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벽을 하나 허물었더니, 태산이 기다리고 있네요.
2010.11.05 20:56
외국인들과 일해온지 6년, 그나마 업무 관련해서는 잘 말하지만 나머지 생활영어에 들어가면 급속도록 위축됩니다. 간단한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저질영어(Sucks English라고 놀리더군요.) 사용자인 저로서는 심도 있는 이야기는 괴롭습니다. 심도있는 이야기라면, 회사나 업무분야(간단한 통계/금융)가 아닌 철학/종교/취미/정치/경제에 대한 정도의 이야기지요. 영미 드라마에서 배울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가장 힘든게, 회의때 영어로 막 말을 하다가 감정적이고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 말할 때에는 한국말로 하고 통역 해달라고 합니다. 뉘앙스가 상당히 중요하고 어휘선택이 중요한데 그걸 잘 못하거든요.(한국말도 못하지만.) 제가 요즘 망신당한 것들은 이렇습니다.
1. 거짓말 잘 하는 외국인 동료
자꾸 거짓말을 해서 제가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화요일에 폭발해서 제가 상당히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욕'을 안하니까, 화를 못내겠더군요. 뭔가 따끔하게 쏘아 붙여야 다시는 안저러는데, 인도인 3류 영어와 한국인 3류 영어간에는 감정 전달이 안되네요. 그나마 다른 분들은 다들 피해 다니고, 상대해 주는게 저밖에 없어서인지 저한테만 오네요.
감정을 전달하고 설득을 해서 동감을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식을 전달하고 동의를 받아서 이해시키는 것은 되는데 말이지요. 멘탈리스트를 보면서, 제가 사고방식이 잘못 되었나 생각도 해보는데 영어 문제인듯 합니다.
2. 비합리적인 이유에 대한 변명
제 외국인 상사가 만나면 싸우는 타부서 내국인 상사가 있습니다. 어제 그렇게 말리는데도 친히 가셔서 대판 붙고 왔습니다. 제가 '그러한 것은 감정적 소모이니 가급적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시죠.'를 영어로 못했습니다. 번역기에 넣고 돌려서 어휘를 고려해 봤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감정적으로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오늘도 못말려서 결국 대판붙었습니다. 으아, 싸우면 안되는데 내가 중간에서 잘못해서 그런 것인가 하고 봅니다. 그 사무실 사람들이 저보고 당분간 내려오지 말라네요. 어흐흐흑...
3. 감정적인 이유에 대한 이해
일을 하다가 보면 사람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Process Innovation과 같이 남들이 하는 업무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지요. 외국인들은 이러한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냉정한 편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자산이지, 지껀가?라는 개념이지요.
이런 부분을 영어로 설명하고 납득을 시켜야 하는데, 다 감정적인 것이고 말하고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근데 과장이라고 저보고 시키고 답답하네요. 오늘은 타부서에서 같은 부서의 직원을 까는 메일 받고 고민중입니다. 월요일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영어가 장벽인지 아니면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입니다. 숫자, 통계 그리고 프로그래밍이나 일이라면 명확하게 설명하겠지만 감정과 사람에 대해서는 영어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제 관리자라서(물론 업무는 업무대로, 관리는 관리대로) 이러한 책임에 대해서 자유롭지가 않네요.
언제쯤이면 저러한 수준에 도달할까요? 어떻게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요? MBA 다녀온 상사에게 상의를 해봤는데, '니 영어가 영어냐? 근데 학원은 아닌 것 같다.'라고 하네요. 금요일 저녁에 일하다가 글 올려봅니다.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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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말로 욕하세요... 뜻은 몰라도 말하는 뉘앙스로... 아~! 저양반이 나한테 욕하는구나 하고 느낄껍니다.
2. 오지말라는데... 가지 말아야죠. ^^;
3. 외국인들 상당히 합리적인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지난번 회사주인들이 미쿸사뢈들 이었어요, 먹튀 비슷한거 했습니다.)
문제 있는거 뻔히 알면서 그냥진행합니다. 옆에서 말려도 못들은척 합니다. 나름대로 결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서서
이런문제가 있어서 프로잭트 진행을 하면 안된다고 입에 침을튀며 말합니다.(한쿸사뢈들이 말할때 멈췄으면 회사손해가 덜하죠.)
그럼 미쿸인 사장은 그놈(?)이 매우 유능하다 칭찬합니다. 옆에서 보면 아주...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다해먹어요. 유치찬란합니다.
현장직원들이 인터넷 뱅킹 안되게하자 항의했습니다. 다들 놀라더군요, 현장직원들이 컴터로 그런것도 할줄아느냐고,
보고서는 거의 실무진들이 작성하면 팀장들은 작성자에게 브리핑받아 다시 보고합니다. 미쿸인 사장은 그서류를
팀장이 작성한줄 알고, 그아래 직원들은 사무보조원들인줄 알았다가, 작성자가 말단 직원들인걸 알면 또한번 놀랍니다.
- 이넘들이 한국을 정말 우습게 생각합니다. 미쿸은 관리자들이 그런구조인가봅니다, 놀러 미쿸섬에 한번 가보고
본토땅은 밟아보지 못해서 진실을 모르겠습니다.
--- 말이 좀 옆으로 많~~이 샛습니다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그들이랑 우리들이랑은 생각하는게 바탕부터 틀립니다.
