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것으로만 채울 수 있는 정서적 갈증
2010.02.12 08:31
미국에 온 지도 5년 정도 되어갑니다.
이쯤 되면 좀 적응이 되었나 싶은데 시간이 갈수록 정서적으로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한동안은 영어를 잘 배워야 한다는 마음에 그리고 미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재미있어서 한국의 것들을 멀라했는데, 갈수록 한국의 노래, 드라마, 영화, 책 등이 그리워집니다. 한국인이기에 한국의 것으로만 채울 수 있는 정서적 만족이 있나봅니다.
KPUG에서 여러 분들이 이미 하고 계신 컴퓨터 어플리케이션 정품만 사용하기를 3여년전 결심하면서 문화 컨텐츠 다운로드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나니, 미국에서 한국의 문화 컨텐츠를 접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맥과 미국의 느린 인터넷을 사용하는 저에게는 한국 비디오점을 이용하지 않는 한 Active X로 중무장 한 웹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나마 저의 정서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바로 라디오입니다.
아이폰의 MBC 라디오 앱이 나오면서 그런 갈증을 느낄 때마다 듣곤 하네요.
특히 운전을 하면서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시그날이 안좋은 곳에서는 자주 끊기긴 하지만요.)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가면서 한국의 컨텐츠 시장도 조금씩 변화하는 것 같은데, 어떤 플랫폼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거나 iTunes 스토어에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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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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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얼굴
02.12 08:57
저도 예전 한 3-4년전에는 이저네 살던 동네 가끔 갔어요.
가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
그 때는 그렇게 높아 보이던 담이 왜 그리 낮아졌는지.
그 맘 먹고 뛰어 내리던 담벼락이 지금은 조금만 껑충 뛰면 집안이 보일 정도더군요.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니(30대중후반) 과거를 조금씩 꺼내어 곱씹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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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맘
02.12 10:17
전..6년째입니다만... 전 한국 복귀할라고 합니다. 넘 심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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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02.12 10:32
마음이 저려옵니다. 저는 어릴 적 살던 동네가 멀지 않은데 잘 가보지도 않고...
10년 전쯤 가봤을 때는 골목이 왜 그리 좁아 보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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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2 11:55
어려서 산비탈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그냥 골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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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2 19:19
나름 실리콘밸리는 LA나 뉴욕만은 못해도 우리것은 충분히 많아도 그리운 것은 그립답니다.
가슴이 저릿저릿한 말씀이십니다.
물 속에 있는 저로서도 갈증을 공감하게 되네요.
우리 것 같은 우리 것도 자꾸 사라지고, 점점 복합문화적 경향으로 가는데, 세태와 문화의 기본적인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지만...
어려서보던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이, 이별을 인식하지도 못함이 좀 그렇죠.
더러 길에서 보는 달고나의 달콤한 모습은 사먹지 않아도 "국민학교" 앞으로 가더랍니다.
제가 한동안 자전거 열심히 탈 때,
멀리 잡는 코스 중에 하나가 어려서 살던 동네인데...
지금은 강서구에 살죠. 거기는 성동구 사근동이랍니다. 천천히 가니 가는데 2시간 넘고, 오는데 그보다 더 걸려 한 나절 잡고 일요일 출발하죠.
지금도 동네 큰길에는 자장면이 2500원 하는 가난한 동네... 아, 사근동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집도 있다는 거죠.
초등학교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음에 마음을 쓸어내리고...
학교 앞 떡볶이집에서 1000원 어치 배불리 먹지요. 아주 많이 주죠. 옛날처럼.
그리고 오면... 한 반년은 별 그리움이 없답니다.
그러다... 또 살짝 울컥하면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살 수 없는, 어린 시절 그 집을 찾아가보죠. 문은 닫혀 있고...
9집에 화장실 하나 있는 그런.... 수도도 하나... 공중 수도....
그래도 더러 그리워집니다.
동사무소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며 다방구하던 친구들,
옥상에서 아래로 던지던 폭음탄, 놀란 검정 교복의 한양여고 누나들...
여름마다 넘치는 청계천, 배 띄우던 국민학교 운동장....
달랑무 서리 해서 깎아먹다 벤 왼쪽 두번째 손가락의 상처, 아직도 있는....
익숙한 것들의 사라짐... 그 앞에선 괴로움, 먹먹함, 답답함, 투쟁
케퍽도 저의 추억이고, 언제든 돌아가는, 몇 초 안 걸리는 지근거리에 있는 곳이랍니다.
sog3님, 김치라도 드시면서 달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