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들이 몰려온다.
2020.04.23 01:05
요즘들어 화두가 되는 말입니다. 그리고 특히나 80년대 팀장들이 90년대생 사원/대리들과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쟁점화가 된게 이거죠. 사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이어서 저도 아직 막내급입니다. T_T(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찌 되었거나 20대 직원들이 각 사무실마다 들어오면서 꼰대짓을 하는 70, 80년대생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름하야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말입니다.
저는 회사 들어온지 3년되던해에 외국계 회사에 합병되면서 강제로 영어로 일하게 되었고 거의 3년은 군대보다 더 혹독하게 일했습니다. 프로젝트 하면서 새벽에 들어가기도 하고, 아예 회사에 숙식하면서 며칠을 집에 안들어가서 연상의 아내가 울면서 찾아오던 때도 있었죠. 가뜩이나 어수선한 회사에서 살아남으라고 선배는 저를 엄하게 교육하면서 정말 미친듯이 일하면서 건강을 해칠 정도였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지점으로 나갈 수도 있었고 다른 부서도 갈 수 있었는데 왜 그리 구박 받으면서 일했느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때 시절이 조금은 창피하게 하도 거칠고 험하게 커서 후배에게는 그때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렇게 살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가급적 인간답게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커리어를 키울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말이죠. 물론 그렇게 일해서 승진하고 팀장까지 올라온 사람들도 있더군요. "라떼는 말이야"를 이야기 하는 80년대생 팀장과 90년대생 대리님들의 전쟁이 시작되는거죠. 저는, 그딴거 관심도 없고 일이나 제대로 해라 입니다.
워낙에 고생하면서 올라왔더니 저는 지치도 않고 끊임없이 달려드는 캐릭터 좋아합니다. 이해가 안가신다면, 생계돌로 시작해서 정점을 찍고 멤버 하나를 잃어버린 "카라"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얼마전에 우연히 유채영이라는 가수/영화배우 이야기를 읽어보다가 눈물이 핑 돌더군요. 실력도 있고 능력도 있고 노력도 했는데 좋아하는 노래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아서 계속해서 사기 당하고 고생하고 그러면서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는 모습 말이죠.
90년대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입니다. 사실 70, 80년대생들은 어찌 되었거나 한국이 정말 잘나가고 한창 앞으로만 나가던 90년대를 겪었던 사람들입니다. 가장 개방적이고 모든 사람들이 희망적이고 공무원이나 의사를 시시하다고 생각하던 그런 시절 말입니다. 90년대생들은 외환위기, 신용위기,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은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이명박근혜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실패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니까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그렇게 조심조심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유채영씨 사연을 읽다가 생각나서 글을 적어봅니다.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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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조국
04.2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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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사고방식이 다르긴 다르더군요.. 좀 더 개인주의적이랄까..
사회가 그렇게 만든 점도 있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기 이익을 챙기고 자기 목소리를 저희 세대보다 확실하게 주장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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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준용군
04.23 09:58
꼰대라 불리울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어떤 조언을 하더라도 라때 이즈 호스로 딱 낙인 찍히기 좋죠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
해색주님도 저도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80년대생 팀장과 90년대생 대리님들의 전쟁이 시작되는거죠. 저는, 그딴거 관심도 없고 일이나 제대로 해라 입니다.
어딜가나 같은게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도 그랬을거에요
세상은 빨리 변해가는데 그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감을 느낍니다.
가장 슬픈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감과 동시에 세상에서 점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점점 멀어져 가는게 더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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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4.23 11:41
그렇죠. 저는 그렇게 달려 들어서 어느 정도 원하는 바를 얻기는 했는데, 지나고 보면 꼭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보면 사람이라는게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고생하면(육체적/정신적 모두)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욕도 하고 험담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살아요. 냉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만 살아가다가는 암걸려서 죽을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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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있는 큰 아들이 99년생인데..ㅋ
90년대생으로 끼워 줄런지~
주민번호 앞자리 1 마지막 년도 출생자네요. -
90년생이 온다 라는 제목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초반이라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제가 받은 느낌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입니다.
90년대의 대사건으로 97년의 IMF를 빼먹을 수 없지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