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근황 릴레이

2017.02.13 22:28

SYLPHY 조회:482 추천:1

안녕하세요.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쓰게 되네요.

예전에 클라우드나인으로 아주 잠깐 활동했었습니다.

근황 릴레이가 이어져서 저도 대세를 이어가겠습니다.



얼마전에 노랑잠수함님께 돌도장을 샀습니다.

오늘 받아서 사용해보니 참 좋습니다.


요즘 시대에 도장을 많이 쓸 일은 없지만

도장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샀습니다. ^^


참 멋집니다. 받아보니 역시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이 더 드네요.

우직한 돌이라 보고 만져만 봐도 좋습니다.


잠깐 사진을 보고 가시죠.


0213215544287407.jpg


a - Copy.jpg


획에 힘이 살아있는게 보이시나요? ^^ 돌에 새겨서 더 힘이 있어 보입니다.

붓으로 써도 이렇게 쓰기 힘든데 돌에 이렇게 새기신다는게 신기하기도하고요..



노랑잠수함님과는 인연이 있습니다(;;)

옛날에 제가 사업하겠다고 깝치던 시절에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시며 맥북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넘겨 주셨습니다.

그 맥북이 많은 도움이 됐었고, 주인을 잘못 만나서 수명이 다할때 까지 혹사당하며 많은 일을 했습니다.


한번은 LCD 컨트롤 IC가 고장나서 LCD 패널을 교체해서 썼는데

아쉽게도 그 이후 6개월정도 지났을때 CPU 히트싱크가 고장나서 더 고치지는 않고 집에 모셔두고 있습니다. 

저에겐 참 고마운 맥북입니다. ^^



그때 한다던 그 사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중간에 성격은 몇 번 바뀌었다가,

지금은 특정한 주제를 잡고 학회의 성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어디 공개할만한 수준의 학회는 아니구요... ^^

더 잘 되게 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합니다. 우공이산. 오늘도 합니다..... ^^


저는 그 기간동안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기업에 잠깐 근무하다가 지금은 정부출연연구소에 있습니다.

어느정도,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려고 하나 봅니다.





대머리아자씨님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노랑잠수함님 맥북 사건보다 조금 더 오래된 이야기인데요

성격이 불안감을 좀 잘 느끼는 편이고 뭔가 하고는 싶은데 뭘 해야 할지는 몰라서 헤메던 시기였는데

한줄메모에 푸념식으로 밤새면서 글을 몇 개 남겼더니

저 불러서 밥 사주시고, 사람 사는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밥먹고 사는 이야기 해 주시는게 그렇게 큰 힘이 있는지는 그때 알았습니다.

KPUG에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분이 대머리아자씨님입니다.

염치없게도 제가 연락은 따로 안 드렸지만 ㅠㅠ 


그때 따끈한 점심밥 사주신 이후로, 그때와 같은 마음의 불안함은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습니다.

힘든 일이 생기려고 하면 그때 그 일이 생각나면서 감정이 추스려지더군요..


지금까지 되돌아봐도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정말 큰 도움이 됐었습니다.

그때 대머리아자씨님의 따끈한 밥이 있었기에 변곡점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선생님께 배운 방법으로 도와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받고만 살았는데

이기적이고 욕심 많게 살아왔는데

되돌아보면 참 이기적으로 살아왔구나, 이기적으로 살아온 인생이 길구나... 라고 느끼게 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에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저를 도와주셨고

책을 권해주셨습니다.


플라톤의 국가

공자의 논어

손자병법

조선왕조실록


이러저러한 고전을 소개시켜주셨습니다.

그분들은 이런 책을 매일 읽고 또 읽으셨는데요

저에게 책은 권하셨지만 읽으라는 말은 않으시고 그저 읽는 모습만 보여주셨고

이야기할 때에는 저러한 책에 나온 상황을 소개시켜주시고 지금의 우리 상황에 빗대어 표현하셨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고전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저는 서양철학을 특히 많이 읽었고, 플라톤의 저서들을 읽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어 번역이 좋지 않아서 영어로 읽었고, 영어 번역도 완벽하지는 않아서 두세군데의 번역을 교차로 읽었습니다.


플라톤의 글은 참 좋은데,

그 느낌을 줄 수 있는 번역이 한국어로 없다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번역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정말 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많이 잘못 살아왔다고 알게 됐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을 해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한다.

남이 나에게 악행을 저지른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에게 악행을 되돌려 주어서는 안된다.

내가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 정말 좋아서 좋은지, 아니면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 원래대로 돌아와 좋은지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플라톤의 동굴.


플라톤의 철학에서 제게 가장 와닿은 문구입니다.





KPUG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그렇고

저는 사람복을 받고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살아왔던 시절이 길었는데 이제는 같이 잘 살고 싶습니다.. ^^


기부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소극적이지만, 제 스스로가 따져보고 고른 두 곳의 단체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 UNHCR (유엔난민기구)


옥스팜도 후원하려 했는데, 너무 해외로만 하는 것 같아서 이제는 국내로 하려 합니다.




요즘 점점 더 가치있는 삶을 살고 싶어집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가치있는 삶을 산다는게 참 어려운 주제같습니다.

단지 승진하겠다, 사업을 해서 기업을 키우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는 수치가 명확한데

잘 산다는건..... 무엇일까요?


숫자가 없어서 어렵나봅니다.. ^^

아이들이 '왜 어른들은 다 숫자로 생각해?'라고 하는데, 저도 '어쩌다 어른'인가봅니다.



그런데, 잘 사는건 숫자가 아니지 않을까요? ^^ 점점 그런 생각에 가까워집니다.


잘 살고싶어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봅니다.

오늘도 이렇게 방황하나봅니다. ^^







-추가-

글을 다 쓰고나니, 왜 탈퇴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네요.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탈퇴했었습니다.

제가 되고싶은 사람의 인격과 저의 지금의 인격이 너무 달라서요.

부끄러운 제 모습을 박제시키고자 탈퇴했습니다.

자뻑하고 있을 때, 그 글을 읽어보며 다시 부끄러움을 느끼기 위해서요..


그때 그 기분이 궁금해서 다시 예전 닉네임으로 검색해서 읽어봤습니다.

많이 부끄럽네요. ^^



그 때에도, 더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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