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주관
2018.06.30 23:52
나이를 먹으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확신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제가 20대때에는 할아버지로만 여겨졌던 40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부서에서 좀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발표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것은 내가 저랬나 싶었을 정도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에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다들 자기들의 방식이 옳다고 철썩같이 믿었다는 거죠. 저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방법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고민하고 맞춰서 테스트를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주변의 조언도 많이 구하고 싫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주로 사람들은 싫은 이야기는 싫어하더군요. 저도 잘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언은 늘 피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저렇게 제안은 많이 해도 확고하게 이건 아니다 라고 말하는 적은 드물어요. 실제 피드백이 안좋았을때 그것을 잊지 않고 말하는 것은 여전하지만요. 사람들과 일하는 방법도 배운대로 하려고 노력하는데 안통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이래서인지 자신들이 저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군요. 실력이 없어서 생각이 많고 확고하게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그래요. 늘 좀더 괜찮고 나은 방법이 없을까 그리고 새로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는데, 그게 우유부단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문제는 저렇고 도전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 제 기준으로는 말이 앞서고 오히려 실력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은 인정받고 더 나은 길을 알아서 찾아 가더군요.
사람들과 일하는게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특히나 자기에 대한 평가가 외부 평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자기에 대해서 고민하기 보다 팀장이나 환경에 대해서 비난부터 하는 사람은 말이죠. 저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일도 별로이고 말도 많고 남들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평가하면서 자기에게는 관대한 사람을 혐오합니다. 말만 앞서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이제는 저도 지쳐서 내색을 하게 되더군요.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카리스마로 일을 시킨다는데, 나는 당장 있는 사람들도 어떻게 관리를 못하는구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늘 몸에 안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입니다. 승진을 해야 급여가 오르는 구조라서 내년 승진을 목을 메고 있기는 한데, 말도 안듣는 팀원과 어떻게 잘 원만하게 지낼지 고민입니다. 내보낼 수도 없고. 사람들은 나이가 먹으면 확고한 주관이 생긴다는데 저는 늘 이게 최선일까 맞는 것일까 혼자서 고민을 하니 말입니다.
우리 집 둘째가 좋아하는 모모랜드 주이 올려봅니다.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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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7.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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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7.01 21:41
먼저 응원의 말씀드립니다. 저도 정출연과 거래해 봤지만....여러 장.단점이 있을것 같습니다.
거의 결정하신것 같으신데...인생에서 여러번의 기회가 있을겁니다. 자신을 잘 아는것은 자신일것입니다. 자신이 행복한 모습도. 자신이 제일 잘 알구요 !!!
대전이라는 모습도..많이 안 맞으신것 같습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직장에서 뜻한바 이루시고...정진하시길...../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SYLPHY
07.03 07:48
고맙습니다. 대전에 내려와서 뭐든 서울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됐습니다.
사실 뭐든 대한민국보다 더 선진국에서 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살아온 배경이 있다 보니 외국에서 하기는 쉽지가 않네요.
옮기게 되면 소식은 다시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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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7.03 00:39
대한민국 최고의 정출연이라.. ETRI 일 수도 있어 보이는데요, 거기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그렇게 긍정적인 곳 만은 아닙니다. 일단 동원예비군 훈련 안내가 A4지 한장에 쏙 들어간다는 (ETRI에 박사급 연구원만 천명이 넘고 전체는 이천명이 넘을 겁니다. 거기 대부분이 남자인데, 동원예비군 대상자 한사람 한사람 이름이 다 적힌 안내문이 A4지 한장에 다 들어간다는 얘기는, 군미필/면제/고령 셋중 하나인데.. 고령 이라고 보는게 맞겠죠.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때 그분들이 다 그냥 계시니까요) 것 하나만 봐도 젊은 사람이 오래 있을 곳은 못된다고 봅니다. 역설적으로 오래 있을 곳이라고 볼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지금 정부하에서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만, 지금까지 행보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출연이란 곳은 섬상이나 한진 만큼이나 자기 영혼을 깎아먹으면서 다니는 직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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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7.03 08:09
사정을 잘 아시네요. 서울에서 가장 좋은 정부출연연구소라면 KIST이고, 대전에서는 뭐.. 그곳이죠.
요즘엔 아마 계약직 연구원 비중때문에 A4용지 한장은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 2010년대 초반보다는 지금이 훨씬 나을겁니다.
최소한 근무시간만큼은 1일 8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니까요. 저는 18시 1분에 퇴근합니다.
예전만큼 업무에 치여서 생활이 없어지는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대기업보단 훨씬 낫구요.
그렇다고 해서 영혼을 안 깎아먹는건 아닌데, 참.. 그렇고 그런 일이 많습니다.
현 정부 하에선 큰 틀에선 괜찮아 질것 같습니다.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정부부터 추진해 오던 일이 궤도에 오른거라, 현 정부의 업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 중에선 정출연을 구조적으로 안 좋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이쪽이 좀 더 무게감 있는 듯 해요.
