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에 대한 글을 지금 봤네요.
2015.05.06 17:04
보궐선거에 대한 결과를 보고 한줄메모에 적은 글이 여러 분들께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네요.
저뿐만이 아니고, 많은 분들께서 이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고, 그 분들 중 몇 몇과는 직접 얘기를 해보기도 하면서
이민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가는 곳은 시드니에요. 올해 3월달에 첨으로 3박4일(실제로는 2박4일) 일정으로 갔다온 곳이고,
그나마 캄보디아 다녀온 날 밤에 다시 짐싸서 간거라 물갈이+몸살로 많은 시간을 숙소 침대 안에서 보냈어야 했던 곳이라
어떤 곳인지는 글로만 알고 있는 곳이죠.
이민에 대한 결정은 몇년 전에 이미 내린 상태입니다.
당장 제 회사에도 퇴사통보를 한 상태구요. 회사 사람들 몇 몇은 제가 퇴사후 이민 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제 친척분들과 제 와이프 친척분들도 다 알고 계시구요.
공통적인 반응은 '부럽다' 입니다.
글쎄... 그냥 다른 나라에 살 권리를 얻게 되어서 그 나라에서 새로 시작하는 (말 그래도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에게 '부럽다' 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새로 시작하는게 부러워서는 아닐겁니다. 저도 제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요.
제가 이민을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몇가지 있는데,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
저는 지금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에 있습니다. 옛날에는 은행 si 전문 업체였는데, 지금은 여러가지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회사죠.
제가 일을 시작한 지는 16년차, 이 회사에는 13년차 일을 해왔으니 나름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 자신이 엄청난 스킬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것도 있고, 이력서 경력 페이지만 여러 페이지 나올 정도로 플젝을 엄청 뛰어서
현재 있는 회사 사람중에 저보다 더 많이 플젝 뛴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거라고 자부하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이정도 되면 자신의 직업과 일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아야 하는데, 전 그렇지를 못해요.
회사에서는 매니저나 기술영업을 해야 한다고 당연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구요.
제가 적응하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 회사에 남아있기는 어렵겠죠.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이런 것들로 인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여기 있어서 행복할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족보 꼬임이라든가, 파벌의 희생양이라든가, 할 말은 정말 많습니다만 여기에 적기에는 적합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2. 저와 와이프가 같이 동의한 내용인데, 아이 교육을 한국에서 시키는 것은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와이프가 저와 결혼하기 전, 사귀고 있었을 때였는데, 와이프의 절친이 부탁을 하나 하더군요.
자기 아이가 유치원에서 영어 발표를 하는데 발표자료를 좀 봐달라는거였어요.
와이프는 가서 자료를 봐줬고(한글로 된 문서를 영어로 번역해주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통화를 받게 됩니다.
2등 했다고 하더라구요. 칭찬 많이 들었다고.(3등이었나... 아무튼 상위권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듣고 저와 와이프 모두 진저리를 쳤어요.
부모의 경쟁에 아이가 희생되는 것도 모자라, 유치원때부터 서열을 정하는 것을 직접 듣게 되니 앞으로 교육시킬 일이 막막하더군요.
제 와이프는 이달 말에 출산 예정입니다.
이 아이가 계속 경쟁 위주의 선행교육을 단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받는다는 것이 너무 불쌍했어요.
물론 다른 많은 분들의 아이가 실제 초등학교에서 좋은 선생님과 좋은 교재로 교육을 받으실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경쟁이 너무 싫어요.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만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이루는 경쟁의 승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도저히 제 아이를 그렇게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3. 저는 현재의 정치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저는 다른 것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정말 원했습니다.
사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기본이고, 그 바탕에서 복지와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글쎄...저는 현재의 사회와 정치에 대해 희망을 갖기가 어렵네요.
이제까지 빠짐없이 투표도 했고 집회도 종종 지원하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해도 아무 변화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절망하게 되었어요.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잘한 일이 있으면 칭찬을 받는다는 매우 단순한 상벌체계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은 곳에서
제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더불어, 저는 우리 어머니를 설득할 자신도 없어요.
우리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보내시고, 대학도 나오신 인텔리십니다만
정치성향이 극우+수구입니다.
제가 어머니하고 여러번 얘기는 하지만 어머니는 제 말만 안들으시더군요;
이런 상황에 제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도 없어졌습니다.
4. 돈이 많아진다고 한국에서 살기 좋은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돈 많으면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합니다.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사실 더 생각해보면 돈이 얼마나 있으면 한국에서 살기 좋을까요?
저는 돈이 많지 않습니다.
하왕십리에 대출 남은 집 한 채가 전부에요. (물론 집 없으신 분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제가 집을 환금해서 전세로 들어가고 투자해서 운 좋게 100억을 벌었다고 해보죠.
