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살고* 있네요. 문자 그대로...
2010.02.13 09:23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 학기가 끝나는 대로 모 주립대학을 졸업하는데, 사정이 여의ㅎ지 않아 살던 집을 빼게 되었습니다. 졸업과 귀국이 코앞이라 저만 남아서 지내게 되었어요. 일단 도서관에 있는 오피스에서 침낭을 펴고 자고 있는데 (24시간 개방), 석 달짜리 계약을 할 수 있는 방이 나오질 않네요.
그런데 생각보다 편합니다. 월세 안 들고, 등교하는데 시간 쓸 일도 없고, 원하는 책은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서가로 내려가면 광대한 공부방이 펼쳐져 있고. 인터넷 속도 빵빵하고, 최신형 데스크탑 피씨 구비 되어있고, 난방 따시게 해주고요. 샤워를 위해서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체육관에 등록했는데, 아침 7시에서 밤 12시까지 원하면 언제든지 운동은 물론이고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할 수 있네요. 하다못해 주전부리를 하자면 일층에 있는 매점에서 빵이나 음료수도 구비 되어 있고요. 방을 구하려는 생각이 급속히 사그러드네요.
유일하게 불편한 점이라면 요리를 할 수 없는 점이랄까요. 계속 사먹으니까 좀 질리기는 하네요. 그래도 월세를 안 내서 굳는 돈이 더 많으니까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암튼 석달만 지나면 서울(또는 사정에 따라 파리나 오슬로)입니다요. 번개에서 뵈어요.^^
추신: 금요일밤에(만) 도서관을 닫기 때문에 사무실 불을 끄고 조용히 숨어있어야 합니다용. 수위 아저씨 퇴근하는 열시부터는 디비디 나이트~~~
코멘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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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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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2.13 09:41
상황을 잘 적응하시면서 즐기시는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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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_목동
02.13 09:43
오옷... 부럽습니다(?)
우리 학교 앞은 원룸이 360정도 줘야 괜찮은 방을 얻을 수 있어서...
매년 마다 생돈 날리는 중이에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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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케
02.13 09:55
오피스에서 침낭을 피고 잘 수 있다니 정말 멋진데요!!! 한국 대학들은 쫓겨나기 일수 아닐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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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3 09:59
타스케// 쩝, 이 상황이 되기 전에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철이 되면 채점하느라 오피스에서 밤을 새다가 자기 일쑤였습니다. 미국 대학들이 선량한 마음에서 외국유학생들을 그리 많이 받아주는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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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3 10:07
글고 오피스라고는 하지만 벌집형이서 수위 아저씨가 일일이 체크하기는 힘들답니다. 침낭펴고 자는 걸 아저씨가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It's not my business whether you sleep here or in your house"라던가요. 규정만 어기지 않는다면 자기 알 바가 아니라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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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ism
02.13 10:12
일상 용품...등은 어떻게 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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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ebell
02.13 10:16
히야..... 힘들겠다는 생각보단
왠지 모를 낭만도 느껴지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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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02.13 10:22
nomadism//체육관에 대형 락커를 신청해서 쓰고 있습니다. 옷가지, 면도기, 개인위생용품등은 거기 두고 쓰고요, 나머지 소소한 것들은 오피스의 수납함에 넣어두고 쓴답니다.
tubebell// 글쵸? 유학오기 전에 지알이 공부한답시고 고시원에 살 때하고 비슷합니다만, 그때보다는 훨씬 편합니다용. 학위도 따 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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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3 11:35
ㅎㅎ 옛날에 rogue라는 텍스트 던전 게임이 있었답니다. 온갖 괴물과 싸우면서 보물은 챙기고 굶어죽지 않게 조심하면서 바닥까지 내려가서 emulet of yendor를 구해서 올라오는게 스토리인데.. 천신만고끝에.. 드디어 emulet 을 구해서 올라올때의 기분이실듯 해요.
이제 고생끝 행복시작. 좋은 일만 주왁 생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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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언덕
02.13 13:05
아직도 전 nethack이 제일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amulet은 커녕 저는 굶어죽지 않고 몇층까지 내려가나가 목표였어요.
고양이나 강아지 간수하는 것도 힘들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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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spirin
02.13 11:23
한국에 있을때 실험실 한 구석을 침실(?)로 개조해서 살았던 때가 기억나네요. 유일하게 힘들었던 것이 뜨거운 물을 구하기 힘들어서, 특히 겨울철엔 코펠에 물넣고 실험실 버너에 불붙여서 물을 데워서 머리도 감곤 했는데 머리에서 김이 무럭 무럭 나는데 머리끝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그래도 라면도 끓여먹고 계란후라이도 해먹고 김치찌개도 해먹곤 했죠. 교수님들이 음식냄새난다고 뭐라고 하시기 전까지 나름 즐거웠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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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4 06:13
ㅎㅎ 철책에서 영하 31도 였던 어느날 아침.. 얼음물을 퍼다가 머리를 감아야지 하는 야멸찬 생각을 하고는.. 과감히 웃통을 벗고.. 얼음이 둥둥뜬 물에 손을 넣는 순간.. 핫 따뜻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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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고생스러움이 반드시 좋은 날을 몰고 옵니다. 곧 그날 멀지 않았습니다. 힘내세요.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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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냉이
02.13 12:20
지금의 고생이 낭중에 추억으로 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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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네요. 휴게실에서 자고 싶어서 침낭을 갔다놨는데 너무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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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4 06:14
머미백 두개를 겹쳐서 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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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바
02.13 15:22
고생 많으시네요 ...^^
꼭 좋은 결과 있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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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해야 나중에 재미있게 이야기 할 꺼리도 많더군요 ^_^;;;
나중에 기쁘게 이야기 하실 날 오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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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02.13 18:03
살아 귀환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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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십니다.
힘내시고 마무리 잘하시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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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피할 수 없으면 즐기시면 됩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