상태입니다.


당장 제 회사에도 퇴사통보를 한 상태구요. 회사 사람들 몇 몇은 제가 퇴사후 이민 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제 친척분들과 제 와이프 친척분들도 다 알고 계시구요.


공통적인 반응은 '부럽다' 입니다.


글쎄... 그냥 다른 나라에 살 권리를 얻게 되어서 그 나라에서 새로 시작하는 (말 그래도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에게 '부럽다' 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새로 시작하는게 부러워서는 아닐겁니다. 저도 제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요.


제가 이민을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몇가지 있는데,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


저는 지금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에 있습니다. 옛날에는 은행 si 전문 업체였는데, 지금은 여러가지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회사죠.


제가 일을 시작한 지는 16년차, 이 회사에는 13년차 일을 해왔으니 나름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 자신이 엄청난 스킬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것도 있고, 이력서 경력 페이지만 여러 페이지 나올 정도로 플젝을 엄청 뛰어서 


현재 있는 회사 사람중에 저보다 더 많이 플젝 뛴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거라고 자부하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이정도 되면 자신의 직업과 일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아야 하는데, 전 그렇지를 못해요.


회사에서는 매니저나 기술영업을 해야 한다고 당연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구요.


제가 적응하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 회사에 남아있기는 어렵겠죠.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이런 것들로 인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여기 있어서 행복할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족보 꼬임이라든가, 파벌의 희생양이라든가, 할 말은 정말 많습니다만 여기에 적기에는 적합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2. 저와 와이프가 같이 동의한 내용인데, 아이 교육을 한국에서 시키는 것은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와이프가 저와 결혼하기 전, 사귀고 있었을 때였는데, 와이프의 절친이 부탁을 하나 하더군요.


자기 아이가 유치원에서 영어 발표를 하는데 발표자료를 좀 봐달라는거였어요.


와이프는 가서 자료를 봐줬고(한글로 된 문서를 영어로 번역해주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통화를 받게 됩니다.


2등 했다고 하더라구요. 칭찬 많이 들었다고.(3등이었나... 아무튼 상위권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듣고 저와 와이프 모두 진저리를 쳤어요.


부모의 경쟁에 아이가 희생되는 것도 모자라, 유치원때부터 서열을 정하는 것을 직접 듣게 되니 앞으로 교육시킬 일이 막막하더군요.


제 와이프는 이달 말에 출산 예정입니다. 


이 아이가 계속 경쟁 위주의 선행교육을 단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받는다는 것이 너무 불쌍했어요.


물론 다른 많은 분들의 아이가 실제 초등학교에서 좋은 선생님과 좋은 교재로 교육을 받으실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경쟁이 너무 싫어요.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만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이루는 경쟁의 승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도저히 제 아이를 그렇게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3. 저는 현재의 정치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저는 다른 것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정말 원했습니다.


사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기본이고, 그 바탕에서 복지와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글쎄...저는 현재의 사회와 정치에 대해 희망을 갖기가 어렵네요.


이제까지 빠짐없이 투표도 했고 집회도 종종 지원하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해도 아무 변화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절망하게 되었어요.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잘한 일이 있으면 칭찬을 받는다는 매우 단순한 상벌체계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은 곳에서


제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더불어, 저는 우리 어머니를 설득할 자신도 없어요.


우리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보내시고, 대학도 나오신 인텔리십니다만


정치성향이 극우+수구입니다.


제가 어머니하고 여러번 얘기는 하지만 어머니는 제 말만 안들으시더군요;


이런 상황에 제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도 없어졌습니다.



4. 돈이 많아진다고 한국에서 살기 좋은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돈 많으면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합니다.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사실 더 생각해보면 돈이 얼마나 있으면 한국에서 살기 좋을까요?


저는 돈이 많지 않습니다.


하왕십리에 대출 남은 집 한 채가 전부에요. (물론 집 없으신 분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제가 집을 환금해서 전세로 들어가고 투자해서 운 좋게 100억을 벌었다고 해보죠.


또는 더 잘 풀려서 1000억 이상을 벌었다고 해보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제가 계속 살기 좋은 나라일까요?


그냥 민폐끼치는 졸부가 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드네요.


전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제가 버는 목적은 많이 쓰기 위해서거든요.


좋은 일을 위해 쓰려고 돈을 모으는 것인데, 한국은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자신의 자산을 쉽게 현금화하지 못하게 하고있죠.


다른나라도 마찬가지 아니냐 라고 하신다면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의 증가 상황과 낮아지는 출산율이 적신호를 알리고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이유가 더 있었는데, 회사에서 쓰느라 지금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


저는 이민이 여러가지 답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는 방법이 하나가 아닌것 처럼요.


그냥 하나의 답을 찾아서 가는것 뿐이고, 용감하신 분이 나와서 사회를 바꾸고,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께 박수를 보내드릴 거에요.


단지 저는 위와 같은 이유로 가려는 거에요.


딴데 가서 잘 살지 못 살지는 가봐야 알겠죠. 또 가서 엄청 고생할 수도 있고, 의외로 잘 적응해서 살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민'을 간다는 것이 '부러움'이 되지 않고, 그저 선택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간만에 글을 좀 길게 썼네요. 한줄 메모에 찍 쓴 것에 대해서는 이정도면 해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부족하시면 댓글 달아주시면 답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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