또는 더 잘 풀려서 1000억 이상을 벌었다고 해보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제가 계속 살기 좋은 나라일까요?
그냥 민폐끼치는 졸부가 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드네요.
전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제가 버는 목적은 많이 쓰기 위해서거든요.
좋은 일을 위해 쓰려고 돈을 모으는 것인데, 한국은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자신의 자산을 쉽게 현금화하지 못하게 하고있죠.
다른나라도 마찬가지 아니냐 라고 하신다면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의 증가 상황과 낮아지는 출산율이 적신호를 알리고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이유가 더 있었는데, 회사에서 쓰느라 지금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
저는 이민이 여러가지 답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는 방법이 하나가 아닌것 처럼요.
그냥 하나의 답을 찾아서 가는것 뿐이고, 용감하신 분이 나와서 사회를 바꾸고,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께 박수를 보내드릴 거에요.
단지 저는 위와 같은 이유로 가려는 거에요.
딴데 가서 잘 살지 못 살지는 가봐야 알겠죠. 또 가서 엄청 고생할 수도 있고, 의외로 잘 적응해서 살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민'을 간다는 것이 '부러움'이 되지 않고, 그저 선택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간만에 글을 좀 길게 썼네요. 한줄 메모에 찍 쓴 것에 대해서는 이정도면 해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부족하시면 댓글 달아주시면 답변 하겠습니다.
코멘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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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05.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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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7 01:19
대부분 동의합니다만 민주열사 라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에 계신 수구꼴통 X민주열사분들은 그때도 민주열사는 아니셨습니다. 민주열사의 피와 '고기'를 밟고 그들의 '명성'을 높이는데 주력하시던 기회주의자셨을 뿐. 그때 그들의 발에 밟히는 피와 고기가 되신 진짜 민주열사들 즉.. 삼대가 거지로 사시는 분들과는 완전히 다른 축생들이시거든요. 거지는 그래도 상팔자. 20대에 감옥에 들어가서 평생 거기서 지내게 되는 '양심수'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분들은 결혼도 안했으니 삼대가 거지로 살지는 않으니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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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이 이야기 드리는 것이지만 준비안하고 막연하게 가면 정말 안됩니다.
그래서 이야기 한것이죠.
이민을 가지 말라는게 아니라 앞서 이야기 드렸지만 아무런 기술이 없는 사람은 기회의 땅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의 삶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한국보다는 나은부분도 있고 캐나다만 하더라도 복지는 잘되있긴 합니다.
그러나 경쟁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연구나 기술쪽은 한국보다 기회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더 숨막히는것도 있습니다.
즉 어느정도의 삶을 사느냐인데 저는 캐나다에서도 정신적으로 윤택한 삶을 산건 아니라서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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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7 01:23
엄청난 기술이 있는 사람도 이민갈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미쿡에 이민을 간다고 합시다. 미쿡 의사시험에 합격한다고 미쿡서 의사로 살 수 있을것 같나요 ?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우리나라 의사가 미쿡서 의사자격시험을 볼때는 미쿡서 practice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그걸 피하려면.. 닭공장에서 노동자로 몇년씩 일해서 영주권을 만든 다음 의사자격시험을 봐야하고, 그 뒤에 또 다시 인턴레지던트 다 해야 개업이 가능합니다.
호주의 경우 복지는 투자이민을 오는 분들께는 원천적으로 막혀있습니다. 옛날엔 공평했는데 90년대에 막았습니다. 다른 나라도 점점 더 팍팍해져 가고 있습니다. 눈딱감고 살려면 어쩌면 폴리네시아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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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간호사만 빼고 의사나 약사가 다 그렇긴 헌데 70년대 80년대 한국에서 MD하신분들중 미국의사자격증 가지신 분들도 많긴 하더군요.
뭐 널널하다고는 해도 맨날 Fund Proposal 쓸때 한국보다 더 헥헥대는 교수나 PI들 보면 이게 삶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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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8 01:00
웃기는게 한의사는 아니라는 점이죠. 전세계 어느 면허를 갖고 있어도 (아마 집에서 대충 찍어내도) 문제없이 영업할 수 있단..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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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otDisturb
05.06 21:59
아이 교육. 다시 한국에 들어 올 계획이 있다면 한국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방학때 영국 보내서 영어 익히고, 그 외의 시간은 온전히 한국에서 보내며 인격을 형성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북미나 유럽인이 될 수 없고,한국인이 북미나 유럽이서 지내면 인종차별로 인해 차별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소위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이 경쟁이 훨씬 더 심하고,
아시안은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미국에서 몇년 고생 해 보니,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구나 싶었습니다.인종 차별과 외노자라는 감정.
반면,
한국인은 한국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영어를 잘 하고 선진국의 트랜드를 빠르게 한국으로 가져오면 주인공이 되기가 더 수월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모두 갖추더라도, 인격 형성기를 한국 아닌 나라에서 보낸다면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워 집니다.