우리끼리도 생각이 달라 아웅다웅 하는데, 오죽하겠습니까? 결론은? 히색주님 홧팅~!!!
전 명색이 외국인회사(다국적기업) 거진5년 있었습니다만, 알파벳 겨우.... T.T 요즘 번역기 참좋아요 그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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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어느 분이 쓰신 글이 문득 생각나네요.
미국 이민가서 10년 이상 사신 분이 쓰신 글인데 참고 해볼만 한 것 같아서 함 올려 보겠습니다.
중략 ~~~
영어
왜 이 얘기 안 나오나 하셨을끼라... 그래. 이거 진짜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대가 미국계 직장에 취직했다면 – 틀림없이 최소한 Working level의 영어는 구사한다는 셈인데… (그 정도도 아니라면 취직 자체가 안 되니까.) 그외 엑스트라가 문제일 것이다.
회의에서 무지 빠른 영어가 교환되는 상황.
전화로 상담을 하는데 – 이 재수없는 넘이 무지 발음을 굴리는 상황.
현장 – 그 바닥 넘들의 거칠고도 문법이 없는 구라를 알아들어야 하는 상황.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노가리까는 상황.
파티에서 이넘저넘과 돌아가면서 간단하지만 우아하게 구라를 풀어야하는 상황.
... 정말 골때리는 상황들이다.
그대의 영어가 영화 자막 안 보고도 다 알아듣는 수준이면 걱정 안 해도 되겠다. 헌데 나처럼 어떤 건 알아듣고 어떤건 못 알아듣는 수준이라면 그 수준에서의 생존책을 강구해야한다. (난 코메디영화는 거의 보질않는다. 왜 웃는지 잘 모르겠고… 그러다보면 웃자고 보는 영화가 스트레스가 팍팍 쌓이는 비극의 영화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영화는 죄 액션이나 드라마물이다.)
다음엔 어찌 이 골아픈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 알아보자.
영어 - 그거 모국어가 따로 있는 1세대 이민자에겐 거의 영원히 해결되지않는 갈등이다. 왕왕 이민오기 전에는 자신이 영어를 잘하는 줄 착각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예컨대 자신이 한국의 어떤 기업체나 조직에서 영어로 주로 일하는 자리에 있다고 치자. 그대가 만나는 외국인은 그대의 영어를 '알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대의 영어가 어떤 수준의 것이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런대로 working level 이기 때문에 문제없이 지나간다. 헌데 그대가 미국에서 만나게되는 인간들은 그대의 영어를 꼭 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주의해 안 들어도 들릴 정도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 한 그대의 영어는 쓸모가 없게된다. (그 기준: 교회에서 졸면서 들어도 영어 설교가 들린다면 그대의 영어는 쓸만한 레벨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어느 조직에서 회의가 있다 치자. 난상토론에서 그대의 주장이 논리가 맞고 상대방이 틀렸다 할 때 상대가 교활하게도 이해하기 힘든 슬랭이나 이디엄을 쓰기 시작하며 그대를 공격해온다 치면 그대는 그 모든 대화를 이해하고 맞받아 칠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가? 쫄따구일 때는 별 그런게 문제가 안된다. 허나 그대가 어떤 조직의 간부 급으로 올라가면 영어의communication skill은 절대절명의 문제가 된다. 이게 자신이 없다면 아예 기업체에서 클 생각은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계열 회사는 경우가 다르다.)
그러므로 월급쟁이를 할 것인가? 장사를 할 것인가? 가 대부분 지식층(?) 출신 이민자가 결정해야 할 첫 번째 고민이자 선택이 되며 - 그 선택을 용납할 수 있는가? 에 대하여 확실한 답을 갖고 이민을 고려해야한다.
끝으로, 미국에 오래 살았던 어떤 분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에서 Asian으로서 얕잡혀 보이지않으려면 다음 세가지중 최소한 둘은 갖춰야 한답니다. 키가 엄청 크거나, 눈매가 매섭거나, 영어가 매섭거나... 공감하십니까?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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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1.06 01:46
투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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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는 모국어 수준으로 되는것이 불가능하다"는게 제 경험에서 나온 답입니다. 안되는것은 인정해야 편해지더군요.
사족같지만, MBA 마치신 그분도 해색주님의 상황에서는 별다르지 않을꺼라는 생각입니다. 기운내세요. 본인이 자책하실 것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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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11.06 08:03
외국인들 말할때 자기들끼리 재밋다고 웃는데,
그때 모르니 조금 뻘쭘하더군요
이때 조금 좌절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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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사람들을 대할떈 우리식 감정으로 대하니 저를 물로 보더군요.. 일은 일... 일상은 일상..
선을 확실히 그어 줘야 되겠더군요..
딴나라가면 한국사람 정많은거 많이 이용해 먹잖아욧.. ㅜ_ㅜ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이젠 갈피를 못잡겠어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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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11.08 09:27
crash.jact님 // 그런 이야기들은 외국인들에게 많이 들어요. 일은 일, 사람은 사람.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정도 있고 괜찮은 사람이지만 일로 만나면 국물도 없지요. ^^;
왕초보님 // 어흐흐흑...
nelson11님 // 영어라도 매서워야겠네요.
SON님 // 적당히 눈치 보면서 웃습니다. 정말 안웃길때에는 그냥 안웃습니다.
저도 그 태산좀 느껴봤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OTL