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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신 람보께서 각본을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했으며, 참 죽지도 않는 형사님에 주지사님까지 카메오로 나와주는, 적어도 나오는 인물들만 보면 우리가 살아 있을 적에 이렇게 화려한 배우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영화... 그런데도 우리나라 관객들은 외면하는, 어찌보면 그럴법도 한 이 영화에 대해 후기를 적으면 이렇습니다.

 

0. ...만, 내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스포일러라고 할게 별로 없습니다. 스토리가 영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싸구려 액션 영화가 쓸법한 기승전결 구조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영화로서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동기와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까지 시나리오를 엉성하게 만든 액션 영화도 참 오랜만에 볼 정도입니다. '남자의 우정'이라거나 '남자의 쫀심'이라고 밀어 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도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의 행동 동기를 자랑합니다.

 

1. 람보께서 나오는 영화는 늘 람보께서 짱을 먹습니다. 이 영화라고 안 그렇겠습니까마는 그래도 팀의 2인자격인 스타뎀 아저씨의 비중도 꽤 높습니다. '썰어버리는' 것에 대한 대가로 나오는 스타뎀 아저씨는 트랜스포터 3의 흐지부지한 모습을 어느 정도 벗어버렸습니다.

 

2. 우리의 불쌍한 Jet Li... 헐리우드에 진출한 이래 이 아저씨의 영화를 고르는 눈이 0점이라는 것을 이번에도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일단 비중은 세 번째쯤은 되어야 하는데 천만의 말씀... 배역의 비중은 진짜 낮습니다. 접근전의 달인이라는 설정도 '그냥 몸집 작으니 살짝 잘 움직이는' 정도의 부실한 액션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파괴력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더 비중이 없습니다. 아무도 웃지 않을 썰렁 대사 몇 마디가 고작일 뿐입니다. 차라리 안나오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3. 오히려 악역으로 나오는, 한 때의 액션 스타인 돌프 아저씨의 '인간 쓰레기' 연기가 더 마음에 들 정도입니다. 유니버설 솔저의 냉혹한 모습이 아닌 '마약으로 타락한 용병'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비중이 그리 많지는 않고 허무한 시나리오 덕분에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허무한 끝을 보여줍니다만, 추억의 액션 스타가 몇 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화려하지 않은 밑바닥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4. 이 영화는 진짜 시나리오만 따지면 '아무리 생각 없는 액션 영화라지만 너무해도 진짜 너무한' 수준입니다. 개연성을 갖고 움직이지도, 뭔가 우연의 장난도 아닌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사람이 움직입니다. 익스펜더블 팀도, 그 적들도 그 논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같습니다. '국민들을 돈 때문에 탄압하지만 국민들을 지키고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있으며 돈 때문에 외국인과 손을 잡았으면서도 돈보다 자존심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반역사를 무자비하게 죽이지만 자식에 대한 연민은 가득하며 나중에는 돈보다 자존심을 고르다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독재자'가 있으니 말 다했다고 봐도 됩니다. 익스펜더블 팀 역시 '돈만 밝히는 용병일을 하고 많은 보수에 임무를 맡아 정찰 차원에서 침투했다 왠지 좀 아니라고 생각해 손을 뗐는데, 차카게 살아야 한다는 전직 동료의 말 한마디에 어디서 정의감이 살아 났는지 다시 그 땅으로 돌아가는' 엽기성을 보여줍니다.

 

5. 그렇지만 이 영화는 두 가지는 확실히 보여줍니다. 하나는 '잔인함', 다른 하나는 '배우들의 고생'입니다. CG를 최소한으로 썼고 대역 역시 거의 쓰지 않았다는 주장처럼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좀 고생을 했겠다'는 흔적을 꽤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총으로 뚫리고, 칼로 썰리고, 목이 비틀리며 머리가 사라지는 피칠갑은 지겹게 볼 수 있습니다. 좀 피를 봐야 겠다고 생각한다면 18禁 영화인 이것이 꽤 속이 시원할 수도 있습니다.

 

6. 이 영화의 가장 큰 마케팅 요소인 형사님과 주지사님... 가장 이 영화의 웃긴 장면을 연출하지만 사실 매우 아쉬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형사님의 역할은 본래 목적을 숨긴 채 익스펜더블 팀을 고용하여 '덤'을 챙기려 하는 CIA 요원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장면 말고는 형사님의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저 넘 CIA 나쁜넘이여' 한 마디가 끝입니다. 이 요원에게 엿을 먹이겠다는 대사 한 마디도 없습니다. 카메오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부실한 시나리오 덕분에 그냥 잠깐 나오고 마는 행인1이나 다름 없는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형사님은 원래 막노동성 배역이 잘 맞지만 씬시티처럼 다크한 성격을 더하더라도 잘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이러한 더러운 배역도 잘 맞을 터인데, 그것을 그리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짧은 출연 시간이었지만 더 더티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강합니다.

 

주지사님의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깹니다. 람보 아저씨와 프로젝트를 다투는 다른 용병팀 관계자로 나오며 람보 아저씨와 몇 가지 말 공격을 펼칩니다. 람보와 코만도라는 두 캐릭터를 겹쳐 보면 그 말 공격이 참 볼만합니다. 자신이 맡을 정도로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니라는 식으로 발을 빼는데, 신경전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냥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빼앗기거나 걷어 차는 형태로 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 봅니다. 역시 부실한 시나리오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지사님의 등장과 퇴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물나게 멋지고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 직전에 프로젝트를 포기한 이유로 람보 아저씨가 말한 '대통령 출마하러'는 그야말로 주지사님의 모습과 겹칩니다. 이 한 장면 때문에 익스펜더블이라는 B급 이하의 액션 영화를 본 것일지도 모릅니다.

 

7. 결론

 

이 영화를 봐도 될 사람

- 피칠갑만 되면 내용은 상관 없이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사람

- 주지사님과 형사님의 존안을 뵈려 9,000원을 쓸 수  있는 사람(주지사님과 람보께서 한 화면에 나오는 역사적인 모습을 보길 원하는 사람)

- 돌프 아저씨의 망가진 모습을 보길 원하는 사람

 

절대 이 영화를 봐선 안되는 사람

- 그 외 나머지

 

추신: 아, 람보 아저씨가 기관총이 아닌 쌍권총을 들어도 폼이 난다는걸 이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윤발 대형이 아니더라도 쌍권총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은 거의 못봤습니다. 윤발 대형이 들면 폼은 나는데 '이걸 진짜 어떻게 쏠까?'라는 생각이 들고, '종교인 크루즈'가 쌍권총을 들면 진짜 어색한데, 람보 아저씨의 표정과 근육은 진짜 쌍권총도 '잘 쏘겠네'라는 생각을 팍팍 들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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