한국인도 아니고, 북미나 유럽인도 아닌 채 맴돌 수 있습니다.
주변에 인격 형성기에 오랜 기간동안 유학을 다녀와서 이렇게 어느 나라의 정서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분이 적잖이 계십니다.만약 다시 한국에 돌아 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이의 인격 형성기는 한국에 있을 때 해야 합니다.아이는 방학때 영국으로,
교육은 한국에서.
이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왜 영국이냐.
아시안이라 무시 당하더라도, UK 적힌 identity 카드 보여주면 태도가 확 달라집니다.
미국에서도, 유럽 어딜 가더라도, UK의 네임밸류는 막강합니다.
억양 또한 영국식이면 겉으로 드러나는 차별만큼은 정말 많이 줄어듭니다.
이런걸 몸소 느껴보니까, 더 무섭습니다.
아시안이 북미나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이 경쟁이 약하다고 평가하는 것은애초에 아시안의 거의 대부분은 그들의 경쟁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계네들 속마음을 보면, 아이비리그 출신 아니면 대부분 부품 취급입니다.(일본 동경대 나온 사람, 한국 서울대 나온 사람은 물론 인정해 줍니다. 아이비리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단지 사회적으로 그걸 노골적으로 표현을 못하게 해 뒀을 뿐.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 영국에서,나이 잔뜩 먹어 취업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합시다. (경험담입니다.)
'나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하느라 젊음을 불태웠어. 비록 결과가 좋진 않았지만 나는 만족해'
물론, 위 말을 한 사람은 미술과 전혀 관계 없는 직장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말 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래 젊을땐 그래야지. 잘 했어 가치있는 일이야' 라고 하는데,나중에 물어보니 속마음은 '저 ㅂㅅ 쯧쯧'이랍니다.
단지 그 마음을 밖으로 뱉지 못하게 하고 실패를 위로하는 컨센서스가 조성되어 있을 뿐,
실제 생각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지독합니다.
직장 이야기도... 뭐. 이쪽도 말할게 많은데...
간단히만 적으면 (뉴욕 소재의 인터넷 베이스 기업. 이 것도 경험담입니다.)
그냥 이사진에서 A라는 부서가 필요 없다고 하면,1주일 내로 부서원 전원 잘립니다.
전배, 그런거 없습니다. 가끔 전배하는 애들은 아이비리그 출신의 신입.
외국 기업의 정치는 더 은밀하고 깊게 진행됩니다. 아시안으로는 애초에 정치가 불가. 그냥 그들 입장에선 외노자.
아이비리그출신 아시안이면 좀 개길 수야 있겠죠..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 경쟁은 저쪽 동네와 비교할게 못됩니다.우리나라는 애초에 '정'이라는게 있어서 아무리 정치가 가혹해도 저쪽 못 따라가고,
우리나라에서의 사내정치는 같은 토종 한국인이니까 '이렇게 하면 안되겠니'라는 권유라도 하면서 달래기라도 하는데
외국에서 한국인은 그저 일개 '외노자'라서 권유 안들으면 그냥 you're fired.
호주에 정착하시려면 인종차별로 스트레스도 꽤 받으실것 같습니다.
학위 같이 받은 분이 한국분인데 호주 살다 인종차별로 미국 오셨습니다.
지금은 한국 와 계세요. 다 겪어보니 한국이 제일 살기 편하시답니다.마지막으로..
경쟁이 심하면 안하면 된다, 외국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다. 이런 말 하는 분들도 적잖이 계시던데,
-> 이 말은 백인 대상입니다.
아시안은 안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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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gal
05.08 16:50
여러가지 생각해 볼 요소가 많은 글이군요.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녀는 가능하면 한국의 교육을 받게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면 외국의 교육을 더 많이 받게 하고 싶네요.
다행이 와이프가 11년동안 호주에서 직장 잡고 능력 인정받고 있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좀 수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 문제는 제가 해결해야 겠지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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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7 01:27
이민이 답이다 아니다 말이 많지만 지금부터 약 30년 정도는 어쩌면 이민이 답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물론 그 30년이면 우리 세대는 귀국을 생각조차 못할 (대부분은 늙어죽었겠죠) 시간입니다만.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지금 행보가 일본이 지난 30년 동안 깊은 수렁에 빠졌던 것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몇가지 적어보면
1. 금융 파괴
2. 극우 정권
3. 인구는 줄어드는데 부동산 위주의 정책
정도인데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노인복지를 최소한 겉으로는 표방하는데 (그래도 굶어죽는 노인들이 동경시내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정도는 가볍게 무시해주죠. 당시 일본보다 훨씬 불안정한 고용도 한가지 차이라고 하겠네요. 이 두가지 모두 우리나라에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즉 우리나라에 소시민으로 살면 고생은 바가지로 하고, 개인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들 수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아이들 교육도 차라리 동남아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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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gal
05.08 16:51
30년이면 한 세대가 걸러져 나갈 수 있는 기간이네요. 그 이후에는 정말 한국에서 사는 것이 선망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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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KIM
05.07 11:42
전 해외에 살고 있습니다.(말레이시아) 벌써 나와 산지 10년이 되어가네요. 이민을 가라, 가지마라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준비를 해야 한다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럼 어떤 준비를 해야하냐? 그것도 그 누구도 모릅니다. 저도 준비 없이 나왔었고 운이 좋아서 여지것 이렇게 살고 있네요. 저도 300만원 들고 밖에나와 10년째 살고 있는거니 맨땅에서 해딩을 잘 한 편이겠죠.. 서두빼고 드리고 싶은 이야기 전해 드리겠습니다.
