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갔다 왔습니다. 오는 기차 안에서 정치인 손학규씨를 만났습니다.
2010.05.23 13:08
모처럼만에 학원에서 금토일휴가가 나왔습니다. 금요일에 친구들 만나고
토요일에 낭구공방에 놀러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금요일 오전이 됐습니다.
웬일로 사촌동생이 전화와서 가족 생각도 나던 차에 아버지께서 전화하셨는데
못 간다고 했더니 확 실망하시는 목소리가 확 티가 나는 겁니다. 마음이 너무 안좋아서
일단 기차표를 알아봤더니 마침 표가 간당간당하게 있더라구요.
그냥 충동적으로 예매해 버리고 집에 간다고 전화드리고, 친구들에게 약속 취소한다고 알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닭 말고는 고기 안 드시는 할머니 드시라고
삼계탕도 끓여드리고 모처럼 효녀 노릇 한 거 같아요.
마침 노무현님 일주기에, 부산이고 해서 사실은 아버지와 봉하마을을 가고 싶었는데
그 전날 너무 늦게 자고 아버지께서 그닥 내켜하시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안 갔습니다.
그게 참 아쉽네요. 지금 23일이니까 있다가 광화문에 있다 가 볼까 싶기도 하구요.
단도직입적으로 제 스탠스는 노빠에 가깝다는 걸 미리 말씀드릴께요.
전에 이것때문에 친구하고 불편해졌던 적도 있네요.
우연히 정치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매우 경멸적 표정을 짓더니 "너 혹시 노빠야?"이러더라구요--
생각이 다른 거니까 사귀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친구도 정치적 취향이 뚜렷했던 친구라서 좀 불편한 구석도 있었네요.
어쨌거나 올라오는 길에는 KTX표가 특실밖에 없어서 7만원 가까이 주고 오려니까
매우 돈아깝던 참인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지나가더군요.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봤는데..
하다가 옆에 다른 누군가 아는 척 하는 거 보니 분명 정치인인데다 내가 호감있던 사람이
맞다 싶더라구요. 가서 물어보니까 손학규씨네요.
손학규씨는 현재 민주당 대표지만 전에 한나라당에 있지 않았던가 싶은데
그 때부터도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구체적 행적에 대해서는 경기도지사 전의 일은
잘 모르네요-- 하지만 나름대로 생각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인사 청하고 최근 행적에 대해 물었습니다.
유명세에 비해 요새는 정치활동 별로 안하시는 것 같다고 했더니, 최근에는 조용히 지내다
경기도 유시민 단일화후보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지금은 봉하마을 갔다오시는
길이라고...
노빠에 가깝다고 했듯 전 유시민 후보 찍을 생각이고, 이번에 민주당이 양보해 줘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서 어쨌거나 호감이 있다고 말하고, 사인 청해서 받아왔습니다.
노무현씨 저서를 읽으면 마음 아플 거 같아서 한 권도 읽지 않았습니다.
진보의 미래니, 뭐 이런 제목들에 마음도 가고, 그가 던진 화두를 나는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가
그냥 속으로 생각이 숙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집권당과 대통령이 보수라고 인정해주기 어려운 언행을 보입니다.
대조적으로 내가 진보인가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FTA나 아프간 파병에도 찬성했던
사람이니까 애매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젊으니까 대충 포퍼 말대로 진보나 사회주의
선호라는 딱지를 붙인다고 치고 말입니다, 진보는 분열로써 망하기 쉽다지만, 요즘처럼
화두와 공적이 명확한 시절에는 잠시 서로의 차이를 보는 것은 접어두는 것이 전략적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원래는 호감가는 정치인을 만나서 좋았단 글 남길 생각이었는데,
노무현님 일주기라서 그런가 글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네요.
어쨌든 손학규씨는 생각보다는 호감가는 인상이었습니다.
코멘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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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엔탈
05.23 19:53
많이 늦었네요. 저는 이제 출발합니다. 밤 샐 각오하고 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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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entdy
05.23 22:52
전 손학규씨를 마산에 있는 리베라호텔에서 봤습니다. 토요일 밤에...
금요일에 봉하마을에 들렀고 토요일에 부산관광 하고서...부산엔 방이 없어 마산에 당일에 잡았거든요.
밤이라 그런지 수척하고 피곤한 모습이더군요.
여기서 자고 추모식 갔다 올라가셨나보군요.
전 대화할 정도로 호감있는 인사는 아니었던지라...그분 표정도 피곤이 잔뜩 묻어있었다는...
가까운 길도 아닌데 효녀 노릇 톡톡히 하셨네요.
오시는 길엔 유명 인사와 대화까지! 전 떨려서 인사도 못할 것 같은데 * * b
그런데 '노빠'라는 칭호가 스스로를 부를 땐 자랑스럽지만 성향이 다른 사람이 지칭할 땐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대부분이 맹목적인 것이 아닌 인간적으로 좋아하는건데.. 제 믿음이 부족한 탓이겠죠.
저도 이제 서울광장에 나가려고요. 혹 마주치면 아는 척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