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내부의 적

2010.05.12 06:52

명상로 조회:860 추천:3

2000년 남북정상회담차 평양의 순안 비행장에 내린 김대중 대통령은 환영행사가 끝나고 경호원이나 수행원이 없이 김정일 위원장의 차에 동승합니다.  언론 뿐만 아니라 국민도 깜짝 놀랄 파격적인 행보였습니다.

 

이 역사적인 만남을 중계하던 방송사의 해설위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호실의 책임론을 들먹였습니다.  서로 다른 이념 때문에 동족이지만 주적이라는 개념으로 맞서왔던 남측의 대통령이 김정일의 승용차에 단독으로 동승한다는 것은 외교관례로도 그렇고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행동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대통령이 모험심이 남 다른 분도 아니었고 정치이력 내내 색깔론이 따라 다녀 정적의 표적이었던 그가 남측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단독으로 김정일의 승용차에 동승해서는 안되는 일이었지요. 

 

남북관계가 다시 대결상태로 되돌아간 지금 생각해 보면 김대통령의 행동은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당시 정권초기에 청와대 뿐 아니라 국정원 등 권력내부에는 미국의 자본주의 권력을 추종하는 세력이 대다수였고 인적쇄신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전문성과 오랜 인과관계가 필요한 정보부서는 인적쇄신을 시도하는 것 조차 용이한 일이 아니었지요.

 

말하자면 김대통령은 남측의 관료를 믿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김정일과 단독 대화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고 이해했습니다.

 

우려는 곧 사실이 됩니다.  2001년 미국을 방문한 김대통령을 부시는 "this man"이라고 호칭합니다.  어디 아프리카의 부족장도 아니고 한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당신보다 못한 "이사람" 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고 현대판 삼전도의 굴욕이었습니다.  부시처럼 멍청한 넘이니까 이런 발언도 할 수 있었겠지만.....

 

방미 전,  김대통령은 부시가 클린턴의 외교노선을 계승할 것이라고 믿고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선언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측근과 국정원의 대북 담당자 이외에는 모르는 기밀이었지요.  이것이 국정원의 대북 담당 과장을 통해 미 대사관 cia 요원에게 흘러 들어갑니다. 이 cia요원은 한국에서 병역을 마치고 미국 시민권을 얻은 이민 1세대였습니다. 

 

남북의 평화공존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부시는 노발대발합니다.  그래서 김대통령을 닥달해서 이틀 후 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이 남북 평화선언을 없던 일로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분단국이 아니라면 자원이라도 풍부한 국가였으면 하다못해 imf체계에서 벗어나 있었다면 아니면 정말! 정말! 김대통령이 강단있는 지도자였다면 이런 모욕을 그냥 참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겠네요.  다만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 채, 땅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만 열심히 쫒아 다니는 정신적인 노예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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