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喪 (죽음과 관련된 글이니, 원치 않으시는 분은 누르지 마세요.)
2010.05.11 15:10
밑으로 계속 내려 가시면 그리 기분 좋은 글이 아니고, 장례식 모습과 산소의 사진 등 불쾌하실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아래 글을 읽지 말아 주세요.
명복을 빌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초보지존님, 웨슬리님도 모두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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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喪 (호상) 이란 단어가, 자손된 입장에서 쉽게 입에 올릴 단어는 아닙니다.
제 아무리 주변에서 호상이라고, 위로를 해도, 막상 가족을 잃은 입장에서는 그 단어가 달갑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할머니 올해 연세가 88세 이십니다.
3월까지 그 누구 보다 정정하셔서, 논일, 밭일 손수 다 하셨고, 올 구정 연휴에는 고모님댁과 중국 여행까지 다녀 오실 정도로 정정 하셨죠.
병명도 없고, 특이 증상도 없지만 병원에 3주 정도 누워 계셨고, 집에 오신지 7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주변에서는 그마저도 가족들 고생 안시키려고 그러셨답니다.
문상을 받는 3일 내내 정말 눈이 시릴 정도로 날이 좋았고, 어제는 잔디 떼 잘 살라고 비까지 살포시 내려 주었습니다.
오늘 삼우제 지내고 산에 내려와 차를 타는 순간 약간의 비가오기는 했지만, 제 올리기 전까지는 날씨가 좋더군요.
모신곳은 경주 김씨 전서공파 선영입니다.
이곳은 할아버님 윗대 분들로, 시조분부터 항렬대로 내려온 봉분의 모습입니다.
이 사진은 할아버님 항렬...
바로 위의 사진과 이어진 곳입니다.
내려다 보면 아래 항렬분들...
1995년에 돌아가신 할아버님과 합장을 하였고, 며칠전까지 사시던 할머님 댁 바로 뒷산입니다.
전서공파 시조분부터, 제 항렬까지 직계 분들의 묘를 모두 한 곳에 모셨는데, 이제는 봉분을 더 이상 활장 할 수 없어 납골묘가 준비 되었고, 납골당까지 건립을 하신다고 하시네요.
사진 중앙의 비석 바로 양쪽의 2기는 이미 건립한 납골묘이고, 별도로 납골당까지 만든다 하시네요.
장례식에 오신 집안 어르신들도 이제는 화장 이야기를 많이 하시네요.
아래 동영상은 묘 다지는 모습입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회다지기라 부릅니다. )
상주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이 집안분들이신 인부들도 어찌 보면 흥이 나신 모습입니다.
가시는 길이라도 즐겁고, 기쁘게 보내 드리자 하시네요.
뒷편으로 보이는 봉분은 모두 할아버님 항렬의 분들을 모신 모습입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차마 꺼내지 못한 아이폰을 들고 장지에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도 멋쩍거나, 철없는 짓을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포크레인 뒷쪽에 보이시는 봉투가 보이실려나 모르겠지만, 인부 분들도 일당 두둑히~ 받으셨고, 하다못해 염 하시는 분도 기분 좋은 가욋돈을 챙기셨습니다.
큰 일 치르면 흔히 있는 다툼이나 큰 목소리도 나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마을 잔치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더군요.
물론 자손들은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호상이라는 자기 위안을 찾게 되구요.
혹시 보기 싫은 사진과 동영상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 모습이려니~ 하고 끄적였습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빌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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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눈
05.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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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이야
05.11 15:25
왔으니 갈때가 있겠지요.
문제는 살면서 그 당연한 진리를 자꾸 잊고 산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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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5.11 15:31
고생하셨습니다.
가족 모든분들이, 어서 기운차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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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5.11 15:47
좋은 곳으로 가셔서 할아버님과 만나셨을 것입니다.
기운내세요.
저는 호상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인데, 슬픈 일이지 좋은 일일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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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11 15:50
만화가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암과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동반자살한 할아버지의 빈소에서
나이 들었다고 호상이라고 하지 말라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산신령님 애쓰셨습니다.
할머님 가시는 날이 참 아름다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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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5.11 16:31
이 글을 통해 다른 삶, 다른 마감을 잠시 엿볼 수 있군요.
이런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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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참고로 저도 전서공파입니다.ㅎ (이천 서씨 전서공파..)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께서 같은 벼슬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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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11 20:39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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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5.11 22:14
직접 관 메고 산에도 올라봤는데요, 뭘.
호상이란게 딴 게 있는게 아니고, 부모님의 마지막까지 잘 챙겨 주시는 자식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죽음이란게 좋을리가.
보기싫어 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들 삶의 일부인데요..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