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 탈출사건
2010.02.12 14:07
닥터 아스피린님 글을 보다가..
저도 레벨업 욕구에 뻘글 하나 올립니다.
요즘이야 동물위원회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실험용동물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가 대학원생이던 90년만 해도 그런 규정이 뭐하는건지도 모르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실험실 사수이 일이 mouse 뱃 속에 있는 세포를 꺼내 뭘 처리해서 어떤 단백질을 찾는 일이었는데요..(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당시만해도 strain이 어쩌구 보다 일단 실험비 자체가 얼마없어 의과대학내 사육실에서 자체 번식시키고있던 mouse를 얻어다가 실험을 하곤 했었습니다.
한번에 필요한 생쥐는 대략 50마리..
그날도 역시 사육실에서 만 얼만가 주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껌값이었습니다. ) 50마리를 받아오는데..
그날따라 아저씨가 쥐장 빈거 없다고 옆에있던 크고 길쭉한 종이박스에 물건 담듯 생쥐 50마리를 담아주셨드랬습니다.
저와 사수 둘이서 들고오는데 그날 따라 날도 덥고 목도 마르고 해서 실험실 올라가던 길에 있던 학생회관에 들러
로비에서 음료수 한 잔을 빼먹고 있었드랬지요.. 박스는 옆에 두고요..
그런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둥글게 서서 이야기 하다가 한 아가씨가 박장대소를 하고 오바하며 웃다가 그만..
쥐가 든 박스를 쳐버린 겁니다. 박스 넘어지고.. 뚜껑 풀리면서 안에 있던 실험용 흰 생쥐 50 마리가 일거에 학관 로비로 튀어나온겁니다.
사방에서 악소리 들리기 시작합니다. 놀란 생쥐들은 사방으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수랑 저랑 바닥을 기며 뛰며 난리블루스에 사투를 벌여.. (학관 로비 참 넓더군요..)
약 스무마리 가량을 회수했습니다만.. 나머지 쥐들은 도저히 못잡겠더라구요.
둘이 땀범벅이 되어 더 이상 못잡겠다고 포기하고 일어서려는데..
쪽팔리고.. 쥐 땜에 걱정도 되고 힘도들고..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도망가고픈 심정이더군요..
향후 며칠간 학관에선 갑자기 튀어나온 흰 생쥐 땜에 비명을 질러댄 여학우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자리를 빌어 그분들께 정말 죄송하단 말씀 드려요..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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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눈
02.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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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 비명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그래도 흰쥐라 좀 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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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 갈아서 센돌이로 돌려서 웨스턴할려고 하셨나 보군요. ^^; 제가 실험할때도 흰쥐가 도망간일 있습니다. 뭐 결론은 그쥐가 병원균에 감염된쥐도 아니라서 그냥 넘어간일이 있지만, 매독균이 (레벨4에서 탈출한) 감염된 쥐가 탈출한일이 있습니다. 그때당시 정말 어마어마 했습니다. 동물실 뒤집어 지고 해당 지도교수 불려가고 학생은 사유서쓰고 난리도 아니었죠. 다행히 2차감염자는 없었고 발견된곳이 폐쇄동물실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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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곰
02.12 14:24
매독이 위험한가요? 전염의 가능성은 적은 것 같은데(성적 접촉이나 체액교환 외에 가능한가요?)
왜 위급하게 다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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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매독균이 생식기근처에 감염된것이 아니라 몸전체로 감염된 쥐였고 그리고 인간 매독균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쥐가 (비록 패쇄된 동물실이긴 하지만) 사람을 물경우 그 사람이 감염될수도 있었기에 심각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워낙 북미쪽 사람들이 그런데 민감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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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곰
02.12 16:41
글쓰신 것을 읽고 조금 의아했었는데,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해했어요 :)
그리고, 민감하게 다루어야 하는 일이 맞는것 같습니다.
벼룩에 의한 전염가능성이 그리 클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누가 걸리면 그건 너무 어처구니없잖아요.
말못하는 애기한테 매독 감염! 모 이런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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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수라장이었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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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까 동물실 에피소드 한개가 더 생각나는데 1990년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당시에 동물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이 굉장히 격렬한때였고 심지어는 동물관리실까지 공격당한일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심한 공격을 당했던 곳이 캐나다의 토론토대학 의대 동물실입니다. 어느정도 격렬했냐하면 거기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이 전부 탈출시켰고 (문제는 뭔지도 모르고 동물인권가들이 탈출시켰습니다) 심지어 거기에 있는 시설을 파괴한다음 낙서까지 해놓고 갔답니다. 그래서 이후 어떤 규정이 생겼냐하면 캐나다에 있는 동물실험하는 사람들은 파티와 공인된 장소에서 동물실험을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왜 그러냐하면 실제로 2000년대에 파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동물애호가들에게 몰매를 맞은 일도 있었으니까요. 북미에선 동물실험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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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pp
02.12 14:40
mouse 는 좀 낫죠..
옛날엔 기자재들이 좀 허술해서, rat는 밤새 지가 뚜껑 열고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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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엣 그게 가능한가요? 제가 학부다닐때 나무로 만든 Rat전용 상자에 열쇠걸어 놓으면 도저히 탈출을 못했는데.. 어떻게 그런일이 일어날까요. -_-!! 혹시 청계천쪽에서 주문한뒤 거기서 만들어 준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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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2 15:47
흰 쥐도 어둠 속에서 눈 반짝이면
기겁할 걸요.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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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2 18:45
문득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그런 실험을 하는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ㄷㄷㄷ
ㅎㅎ 어떤 상황일지 상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