외부에서 보기엔 좋아지는 걸로 보일 것 같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말하기엔 한계가 있네요.
일이 힘들어서 영혼을 깎아먹는게 아니라, 정년보장 공기업이라는 폐쇄성이 가져오는 문화가 많은 것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외부에서는 평균연령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보기도 하는데, 실제로 겪는 입장에선 연령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인데 나이 많은 사람과 행동이 똑같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저는 대전이라는 지역의 폐쇄성이 정말 힘듭니다. 연구 관련 컨퍼런스, 모임, 강의는 서울에서 열리는게 대부분인데, 대전에 있으면 정말 심각하게 참여가 제한됩니다. 회사 제도는 이런걸 참여하기 좋게 만들어 뒀는데, 막상 참여하면 시간낭비가 너무 심하고 체력소모가 심각합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오후 10시 넘어서 행사가 끝나면 이동 시간 문제로 다음날 오전반차나 연차를 내야 합니다. 이러면 몸은 몸대로 골병들고 연차는 연차대로 다 써서 휴가도 못 갑니다. 음... 결국 대전에 틀어박혀 있으란겁니다.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취득하지 마라는거죠.
한참 뭘 썼다가 지웠는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기본권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더운데도 에어컨을 못 켭니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동상 걸릴 수준이었고요.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나오는게 맞겠다 싶습니다. 다음에는 사기업으로 가거나 창업하려구요.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건 정말 힘드네요. 결국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지요.
제가 실적이 안 좋은데 불평만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제가 이런 사람을 안 좋아해서)
실적은.. 좀 예외적으로 잘 냈습니다. 자세한게 궁금한 분이 계시면 오프라인에서 설명해 드릴 수도 있구요.
그런데 실적 잘 내 봐야 뭐 하나요. 건강이 나빠졌는데. 이럴거면 실적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남들 가고싶다는 기업은 대체로 다 가본 것 같은데, 남의 회사다 보니 마음에 드는 기업은 역시 없는 것 같습니다. 현 직장은 그래도 몇년 다닐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대신에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좀 명확해 졌습니다. 일단 서울에 있어야 합니다. -_-;;
그리고... 결국은 저의 일을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창업이거나, 그 비슷한 유형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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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7.01 21:36
저 또한 그렇게 살아온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우유부단?하게요.../ 때로는 절대적?
카리스마도 필요해 보입니다.
예전...운영진할때...송년회였나 ...의견수렴에
신경쓰다보니...일정이 진행 안된적이 있는데...
산신령님이 이야기 하시더군요. 의견은 수렴하되
너무.수렴이 안되면...운영진에서 결정해서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구요 !
우리나라 문화/ 민주주의와 군사독재..카리스마에
고민하는 시기인것 같습니다.
문득..문재인 대통령...민주당에서 흔들릴때의 모습/ 지금의 부드럽지만...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진심외교 . 정치를 생각해봅니다.
또. 간과해야하지말것....나쁜넘들은 정신 못차립니다. -
해색주
07.02 19:59
다른데서는 html에서 imgage size 조정이 가능한데 여기서는 잘 안되네요. 아, 주이 사진이 너무 크게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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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7.03 00:41
HTML 편집기로 어떻게 해볼 수 있기는하겠지만, tag는 게시판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지원하거나 아예 필터링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큰 사진 좋은데요 ?
다른 사람에게 싫은 말을 듣는걸 싫어하는 사람은 그만큼 폐쇄적인 사람이지요.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싫은말 듣기를 싫어하겠지만, 그래도 잘 듣고 고쳐야할 것은 고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걸 고쳐야 할지는 본인 인생의 목표에 따라 다르겠구요.
직장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다니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직장에서 가장 오래 다닐 수 있는 방법으로 본인을 맞춰갈 것이고.. 각자의 인생 목표에 따라 어떤 말을 듣고 행동할지는 다를겁니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은 그냥 막 사는거죠. ^^
저는 비슷한 사유, 결국 회사의 분위기때문에 이직할것 같습니다. 바깥에서 볼땐 정말 좋은 곳인데(대한민국 최고의 정부출연연구소라고 자부합니다.), 회사 전체의 분위기가 저와는 안 맞는 측면이 크네요.
환경탓이란걸 잘 안하고 살아왔고, 환경탓 하며 성과를 못 내는 사람을 좋지 않게 보고 살아왔는데.. 대전이라는 지역의 고립성과 정년보장 공공기관의 보신주의 및 행정근본주의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측면이 큰 만큼, 저는 이 환경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래저래 얘기하다 보니 사람 사는건 대체로 비슷한 측면이 있더라구요. 적지 않은 사람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 아무튼 정부출연연구소 정규직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꽤 커서 떨쳐버리기가 쉽진 않았는데, 보신주의 & 행정근본주의에 몇방 더 맞다보니 살아도 사람답게 사는게 맞다고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