직업의 안정성을 이야기 하셨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로 project가 날라가면 저도 날라갑니다. 저희회사에 20명 넘은 한국인이 같은 project로 일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퇴사하시고 3명 남았습니다. 운이 좋게 다른 project로 옮겨 졌죠. 물론 경력에 면접까지 다시 보고 옮겼습니다. 만약 못 옮겼다면 저도 버려졌겠죠. 한가지 더 어려운 상황은 회사를 그만두면 말레이시아에서 거주 할 수 있는 visa가 없기때문에 거주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곳은 PR을 쉽게 주는 그런 나라는 아닙니다.)
두번째 교육은... 제가 한국 교율을 모르기 때문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만.. 제가 한가지 갖고 있는 소신은 제 자녀가 어디서 살기를 원하냐에 따라 한국에서 교육을 받는게 좋을지.. 아니면 타국에서 교율을 받으면 좋을지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가 한국어를 잘 못할까봐 저는 항시 노심초사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모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도 참 어려울거 같아서요.
정치에 관한것은 뭐 제가 사는 이 나라도 훌륭한 편은 아닙니다. 허나 외국인이기 때문에 관심 끊고 살 수 있죠. 그게 뭐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돈 많으면 이곳도 살기 좋습니다. 아마 한국보다 더 살기 좋은거 같아요 ^^ 아무래도 개발 도상국이다보니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점이 많죠 ^^
해외생활을 단정짖지 않고 저의 개인적인 의견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장점)1. 개인시간이 월등히 많습니다
2. 제가 동남아라서 그런지 일하는 도우미등의 인건비가 쌉니다. 청소는 도우미 분이 해주십니다.
3. 모국어 이외에 언어에 많이 노출 됩니다.
4. 해외여행이 자유로우며 기회가 많습니다. (전 버스로 기차로 가능합니다) 휴가사용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더 많은거 같은데 기억이 ^^;;;
단점) 1. 부모님께 죄인입니다. 뵐 수 있는 기회가...
2. 한식의 품질이 형편없습니다. 항시 먹고 싶은 한국음식이 많습니다.
3. 비자 문제가 생기면 답이 없습니다
4. 전 보험이 있으나 보험이 없으면 이도 많이 불편합니다. 돈이 많이 듭니다.
5. 외국인이기 때문에 항시 조심해야합니다. 아무래도 범죄에 타켓이 되기도 합니다.
6. 한국보다 좀 도둑이 많습니다. (주의요망입니다)
전 장점이 더 크다고 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쪽지 주세요 ^^ 성의것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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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gal
05.08 16:54
긴 글 감사합니다.
와이프가 영주권자라 적어주신 단점의 일부는 커버가 될 듯 하네요;
그래도 제 기회비용과 장래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현재(최소 5-10년간)는 외국에서 관망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입니다.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거죠.
생각할 요소가 많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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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KIM
05.10 13:23
영주권이 있다면 좋은 조건이시네요. 언어적인 부분도 많이 해결 되는거니까요 ^^. 잘 계획하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 돈 많으면 살기 좋다는 말은, 주변이 다 쓰레기 더미고 피냄새가 진동하는데 나는 공조 시설되어 있는 방탄 차를 타고 향수 뿌리며 돌아 다니면 된다는 말 같아서 참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주변을 치우자니, 내 피만 더할 뿐이라서 그냥 안 보이는 곳에 가서 살겠다는게 저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매국하면 부자, 애국하면 삼 대가 거지로 사는 나라에서, 더 이상 사회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당장 한나라당만 봐도 한 때 민주열사였던 사람들이 넘쳐나죠. 그 분들도 깨달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 몸 던져봤자 나만 ㅄ되는구나 라는 걸...
끝으로 이민가지 마라, 가면 고생이다 가서 뭐하냐는 소리는 솔직히 고생이야 한국에서도 할 만큼 하는거고, 떠나는 사람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꾸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불안한 심리도 큰 게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