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낮은 선원들만 죽기

2010.04.20 12:53

영진 조회:827 추천:1

 

넓은 바다가 넘실대고
높은 파도 무너지네

 

동무야, 우리 멀리 가자꾸나,
우리 땅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갑판위에 노랫소리없이
붉은 바다가 소리내네

해안은 어둡고 적막하네,
기억이 밀려와 가슴을 적시네.

 

한 친구가, 동무야,

기관실을 더이상 지킬수  없어,
옆 친구에게 말했네

 

"이 아래의 우리들 선실은
너무 더워서 살 수가 없다.

바람조차 불지 않아.

 

더이상 보일러때는 일을 못하겠어,

가서 말해줘, 병이 났다고
근무할 수 없다고, 때려친다고,

이렇게 일할 수는 없어,

진짜 환장하고 죽을 맛이야"

 

물까지 뜨겁고 온도가 45도가 넘는다.

너무나 갑갑해서 죽을 것 같아."


이 친구, 그렇게 아무렇게 내뱉고는

옆에 놓인 더럽고 처리안된 물을 쭉 들이킨거야

 

얼굴에 비오던 땀 그치고 표정이 펴졌지

 

그때 함장의 외침 수화기에서 들려왔네

 

"어이, 너! 가서 일로 돌아가.

너희 기계공들이 필요하다,
그정도를 견딜수 없다니
군의관에 가서 약타오면 되잖나."

 

그는 뒷선실로 뛰어가다가
거기서 멈춰섰네

 

무엇인가 눈앞에 번쩍하더니
그다음에는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이야

 

친구가 달려왔을 때

그는 이미 의식을 잃었고 눈동자는 풀려있었어

 

친구들이 다음날 아침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러 모였지

 

그들이 그의 발앞에 바친 선물은
다 녹슬고 그을린 보일러 연통이었네

 

시신을 바닷속으로 잘 끌어들이도록
연통을 발에 붙들어 매었지.

 

신부님이 와서 시신을 깃발로 잘 싸맸지.  익숙한대로

 

그날 바다는 웬일인지 잠잠했고

함장은 '영웅'을 위한 노래 한 곡을 뽑았어.

 

기다리던 늙은 어머니는 그들이 전한
적과 싸우다 죽었노라는 말에
아무말 없이 그저 펑펑 울며 무너졌지.

 

 

 

1900년 혁명직전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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